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8권 23편
지승 지음
5일에는 칙명으로 법사에게 알리게 하였는데, 황후는 해산을 하였다. 낳은 아들은 단정하고 기특하게 생겼으며, 신령스런 광명이 온 궁중에 꽉 차면서 하늘까지 환히 뻗쳤다. 황제는 기뻐하였으며, 안과 밖에서 모두가 춤을 추며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황제는 먼저 허락한 일을 어기지 않고 법사가 호념(護念)해 주기를 원하였다. 마침내 이름을 불광왕(佛光王)이라 짓고, 곧 삼귀(三歸)를 받게 하고 가사를 입혔다.
12월 5일 한 달이 다 차자, 칙명으로 불광왕을 위하여 일곱 사람을 득도(得度)하게 하였고, 이어 법사를 청하여 왕의 머리를 깎아 주게 하였다. 그 불광왕이 곧 중종(中宗) 효화황제(孝和皇帝)가 처음 나실 때의 상서로운 이름이다.
처음 왕위에 등극하시자 칙명으로 법사를 위하여 양쪽 경도[西京]에 각각 불광사(佛光寺)라는 절을 짓게 하고, 아울러 사람들을 득도시켜 거주하게 하였다. 그 동도(東都)의 불광사는 바로 법사가 옛날에 살았던 집[故宅]이었다. 또 안으로는 그림으로 단장한 보여(寶輿)를 내어 자은사의 번역당(飜譯堂)으로 보내고, 법사의 시호(諡號)를 대변각(大遍覺)으로 추증(追贈)하게 하였다.
현경(顯慶) 2년(657)의 봄 2월에 낙양궁(洛陽宮)으로 행차할 때, 법사는 불광왕과 함께 황제의 가마 앞에 출발하였다. 아울러 경을 번역하는 스님 5인을 수행[陪從]하게 하였다. 그들의 제자 한 사람씩에게는 그들이 하는 일마다 물자를 공급하게 하였다. 이미 도착하여 적취궁(積翠宮)에 머물렀는데, 대전(大殿) 안의 여일전(麗日殿)으로 불러들여 『관소연론(觀所緣論)』 등을 번역하게 하였다.
여름 4월에는 더위를 피하여 명덕궁(明德宮)으로 행차하면서 법사도 함께 배종하여 비화전(飛花殿)에 머물게 하여 『대비바사론(大毗婆沙論)』 등을 번역하게 하였고, 5월에는 법사에게 적취궁으로 돌아가서 번역하게 하였다.
법사는 처음 문제(文帝)를 알현한 뒤에 소림사(少林寺)에서 경을 번역할 것을 청하였다. 이 해 가을 9월이 되어서 다시 소림사로 들어가겠다고 청하였으나 천황(天皇)은 손수 조칙을 써 내리면서 허락하지 않았다.
3년(658) 2월에는 황제를 따라 경도로 돌아왔으며, 가을 7월 달에 서명사(西明寺)가 완성되자 법사를 그 곳에 거처하게 하고 상방(上房) 1구(口)를 공급하여 새로 득도한 사미(沙彌) 해회(海會) 등 열 사람의 제자를 두게 하였다.
천황은 법사를 선조(先朝) 때부터 존중하던 터라 왕위를 이어받은 뒤에도 예우와 공경이 더욱 융숭하였으며, 중사(中使)와 조신(朝臣)들도 위문이 끊어지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특히 『반야경(般若經)』을 중히 여겼는데, 전대(前代)에 비록 번역하기는 하였으나, 문장이 두루 갖추지 못한지라 여러 사람들이 자세하게 다시 번역하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반야부(般若部)는 분량이 많고 경사(京師)에서는 일들이 많고, 또 사람의 목숨은 무상한지라 다 끝마치기 어려울까 두려워 옥화궁(玉華宮)으로 가서 번역할 것을 청하였다. 그리하여 4년(659) 겨울 10월에 옥화궁으로 옮겼고, 아울러 경을 번역하는 대덕과 문도 등이 같이 갔다. 그 공급되는 모든 일들은 경사에서 내린 것과 똑같았으며, 그 곳에 이르러서는 숙성원(肅誠院)에 머물게 되었다.
5년(660) 봄 정월 초하루에 첫 장을 열어 『대반야경(大般若經)』을 번역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범본(梵本)에는 총 20만 수의 게송이 있었으며, 부처님께서 모두 네 곳[四處]에서 열여섯 번 설법[十六會說]하신 경이었다. 문장이 방대한지라, 학도들은 간략하게 삭제하면서 구마라집(鳩摩羅什)이 번역한 경과 같이 번거로운 말은 지우고 겹친 글은 없애자고 청하였다. 법사는 대중의 뜻을 따르려고 하였는데, 그날 밤 꿈에 몹시 두려운 일이 나타나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계하였다. 꿈에서 깨어난 뒤에 놀라고 두려워 여러 대중들에게 말하고는 다시 그대로 번역하기로 하였다. 또 밤중에 여러 부처님과 보살들이 수승하고 길상한 일들을 나타냈었다. 그러므로 깨어난 뒤에 몹시 기뻐하면서 다시는 감히 삭제하지 않았다. 이리하여 용삭(龍朔) 3년(663) 10월 20일에 번역을 다 마쳤는데, 총 600권이었다.
법사는 합장하고 기뻐하면서 도중(徒衆)들에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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