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8권 7편
지승 지음
무덕 9년(626) 봄에 칙명을 내려 경사(京師)에 세 절을 두어 오직 천 명의 승려만 남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엄한 칙령이 떨어지자 감히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오중(五衆)14)은 슬퍼하면서 시골의 거리에서 울부짖었고, 모든 백성[四民]은 성 안의 시가지에서 지난날을 뒤돌아보면서 탄식할 뿐이었다.
그때 도인이나 속인들은 정신이 멍해져서 몸을 둘 곳이 없었다. 마침 동쪽[震方]에서 제왕(帝王)이 출현하여 기운이 왕성하게 일으키어 그 부패를 일소하였다. 평소에 아뢴 상소를 받아 보고 종론(宗論)을 널리 궁구하였다. 등극하자마자 크게 사면(赦免)을 내리며 신묘한 거처로 되돌아가게 했다. 때문에 불일(佛日)이 거듭 당나라 세상[唐世]에 밝아지게 되었으니 이것은 역시 법림 때문이었다.
법림은 자주 내쫓김을 당했다. 그러나 서원을 굳건히 하여 도(道)로써 세간의 인정을 꺾어버리고, 진실로 학문이 부족한 사람을 도와주었다. 이에 전적(典籍)을 탐색하고 깊은 이치를 찾아내어 총괄하여 『변정론(辯正論)』 8권을 지었다. 영천(潁川)의 진자량(陳子良)이 주(注)를 달고 아울러 서문을 지었다. 참으로 문장과 학문이 여러 무리 중의 으뜸이었으므로, 여러 유생들이 우러르면서 공경하였다. 그 글의 권유로 정도(正道)를 이루었으며, 따르는 이들이 구름처럼 많았다.
정관(貞觀) 초기(627)에 문제(文帝)는 종남산(終南山)에 있는 옛 대화궁(大和宮)을 버리고 거기에다 용전사(龍田寺)를 설치하였다. 법림은 성품이 그윽하고 고요한 데를 좋아하였는지라 그 곳으로 가서 머물렀다. 대중들은 그의 아름다운 행을 추천하여 절의 주지(住持)를 맡게 하고는 산에 편안히 머물러 임야의 생활을 즐기게 하였다.
3년(629)에는 파파(波頗)삼장에게 명하여 『보성다라니경(寶星陁羅尼經)』과 『반야등론석(般若燈論釋)』을 번역하게 하고, 법림을 불러 필수하게 하자 그는 뜻을 받들어서 명의(名義)를 세밀하게 교정하였다.
13년(639) 겨울에 황건(黃巾) 진세영(秦世英)이란 자가 방술(方術)을 지니고 있는 것을 중요한 영예로 여기고서 마침내 황태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평소에 승려들을 시기하던 터라, 법림이 그의 논(論)에서 황실(皇室)을 헐뜯었으므로 그 죄는 황제를 속이는 것이라고 은밀히 일러바쳤다. 그러자 황제는 발끈 성을 내면서 선황(先皇)의 유교(遺敎)에 의해 용전사(龍田寺)에 있던 여러 승려들에게 칙명을 내려 승니(僧尼)들을 내쫓고는 곧 법림을 찾아 법에 의거하여 심문하게 하였다.
법림은 그 말을 듣고 팔을 걷어붙이며 떨쳐 일어나서 추궁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홀로 공정(公庭 : 관청)으로 나아가 생(生)을 가벼이 여기며 도리에 따라 스스로 포승에 묶이게 되었다.
황제는 조칙을 내리어 물었다.
“주(周)나라가 종묘 앞에서 맺은 맹세는 다른 성씨로써 후사를 삼는 것이었다. 조상을 존중하고 어버이를 중히 여김은 진실로 옛부터 그러하거늘, 무엇을 추출(追逐)하기 위해 처음과 끝의 양 끝을 짧게 하고 모양이 비슷한 말을 널리 끌어왔으며, 불손한 비유를 갖추어 늘어놓아 나의 조상의 사당을 무너뜨리고 나의 선조를 헐뜯는 것이냐? 이와 같이 임금의 죄를 요구하니 용서하지 못하겠다.”
법림이 대답하였다.
“문왕(文王)은 대성인이요, 주공(周公)은 대 현인이십니다. 조상의 덕을 추모하고[追遠] 장례를 정중히 함[愼終]은 넓은 하늘로도 다 못 갚으며, 효제(孝悌)가 지극하면 신명(神明)에 통합니다. 비록 주(周)는 근본이 되는 뜻이 있지만, 의(義)는 장단점을 비교하며 다투지 못합니다. 왜냐 하면 하늘[皇天]은 친한 이가 없고 끝내 덕 있는 이를 돕기 때문입니다.
고인(古人)은 바로 이치를 돕고 친한 이를 돕지 않으며, 스스로 나를 앞세우지 않고 스스로 나를 뒤떨어지게 하지도 않습니다. 비록 친한 이라 하더라도 죄가 있으면 반드시 징벌하고 아무리 먼 사람이라도 공이 있으면 반드시 포상하니 상과 벌을 이치에 맞게 하기 때문에 천하가 화평했던 것입니다. 노자(老子)의 가르침인 도종(道宗)의 덕교(德敎)를 백성들에게 펴서 가르쳤으므로 겸손한 광채와 어진 기풍이 사해(四海)에 드러났습니다.”
또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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