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8권 25편
지승 지음
또 소공(塑工) 송법지(宋法智)에게 명하여 가수전(嘉壽殿)에 보리상골(菩提像骨)을 만들어 세우게 하였다. 그리고 절의 승려와 문인(門人)에게 이별의 말을 하고, 아울러 표(表)를 남겼다. 곧 말없이 미륵불을 염(念)하면서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원생의 게송[願生頌]을 부르게 하였다.
2월 4일이 되자 오른편 겨드랑을 방바닥에 대고 발을 포개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왼손은 허벅다리 위에 놓고 임종에 이르러 끝내 돌아눕지 않았다.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으면서 5일 날 밤이 되었을 때, 제자 법광(法光) 등이 물었다.
“화상께서는 틀림없이 미륵의 대중에 나시게 됩니까?”
대답하였다.
“나게 되느니라.”
말을 마치자마자 기식(氣息)이 점차로 가늘어지다가 잠깐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모시고 있던 사람들도 언제 떠났는지 깨닫지 못하였다. 비로소 발에서부터 점차로 차가워졌으나 맨 나중까지 정수리가 따뜻하였고, 얼굴빛은 붉고 흰 빛을 띠면서 기뻐하는 기색이 보통 때보다 더하였다. 이렇게 49일을 지난 뒤에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고 또한 다른 기색이 없었다. 스스로 정혜(定慧)로 장엄하고 계향(戒香)의 가피가 아니라 하면, 그 누가 이렇게 될 수가 있었겠는가? 이 밖에도 보이지 않은 영감(靈感)이 많이 있었으나 그것은 별전(別傳)에 자세히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기술하지 않는다.
그때 방주자사(坊州刺使) 두사륜(竇師倫)이 법사가 돌아가셨음을 아뢰자, 황제는 이를 듣고 몹시 애통해 하면서 그를 위하여 조회(朝會)도 그만두고 말하였다.
“나는 나라의 보배[國寶]를 잃게 되었구나.”
그때의 문무백관들도 오열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황제는 그 말을 마치고 흐느껴 울며 슬퍼 어쩔 줄을 몰랐다.
다음날 또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애석하구나. 나는 나라 안에서 현장법사 한 사람을 잃었지만, 석중(釋衆)에서는 대들보가 꺾이었고, 4생(生)에서는 인도할 이가 없게 되었도다. 또한 어째서 고해(苦海)를 달리하면서 바야흐로 배와 노를 꺾으며 갑자기 가라앉게 만드는가? 캄캄한 방이 아직도 어두운데 등불과 횃불을 가려버린 것이로다.”
황제는 말을 마치고 탄식하고 슬퍼하며 곧 칙명을 내려 신구(神柩)를 서울로 옮겨와 자은사(慈恩寺)에 안치하게 하였으며, 장사에 필요한 물자는 모두 관(官)에서 공급하게 하였다. 또 장사지내는 날에는 서울의 승니(僧尼)들이 당기와 일산[幢蓋]으로 묘소까지 송별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법사의 도가 깊고 덕이 높아 살아 있을 때도 그를 몹시 아끼고 애석하게 여겼기 때문에 죽은 뒤에는 거듭 은혜를 내린 것이니, 옛 사람에게도 이보다 더한 이가 없었다.
이에 흰 일산과 흰 당기가 공중에 떠 구름과 같이 합쳐지고, 슬퍼하는 피리 소리와 범패(梵唄) 소리가 사람들의 정신을 막아 버렸다. 사방의 세속 사람도 이 일을 슬퍼하고 7부 대중들은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겼다.
4월 15일에 산동(滻東) 백록원(白鹿原) 서쪽 10리에 장사를 지냈는데, 스님과 속인들로 가득히 메워졌다. 그 묘는 형 장첩공(長捷公)의 묘와 가까운 곳에 있었으며, 높이 솟은 흰 탑은 황제 있는 성(城)을 가까이서 밝혀 주고 있었다. 그리하여 궁성에서도 많이 보였으므로 그때마다 황제의 마음을 아프고 슬프게 하였다. 그래서 총장(總章) 원년(668) 4월 8일에 명을 내려 번천(▼(棥/大/邑)川)의 북쪽 언덕으로 이장하게 하였다. 주현(州縣)의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과 함께 관리의 힘을 보태어 다시 묘 안에서 시신을 파내었는데, 사람들이 모두가 감탄하고 기이하게 여겼다. 그 이유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땅 속에 묻혀 있었는데도 피부색과 모습이 처음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원력(願力)의 보호하는 가피[護持]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기적이 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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