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8권 3편
지승 지음
정관 3년(629) 3월에 이르러 황제는 말하기를 “모든 존재는 즐거운 것이 아니며, 사물과 나[我]는 모두가 공(空)한 것이니, 진실한 요체[眞要]를 돌아보고 말한 것은 불교 경전을 넘어서는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를 유통시키는 극치는 어찌 번역하여 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담당 관청에 명을 내려 3교(三敎)2)를 두루 익히고 10과(十科)를 빠짐없이 갖춘 19인의 석덕(碩德)을 찾아 대흥선사(大興善寺)에서 처음 전역(傳譯)하게 하였다.
사문 현모(玄謨)와 승가(僧伽) 등은 말을 번역하고, 삼장(三藏)의 동학(同學)인 굴다(崛多)율사가 번역한 글을 검증하였다. 그리고 사문 법림(法琳)ㆍ혜명(慧明)ㆍ혜색(慧賾)ㆍ혜정(慧淨) 등이 붓을 잡고 글 뜻을 이어받아 은근하고 자세히 밝혀 명칭과 내용을 심의 결정하되 서로의 의사가 완전히 합치되면 그 글을 완성시켰다. 사문 혜승(慧乘)ㆍ법상(法常)ㆍ혜랑(慧朗)ㆍ담장(曇藏)ㆍ지해(智解)ㆍ지수(智首)ㆍ승변(僧辯)ㆍ승진(僧珍)ㆍ도악(道岳)ㆍ영가(靈佳)ㆍ문순(文順) 등이 증의(證義)하였다.
또 상주국상서(上柱國尙書) 좌복야(左僕射) 형국공(邢國公) 방현령(房玄齡)과 산기상시(散騎常侍) 태자첨사(太子詹事) 두정륜(杜正倫)과 예부상서(禮部尙書) 조군왕(趙郡王) 이효공(李孝恭) 등에게 명하여 이 일의 전정(詮定)에 참여하여 돕게 하고, 우광록대부(右光祿大夫) 태부경(太府卿) 난릉남(蘭陵男) 소경(蕭璟)에게 총괄적인 감독과 보호하는 책임을 맡게 하였다. 모든 관청에서는 사사(四事) 공양을 풍성하고 화려하게 공급하였다.
4년(630) 4월에 『보성다라니경(寶星陁羅尼經)』을 번역하여 마치고, 그 후에 승광사(勝光寺)로 자리를 옮기어 또 『반야등론석(般若燈論釋)』과 『대장엄경론(大莊嚴經論)』을 번역하였다. 7년(633) 봄에 이르러 감정과 교열이 두루 끝나고 경을 베껴 쓰는 일도 끝나자, 담당 관청에서는 자세히 읽어 보고 곧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아뢰었다. 황제는 명을 내려 각각 10부씩을 베껴 쓰게 하여 나라 안에 유포하고, 이어서 파파에게 물품 100단(段)을 하사하였다. 그 밖에 번역을 함께 한 스님에게는 속백(束帛)3)을 각기 차등을 두어 하사하였다.
파파의 뜻은 법을 전하는 데에 있었고, 그 밖의 것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때의 사람들은 이를 묻지 않았다.
그러나 혹자는 이의를 제기하며 말하였다.
“파파는 요행으로 시대의 영예를 얻어 후세에 이름이나 남기고자 한다. 그런 까닭에 그는 명인과 달사들을 모아 놓고도 경론의 강의를 그만두고 있으니 이것은 아직 불법을 널리 유통시키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당시 사문 영가(靈佳)는 무리 중에서 월등하게 뛰어난 인물로서 기회(機會)에 묘하게 통달하였는지라 감호사(監護使)를 상대하여 사리를 자세히 따지기도 하였다.
“파파는 멀리 중국 땅에 몸을 던진 이로서 그의 마음은 명예와 이익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천 년 뒤까지 이 땅에 도를 유통시키고자 하는 사람으로 그의 명성은 상고(上古)에 떨칠 것입니다.
예전에 부(符)와 요(姚) 두 시대에 걸쳐 경을 번역한 학사는 3천인이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당(大唐)에서 번역하는 사람은 20명에 불과합니다. 그의 뜻이 밝은 덕을 함께 증득하려 함에 있다 함은 진실로 부질없는 말이 아닙니다. 후대에 밝게 받들게 될 것임을 지금도 의심할 바 없습니다.”
이 말의 사정을 아는 이들의 중의(衆議)는 같았지만, 그 후 이 말은 결국 실행에는 옮겨지지 않았다.
당시 태자가 병에 전염되어 여러 방법으로 치료하였으나 효험이 없었다. 황제가 명을 내려 파파를 맞아들여 궁중에서 백여 일을 머물렀는데, 친히 묻는 것에 대답하여 황제의 뜻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병에 차도가 있자 그 곳을 떠나 본사(本寺)로 돌아왔는데 비단 포백 등 60단(段)과 아울러 계절에 맞추어 입을 옷을 10벌 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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