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8권 16편
지승 지음
‘나는 오(吳)와 촉(蜀)의 땅을 두루 다니다가 이에 조(趙)와 위(魏)의 땅에 미치게 되었으나, 아직 주(周)와 진(秦)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 동안 강연(講筵)이 있는 데에는 거의 다 참여하여 모두 올라가서 밟아보았으므로 이미 폈던 말들은 비록 가슴 속에 쌓여 있다 하더라도, 아직 토하지 않은 말과 종지는 해득할 길이 없었다. 만일 한평생 천명의 따름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면, 맹세코 화서(華胥:西域)로 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성언(成言)을 모두 볼 수 있고 신비하게 알아[神解] 꿰뚫어 사용할 수 있을까? 한번 밝은 법 이치가 담긴 진문(眞文)을 보고, 동쪽의 중국[東華]으로 돌아와 이를 전하여 성인의 교화를 떨치게 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한다면 곧 선현(先賢)의 높고 뛰어난 분들도 어찌 미륵부처님[彌勒佛]께 그 의문을 결택하려 하겠는가? 후진(後進)의 빼어난 영재들이 어찌 『유가론(瑜伽論)』에서만 생각을 두겠는가?
드디어 분발하는 마음으로 혼자 일어나 궁궐을 찾아가 표(表)를 올렸으나, 담당 관리가 통과시켜 주지 않았다. 이에 단번에 도성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여러 변방 나라를 널리 돌아다니면서 두루 말과 글을 배웠다. 그는 걷거나 앉아 있는 동안에도 찾아서 전수받은 것을 며칠 만에 통달하였다. 서방을 향하여 자리에 기대어 그 곳에 갈 적당한 시기를 생각하며 견문(見聞)하였다.
마침 정관(貞觀) 3년(629)에 서리가 내려 흉년이 들게 되자 나라에서는 명을 내려 도인이나 속인이나 풍년 든 곳을 찾아 사방으로 나가게 하였다. 그는 요행으로 이런 기회를 만나 곧바로 고장(姑臧)으로 갔으며, 점차로 돈황(燉煌)에 이르게 되었다. 천새(天塞)로 경유하는 길은 필요한 식량을 짊어지고 그림자를 좇아가니 앞길은 멀고 아득한 사막만이 보일 뿐 사람이 다니는 길은 끊어져 없었다. 경황없이 오직 운명에 맡기고 업보에 맡기면서 앞으로 나아가 길을 멈추지 않았더니 마침내 고창(高昌)의 경계에 이르게 되었다.
고창의 왕 국문태(麴文泰)는 불교를 믿고 있던 이였으므로 특히 예우하고 공양하였으며, 거기에 머무르면서 불법을 홍포해 주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현장이 서역으로 가야 된다는 것을 간절히 말하자 그는 마침내 서역으로 가는 것을 허락하면서 후하게 선물을 내려 그의 여행길의 양식에 충당하게 하였다. 그리고 전중시랑(殿中侍郎) 사환(史歡)에게 명하여 비단 5백 필과 과일 두 수레와 섭호가한(葉護可汗)에게 바칠 24통의 편지를 써 주었다. 굴지국(屈支國) 등 24국을 통과하게 하면서 매번 한 통의 편지와 비단 한 필씩을 주면서 신표(信表)로 삼게 하였다. 또한 역마(驛馬) 30필과 돌볼 사람 25인을 딸려 돌궐(突厥)의 섭호(葉護) 처소[衙所]까지 호송하게 하였다. 이는 대설산(大雪山) 북쪽에 있는 60여 나라가 모두 그들 부족이 거느리는 나라였으므로, 거듭 두루 연락하여 현장의 앞길을 열어 주게 한 것이다.
섭호가한은 마침내 그가 거느리는 여러 나라에 명을 내려서 현장에게 물자를 공급하며 잘 전송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차츰차츰 드디어 가습미라국(迦濕彌羅國)까지 도달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모두가 고창의 국문태왕[麴王]과 섭호가한이 베푼 힘 때문이었다.
현장은 5인도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스승과 이름 있는 명장(明匠)을 두루 찾아 배웠다. 오명(五明)과 4아함(四阿含)의 전(典)과 삼장(三藏)의 12전(筌)과 칠례(七例) 팔전(八轉)의 음(音)과 삼성(三聲) 육석(六釋)의 구(句)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미묘함을 다 마치고 마침내 그 오묘한 데까지 궁구하여 마쳤다.
처음 나란다사(那爛陁寺)의 대덕 사자광(師子光) 등은 『중론(中論)17)』과 『백론(百論)18)』의 종지를 세워 『유가론(瑜伽論)』 등의 이치를 깨뜨렸으므로 현장은 말하였다.
“성인들이 지은 논(論)은 끝내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다만 배우는 이들의 좇음과 등짐[向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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