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7권 17편
지승 지음
새로 여러 부(部)의 범본(梵本)이 도착하여 더욱 많아졌다. 그 가운데는 경도 있고 서책도 있어 내전(內典)과 외전(外典)이 다 있었는데, 어떤 책이라도 번역할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사나굴다를 역주(譯主)로 삼았다. 사나굴다는 이방(異方)의 문자와 특수한 풍속에 밝아 말을 운용한 데에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통역을 둘 필요가 없었으며, 내용을 이해하여 원만한 문구로 문장의 바탕을 이루었다. 그리하여 글 뜻이 대략 결정되면 곧 번역본이 이루어졌으므로 필수(筆受)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 주었다. 이것은 선대의 달사(達士)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5년(585)에 칙명으로 사나굴다는 바라문(婆羅門) 사문 야나갈다(若那竭多)와 개부(開府) 고공(高恭)의 아들 도독(都督) 천노(天奴)와 화인(和仁), 바라문 비사달(毗舍達) 등과 함께 승려와 속인 6인이 내사(內史)의 내성(內省)에서 범문으로 된 옛 글과 건문(乾文) 등을 번역하게 하였다. 그때 광제사(廣濟寺)에는 오직 나련야사(那連耶舍) 한 사람만이 경을 번역하였는데, 특별히 사나굴다에게 명하여 경을 겸해 번역하게 하였으므로, 양쪽을 갔다 왔다 하기를 12년 동안이나 하였다. 그리하여 번역한 글이 다 끝났을 때는 모두 2백여 권이나 되었다.
그때 나련야사는 이미 죽은 뒤였으므로 사나굴다에게 명하여 역주(譯主)가 되어 번역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대흥선사로 법석(法席)을 옮기어 다시 바라문 사문 달마급다(達摩笈多)를 불러들이고 아울러 고천노(高天奴)와 고화인(高和仁) 두 형제에게 명하여 함께 범어를 통역하게 하였다.
또 열 사람의 대덕 사문 승휴(僧休)ㆍ법찬(法粲)ㆍ법경(法經)ㆍ혜장(慧藏)ㆍ홍준(洪遵)ㆍ혜원(慧遠)ㆍ법찬(法纂)ㆍ승휘(僧暉)ㆍ명목(明穆)ㆍ담천(曇遷) 등을 더 두고 번역하는 일을 관장하게 하여 종지(宗旨)를 가려 정하게 하였다. 사문 명목(明穆)과 언종(彦琮)은 거듭 범본을 대조하여 다시 살피고 교감하여 글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사나굴다는 일찍이 이런 말을 전하였다.
“우전국(于塡國)의 동남쪽 2천여 리에 차구가국(遮拘迦國)이 있었다. 그 곳의 왕은 독실한 신자로 대승(大乘)을 공경하고 존중하여 궁중에는 『마하반야경(摩訶般若經)』과 『대집경(大集經)』과 『화엄경(華嚴經)』 등 3부의 경전 모두 10만 게송이 들어 있었다. 왕은 친히 이것을 수지(受持)하였다가 경을 펴서 읽을 때는 자물쇠를 열고 향과 꽃으로 공양하였다. 또 도량 안을 갖가지 것으로 장엄하고 여러 소왕(小王)들을 불러내어 들어가서 예배하게 하였다. 이 나라의 동남쪽으로 20여 리를 가면 바위가 몹시 험준한 산이 있는데, 그 곳에는 깊고 청정한 굴이 있었다. 그 속에 『대집경』ㆍ『화엄경』ㆍ『방등경』ㆍ『보적경(寶積經)』ㆍ『능가경(楞伽經)』ㆍ『방광경(方廣經)』ㆍ『사리불다라니경(舍利弗陁羅尼經)』ㆍ『화취다라니경(華聚陁羅尼經)』ㆍ『도살라장(都薩羅藏)』ㆍ『마하반야경(摩訶般若經)』ㆍ『팔부반야경(八部般若經)』ㆍ『대운경(大雲經)』 등 12부의 경전을 안치하였는데, 모두 10만 게송이었다. 그래서 국법을 서로 전하여 이곳은 방위하고 수호하게 하였다.
또 이곳에는 멸진정(滅盡定)에 든 세 아라한이 이 굴 안에서 선정에 들고 있는데, 매월 보름이 되면 여러 스님들이 그 산으로 가서 머리를 깎아 주었다. 이들은 곧 인법(人法)8)을 주지(住持)하는 사람들로서 중생들이 의지하고 힘을 얻는 대상이기도 하였다.”
사나굴다는 도의 성품이 순후하고 정신과 지조가 강인하고 방정하였으며, 덕을 사랑하는 데에 싫어함이 없었고 법을 구하는 데에 게으르지 않았다. 널리 삼장(三藏)의 법을 듣고 멀리 진실한 종지를 추구하였으며 오명(五明)을 두루 배웠으며, 아울러 세론(世論)도 익혔다. 경행(經行)하며 도량(道場)의 운치를 얻었고 총지(摠持)9)와 신주(神呪)10)의 이치를 통달했으며, 시종 삼의(三衣)11)와 일식(一食)으로 일관하면서 중생을 인애(仁愛)로 구제하고 널리 교유하였으니, 이는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불경을 외우되, 늙을수록 더욱 독실하였으며, 타고난 기억력으로 옛 학문을 알아 오래될수록 더욱 조예가 깊어졌다. 이에 사민(士民)이 우러러 존중하고 도속(道俗)이 공경하고 숭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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