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8권 2편
지승 지음
사문 파라파가라밀다라는 당(唐)나라 말로 번역하면 명지식(明知識)이라고 하며, 간략하게 말하여 붕우(朋友)라고 부른다. 혹은 다른 이름으로 파파(波頗)라고 하기도 하는데, 번역하면 광지(光智)라고 하며 중인도 사람이다. 본래 찰리왕(刹利王) 종족으로 성(姓)은 찰제리(刹帝利)이다. 열 살 때에 출가하여 스승을 따라 배우고 익혀서 10만 게송이 담긴 1낙차(洛叉:10의 다섯 제곱)의 대승경을 외웠다.
구족계를 받은 뒤에는 곧 율장(律藏)을 배워 계망(戒網)에 통달하고 마음으로는 선사(禪思:禪定)를 즐겼다.
또 뛰어난 대덕을 따라 선정의 업을 닦고 익히면서 계속 그 과업에 전념하다가 12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남방을 유행(遊行)하였다. 그 후 마가타국(摩伽陁國)의 나란타사(那蘭陁寺)에서 계현(戒賢) 논사가 『십칠지론(十七地論)』을 왕성하게 널리 펴고 있는 것을 만났다. 그는 이 법문을 듣고 채집하였는데, 이 논에는 소승의 가르침도 밝히고 있었다. 그러므로 또 1낙차(洛叉)나 되는 소승의 여러 논의 게송을 외우게 되었다.
파파는 식견과 도량이 화통하고 민첩하였으며, 인품[器宇]이 높고 깊었다. 안팎의 학문에 널리 통달하고 대승ㆍ소승을 모두 정밀하게 연구한지라 부처님의 등불을 전하는 교수(敎授)로서 동료들의 추앙을 받았다. 교화를 받은 문인들에는 반야인다라(般若因陁羅)와 발마(跋摩) 등이 있어 학문의 공부로 공훈을 세우고 깊이 의망(義網:불경의 내용)에 통달하였다. 그가 가르쳤던 문도들은 서로 이어 본국에서 교화를 폈으므로 그 곳의 임금과 대신들이 공경하고 존중하였다.
다만 출가한 불자들은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섯 달에 한 번은 거처를 옮기는 것이라 인연에 맡겨 거처를 정하였다.
북쪽의 적(狄)족은 탐욕스럽고 사나워 바른 법을 아직 알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법은 사람의 힘을 빌려 넓히는 것인지라, 과감히 그들에게 교화를 전하고자 마침내 승려와 속인 열 사람과 함께 차츰 북쪽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서쪽으로 면한 가한섭호(可汗葉護)의 관아(官衙)가 있는 곳에 도달하여 불법으로 훈도하기에 힘썼다. 그런데 한 번도 열흘 이상 한 곳에 머무르지 아니하였다. 특별히 융(戎)족의 왕은 신심이 깊었으므로 날마다 20인분의 식량을 공급하였으며, 아침 저녁으로 공경하면서 받들었다. 동료 승려와 속인들도 진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복이 생기자 공경이 날로 더해져서 전보다 대우가 배나 더하였다.
무덕(武德) 9년(626)에 고평왕(高平王)이 서번(西蕃)으로 사신을 보내 왔으므로 이로 인해 서로 만나게 되었다. 그 곳의 풍화(風化)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장차 동쪽으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섭호(葉護)의 임금과 신하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연모하여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고평왕이 이 사실을 황제에게 상소하여 아뢰자 황제는 칙명을 내려 불러들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고평왕과 함께 황제를 알현하게 되었다.
정관(貞觀) 원년 정해(丁亥, 627) 11월 20일에는 장안에 도달하여 황제의 명으로 대흥선사(大興善寺)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석문(釋門 : 불교)의 영특하고 통달한 스님들은 그를 찾아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예전부터 가르침으로 전해 온 말뜻을 아직 깨우치지 못한 이가 있으면 모두가 그에게 그 종지의 실마리를 물어 보았고, 그의 같고 다른 점을 총괄하여 안으로 헤아리고 밖으로 고집하는 것을 손바닥 가리키듯 시원하게 풀어 설명하였다. 그리고 따지고 묻는 일에 서로 응수하여 내용을 헤쳐 풀되 막히는 일이 없었다. 이에 상소를 올려 나라에 아뢰자 내전(內殿)으로 인견(引見)하는 특전을 입게 되어 몸소 불법의 진리를 전하면서 불법을 선양하는 데에 어김이 없었다. 황제는 비단 40필을 하사하고 아울러 궁중에 헌납한 새 옷 한 벌을 하사하였다. 또한 함께 온 다섯 스님들에게는 식료의 공급을 더해 주면서 자주 위문하고 힘써 대접함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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