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8권 15편
지승 지음
“경전에서 말씀하지 않았는가? 무릇 출가한 사람은 무위의 법[無爲法]을 닦아야 한다 하였거늘, 어찌 늘 아이들처럼 장난만 치고 있겠는가? 그러면 부질없이 백 년의 세월만 허송하게 된다네.”
그때 그 절에는 경(景)법사가 『열반경』을 강설하고 있었는데, 현장은 책을 잡고 잠시도 떼지 않다가 마침내 침식(寢食)까지 잊어버렸다. 또 엄(嚴)법사에게서 『섭대승론(攝大乘論)』을 배웠는데, 한 번 들으면 다 알아버려서 두 번 다시 볼 필요도 없었다. 그때의 나이가 열세 살이었다.
그 후에 수(隋)나라가 정권을 잃게 되어 천하가 들끓게 되자 그들 형제는 서로 손을 이끌고 경읍(京邑)으로 가서 장엄사(莊嚴寺)에 머물렀다. 이때가 바로 무덕(武德) 원년(618)이었다. 나라의 기초를 처음 다지는 시기라 병사와 무기가 아직도 설치던 때였으니 경읍에서는 아직 경을 강설하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면촉(綿蜀) 지방에서는 법사(法事)가 매우 왕성하였으므로, 마침내 형을 따라 자오곡(子午谷)을 지나 한천(漢川)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공(空)ㆍ경(景)의 두 법사를 만나 한 달 남짓 머무르면서 그 분들에게서 수학하였다. 이어 형과 함께 성도(成都)로 나아갔는데 여러 대덕(大德)들이 모여 크게 법연(法筵)을 베풀고 있었다.
여기에서 다시 기섬(基暹)에게 『섭론(攝論)』과 『아비담(阿毗曇)』을 들었다. 그의 도(道)는 가전연(迦旃延)의 논의(論議)를 진작시켰으므로 공경하며 시간을 아끼면서 2ㆍ3년 동안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힘써 궁구하여 모든 부(部)를 통달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 다 차서, 곧 그 무덕 5년(622)에 성도(成都)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여름 안거(安居) 동안에는 5편(篇) 7취(聚)의 율의 종지를 배웠으며, 한 번 훑어보면 이를 터득하였다.
이에 현장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학문이란 경유하는 영역이 먼 것을 귀히 여기고, 내용은 소통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한쪽 방면만을 연구하고 우러르는 것은 아직 깊은 이치의 탐구를 다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마침내 촉(蜀)으로부터 형주(荊州)에 이르러 선덕(先德)을 묻고 찾았다. 이리하여 점차로 상주(相州)까지 이르러 혜휴(慧休)법사에게로 나아가 의심나고 걸려 있던 것을 캐어물었다. 그 다음에는 조주(趙州)에 도착하여 도심(道深)법사를 뵙고 『성실론(成實論)』을 배웠다. 또 장안(長安)으로 들어가 대각사(大覺寺)에 머물러 있으면서 도악(道岳)법사에게로 나아가 『구사론(俱舍論)』을 배웠는데, 모두 한 번만 들으면 그 뜻을 다 알아버렸고, 경의 목록만 보면 마음속에서 다 기억하였다. 비록 오랫동안 배운 늙은 사람도 그보다는 더 잘 알지 못하였다. 그는 깊은 이치를 찾아서 심오한 데까지 이르게 하고, 미세한 곳까지 열어 숨어 있는 뜻을 발견하였다. 그러므로 보통사람들로서는 이르지 못할 바였다. 이렇게 홀로 오묘한 뜻을 깨달아 아는 것이 실로 하나의 이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때 장안에는 법상(法常)ㆍ승변(僧辯) 두 법사가 있었는데, 그 분들은 서울에서도 높은 법장(法匠)이었으므로, 현장은 그 스님들에게 나아가 묻고 수학하였다. 그러나 그가 지닌 깊은 재주는 역시 하나를 들으면 다 알았으므로, 그 두 대덕은 모두 몹시 탄복하면서 현장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가히 우리 불문[釋門]의 천리마(千里馬)로다. 다시 지혜의 해[慧日]를 밝히는 것은 그대의 몸에 있구나. 우리들은 노후한 몸이라 못 보게 될 것이니 그것이 한스럽구나.”
이로부터 배우는 이들은 그를 달리 보았고, 그의 명예는 온 서울에 가득 찼다. 또 복야(僕射) 벼슬에 있던 송소우(宋簫瑀)는 그가 세속을 벗어난 영민(穎敏)한 사람임을 존경하여 나라에 진언하여 장엄사(莊嚴寺)에 머무르게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본래 그가 뜻하는 바가 아니었으므로, 그의 마음은 세상 밖에 머물고 있었다. 이에 또 스스로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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