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57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53권

by Kay/케이 2024. 9. 24.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53

 

불본행집경 제53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4. 우타이인연품 ②

이때 수두단왕(輸頭檀王)은 자기 궁 안의 모든 권속들을 거느리고 그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또 실달 태자 궁 안의 모든 권속들과 궁 밖의 권속들, 그리고 석가족 동자들과 대신들과, 또한 네 가지 병사들과 백관대신들과 장수들, 거사들과 성읍 취락의 장자들과 연로한 이들을 거느리고 또한 그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대왕의 위엄과 세력을 드러내고 대왕의 신덕(神德)의 자재로움을 떨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모든 종친의 무리와 군사들이 전후 좌우에서 왕을 호위하였는데, 이때 석가족의 무리들은 전부 9만9천 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가비라성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함께 여래를 보기 위해 성을 나섰다.
이때 세존께서는 멀리서 수두단왕이 수많은 대중들에게 에워싸여 오는 것을 보시고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가 만약 저 분을 보고 일어나 맞지 않으면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이 어찌 계행의 과보가 있는 사람인가, 어찌하여 부왕을 보고도 일어나 맞지 않는가?> 할 것이다. 또 내가 이제 부왕과 대중들을 보고 일어나 맞으면 그들에게 한량없는 큰 죄를 짓게 할 것이며, 그렇다고 내가 지금 그 위의를 가지고 그대로 있으면 저들은 나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여래께서는 이러한 세 가지 생각을 하였으며, 이런 세 가지 인연이 있음을 알고서 이와 같이 세 가지 이치를 헤아린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신통력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하여 허공에서 경행(經行)하며 오가기도 하고
서거나 앉기도 하고 눕거나 잠들기도 하였으며 몸에서 연기를 내거나 불꽃을 내뿜기도 하였고 모습을 감추거나 나타내 보이기도 하는 등 온갖 신통 변화를 보이셨다.
또 가비라성에는 성을 지키는 신(神)과 문을 지키는 신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수두단왕 앞에서 허공으로 날아 올라,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고서 한쪽에 물러나 서서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처음 출가하시던 날
야차와 모든 신들이 문을 열었고
비사문천왕들이 길을 안내하였으니
세존은 이 큰 공덕의 그릇이네.

여래가 당시 성문을 나설 때
발심하여 이런 큰 서원을 세웠습니다.
만약에 모든 마군을 항복받지 못하면
다시는 이 성안에 들어오지 않으리라.

그 소원이 이미 모두 이루어졌으니
세존은 모든 마군을 항복받았고
보리의 위없는 도를 증득하셨으니
옛날의 서원은 다 이루셨습니다.

장부는 복을 위해 세상에 나셔서
이미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셨고
모든 친척들을 가엾게 여기셔서
이제 이 성으로 돌아오셨네.

이때 수두단왕은 멀리서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허공에 날아올라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시는 것을 보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적 실달 태자는 집을 버리고 출가하더니, 이제 대선인(大仙人)이 되었고 큰 위덕과 큰 신통력을 갖추었구나.’
수두단왕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올라탔던 말에서 내려 부처님 처소까지 걸어갔다. 수두단왕은 점차 부처님 가까이에, 부처님도 공중에서 점점 내려와 수두단왕이 부처님 처소에 다 왔을 즈음 본래 앉았던 곳에 내려 서셨다.
그때 수두단왕은
부처님 머리 위에 천관(天冠)이 없고 수염을 깎았으며, 몸에 가사를 입은 모습을 보자, 자식을 사랑하는 까닭에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왕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으나 이내 얼굴 가득 눈물 범벅이 되어 구슬프게 울면서 땅에서 뒹굴었다. 그러자 석가족 9만 9천 명과 내외의 모든 권속들도 기절하고 땅에서 뒹굴고 눈물을 흘리고 슬프게 울면서 말할 수 없이 괴로워하였다. 그 대중들은 게송을 읊었다.

대왕이 대중을 거느리고 부처님께 오셨네.
부왕은 세존을 보고 말도 나누지 못하였네.
왕은 아들이라 부르려다 말하지 못하고
비구라 하려다 그것도 못하였네.

왕은 여래의 사문 모습을 보자
스스로 일산 밑에서 부끄러워하다가
길게 입에서 열기(熱氣)를 토하고
기절하여 땅에 쓰러져 중얼거리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선정에 들어
마치 멀리서 온 목마른 사람이
물을 보고는 이내 다시 목말라하는 듯한
이 같은 왕의 괴로움을 바라보셨네.

이때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 석가족 사람들은 아만심이 크고 잘난 척하며 제 멋대로 군림한다. 만약 이들이 머리를 바닥에 대고 나에게 절을 한다면 그들은 이내 게으른 마음을 일으킬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몸을 솟구쳐 땅에서 한 길 높이에 머무셨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셨다.
‘내가 이제 땅에서 약간 떨어져 있으니, 이들은 응당 몸을 굽혀 절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왕과 권속들의 교만한 마음 아시고
허공으로 날아올라 한 길 높은 곳에 계셨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가엾게 여겨서
부처님께서는 허공 중에 머무르시네.

이때 수두단왕은 땅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게송을 읊었다.

내 지금 진여존(眞如尊)께 세 번 절하였으니
처음 태어났을 때 부처님 발에 절하였고

그 옛날 점치던 이들이 궁에서 수기하기를
나무 아래 앉으면 그늘이 몸을 덮어주리라 하였네.

오늘 첫 번째 행을 뵙자니
얼굴이 깨끗하여 꽃이 만개한 것 같아서
내 마음 크게 기쁘게 하네.
그리하여 지금 다시 세 번 절을 하네.

이렇게 수두단왕이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자 차례로 두 번째 궁전의 권속들도 절을 하였고 다음에 모든 권속들 또한 부처님 발에 절을 올렸고, 석가족의 동자들과 좌우에서 모시던 신하들과 장수들과 문무백관 대신들도 차례로 절하였고, 이름 있는 가문의 거사들도 부처님 발에 절하였고 이어서 장자들과 모든 원로들 또한 절을 하였다.
그런데 부처님께 깊고 미묘한 법이 있었는데 다만 대중들이 아직 크게 기뻐하고 목마르게 갈망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아직도 희유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을 내지 않으므로 그것을 염려하여 아직은 이런 법을 설하지 않으셨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대중들에게 크게 기쁜 마음과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게 하고자 신통력으로 공중에 날아올랐다. 땅에서 1다라나무 높이만큼 동쪽 허공에 머물러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내었다. 그 신통이란 곧 한 몸이 여러 몸으로 나뉘고, 많은 몸이 한 몸으로 합치고, 아래로 내려 옆으로 가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고, 아래서 위로 오르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석벽과 산으로 앞이 막혔어도 걸림 없이 지나가고, 마치 물 속으로 들어가듯 땅으로 들어가고, 대지를 밟듯 물을 밟으며 걸었고, 허공에서 가부좌를 맺고 편안히 앉되 흔들리지 않았으며, 새처럼 허공에서 자유롭게 경행하였고, 몸 위로 연기를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니 거대한 불덩이 같았고 해와 달과도 같았으며, 큰 위덕이 있고 큰 신통력이 있어
눈부시게 광명이 넘쳤고, 어떤 때는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고 키가 커져서 범천에까지 이르는 등 이처럼 온갖 신통 변화를 나타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러한 일을 보이신 뒤에 다시 다음과 같은 대조가 되는 신통을 나타내셨으니, 이른바 여래께서는 몸을 반으로 나누어 하반신에서는 연기를 내고 상반신에서는 불을 내셨고, 반대로 상반신에서는 연기를 내고 하반신에서는 불을 내셨다.
또 여래께서는 몸의 왼쪽으로는 불을 내고 오른쪽으로는 연기를 내었으며, 몸의 오른쪽으로는 불을 내고 왼쪽으로는 연기를 내셨다.
여래께서는 또 몸을 반으로 나누어 하반신에서는 연기를 내고 상반신으로는 맑고 찬 물을 내었으며 여래께서는 또한 하반신으로는 맑고 찬 물을 내고 상반신으로는 연기를 내었다.
여래께서는 또 몸의 왼쪽으로는 연기를 내고 오른쪽으로는 맑고 찬 물을 내었고, 잠깐 사이에 몸의 오른쪽으로는 연기를 내고 그 왼쪽으로는 찬 물을 내었다.
여래께서는 또 몸의 하반신에서는 불길을 내었고 상반신으로는 차디찬 물을 내었으며, 상반신에서는 불길을 내고 하반신으로는 맑고 찬 물을 내셨다. 또 여래께서는 몸의 왼쪽으로는 불을 내고 또 오른쪽으로는 맑고 찬 물을 내셨다.
여래께서는 몸의 왼쪽에서는 불을 내고 오른쪽으로는 맑고 찬 물을 내었고, 오른쪽으로는 맑고 찬 물을 내고 왼쪽으로는
불꽃을 내뿜었다.
여래께서는 온몸 가득 불을 내되 두 눈 사이로는 맑고 찬 물을 내었으며, 혹은 눈 사이로는 불길을 내면서 온몸으로는 맑고 찬 물을 내셨다.
여래께서는 또한 하반신만을 나타내되 상반신은 보이지 않게 하시면서 설법을 하셨고 또는 상반신만을 보이시고 하반신은 보이지 않으면서 법을 설하기도 하셨다.
여래께서는 또다시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 모든 털구멍으로 갖가지 빛을 내셨으니, 이른바 파란빛의 광명, 노란빛의 광명, 붉은 빛의 광명, 흰 빛의 광명, 풀빛의 광명, 파리(頗梨) 빛깔의 광명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또 땅에서 1다라나무 높이의 허공으로 날아올라 신통을 나타내기도 하셨고 혹은 2다라나무 높이로, 혹은 3ㆍ4ㆍ5, 혹은 7다라나무 높이의 허공에 머물러 신통을 나타내 보이셨는데 곧 한 몸이 여러 몸으로 나뉘고, 내지 파리 빛깔의 광명을 나타내 보이는 등의 온갖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보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또 남쪽에서 몸을 나타내어 서쪽으로 땅에서 1다라나무 높이의 공중에 머물러 온갖 신통 변화를 지으셨으며, 세존께서는 다시 서쪽에서 몸을 숨기고 북쪽으로 1다라나무 높이의 공중에 머물러 온갖 신통
변화를 나타내셨으니 곧 한 몸이 여러 몸으로 나뉘고 내지 파리 빛깔의 광명을 나타내 보이는 등의 신통변화였다. 그와 같이 나머지 각각의 방위에서도 또한 그렇게 허공을 타고 올라 땅에서 7다라나무 높이의 허공에 머물러 한 몸이 여러 몸으로 나뉘고 내지 파리 빛깔의 광명을 놓는 등의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 보였다.
그때에 대중들은 부처님의 이런 신통을 보고 곧 부처님께 크게 기쁜 마음과 믿고 공경하며 희유한 마음을 내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대중들이 희유하게 생각하며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켰음을 알고서 허공에서 내려와 대중들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그들을 위하여 차례로 법을 설하셨다.
그 말씀하신 법이란, 이른바 중생들이 오래도록 번뇌 가운데 있으므로 이 말을 듣는 사람에게 싫어서 버리려는 생각을 내게 하기 위하여,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을 행하여 좋은 곳에 나도록 권하고, 애욕과 유루(有漏) 등을 싫어하여 버리고 번뇌에서 벗어나도록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출가의 공덕을 찬탄하고 또 해탈하는 이런 법이 있음을 찬탄하셨다. 여래께서 이런 모든 법을 설하실 때 그 대중들은 크게 기뻐하는 마음과 뛰노는 마음과 부드러운 마음을 일으키고 밖에 없는 마음을 얻었음[得無外心]을 아셨다.
이때 세존께는 또한 모든 부처님께서 거두어들이는 법이 있었으니, 그것은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 등의 법이었다. 그리하여 그 대중을 위하여 방편을 나타내어 말씀하시고 환히 펴서 나타내어 보이시자, 한량없는 백천 만억의 무리들은 곧 그 자리에서 멀리 티끌과 때[垢]를 여의고 더 이상 번뇌가 없이 모든 맺힘을 끊고 법의 눈이 청정해졌으며, 모든 집기한 법[集法]은 모두 다 멸하는 것이라고 하는 사실 그대로 이해하는 지혜를 얻었다.
비유하자면 깨끗하고 때가 묻지 않은 옷에 여러 가지 색깔을 물들이려고 하면 그 염료의 빛깔로 물이 잘 들듯이, 이처럼 법을 설하고 나자 그 자리에 있던 한량없고 끝없는 백천 만억 대중들은 모두가 앉은자리에서 멀리
티끌과 때를 버리고, 더 이상 번뇌가 없이 온갖 맺힘을 끊어 법의 눈이 청정해졌으며, 나아가 모두 멸하는 것임을 사실 그대로 깨달았던 것이다. 대중들은 스스로 모든 법을 보고 모든 법을 얻었으며 모든 법을 증득하고 모든 법을 깨우쳐 들어가서 온갖 의심들을 이미 건너고 모든 미혹을 멸하여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으며 더 이상 두려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자신이 태어나는 인연을 모두 멸하였다. 이와 같이 안 뒤에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여 우바새 5계의 법을 받았다.
그러나 수두단왕은 자식을 사랑하는 번뇌 그물에 덮인 까닭에 끝내 과[果]를 얻지 못하고 세존 앞에 앉아서 애처로운 음성으로 구슬프게 흐느끼며 이런 게송을 읊었다.

그대는 옛날 7보관을 머리에 썼는데
아름답고 화려하던 그것은 어디 버렸소?
또 상투에 있던 밝은 구슬도 버려서
맨머리에 모양새가 흐트러지니 위엄이 없구나.

예전에 입었던 가장 좋은 가시(迦尸) 옷도
그대는 지금 어느 곳에 버리고
내 사랑하는 아들이여, 이렇게 추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왜 입고 있소?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

대왕이여, 노사(奴師)라는 이름의 나라가 있어서
나는 그곳에 천관(天冠)을 버렸습니다.
마음속 교만을 없애 버리기 위해
또 저 감로의 법문을 증득하기 위해

여러 색으로 물든 가사를 입으려고
나는 그 가시 옷을 버린 것입니다.
가사를 몸에 입고 난 뒤에
나는 위없는 미묘한 보리를 증득하였습니다.

그러자 수두단왕은 여래를 향해서 게송으로 물었다.

내 일찍 궁전에서 백 가지 원을 빌어서
자식을 낳으면 전륜왕 되기 바랐는데
이제 머리를 깎고 발우 든 모습을 보이니
아들이여, 나에게 어느 것이 나은지 말해 주오.


세존께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답하였다.

전륜왕은 만 가지 얻어도 마음에 흡족할 줄 모르고
비록 수명은 길다해도 자재롭지 않습니다.
내 마음은 자재하여 끝이 없거늘
자식이 전륜왕 되기 바람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수두단왕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물었다.

그대는 예전에 7보가 박힌 가죽신을 신고
온갖 부드러운 이부자리를 깔았으며
궁전이며 누각에서 편안히 살았고
머리 위로는 흰 일산을 받들었으며
발바닥도 연꽃처럼 부드럽고 깨끗하였는데
자갈과 가시밭 길 어떻게 걸었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답하였다.

내 이제 일체를 두루 아는 세존이 되어
모든 법에 물들지 않으니 연꽃과 같습니다.
모든 유(有)를 다 버려 애착이 없고
나는 지금 온갖 번뇌 없어졌습니다.

수두단왕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물었다.

옛날 궁전에서 전단향과
온갖 향을 써서 달처럼 청량하였고
수시로 이 향을 그대 몸에 바르고
온몸에 두루 문지르면 편안해졌소.

지금은 초여름 가장 더운 때요.
홀로 나무숲을 거닐며 고행하니
옛날 궁전에서는 아름다운 소리들이 있었는데
이제 채녀(婇女)들도 없으니 누구와 즐기리.

세존께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답하였다.

내게는 청량한 물이 담긴 법의 연못 있어
지혜로운 이 찬탄하는 근심 없는 곳입니다.
공덕의 보배 못에 몸을 씻으며
물에 빠지지 않고 저편 언덕에 이르렀습니다.

수두단왕이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옛날 궁전에선 가시 옷을 입고
연꽃과 첨복향(瞻蔔香)을 몸에 쐬었고
부드럽게 접은 꽃을 옷 속에 넣었으며
석가의 궁전에 앉았으면 위엄이 빛났는데

지금은 거칠고 성긴 분소의(糞掃衣)와
나무 껍질에 물들인 그런 것을

겨우 몸에 걸치니 부끄럽지 않소?
그대 대장부여, 혐오스럽지 않소?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의복과 이부자리, 온갖 좋은 음식들
지난날 나는 모두 탐내었지만
아름답고 어여쁜 욕망의 대상들을
이제 바른 생각으로 모두 버렸습니다.

수두단왕은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말하였다.

그대 예전에 궁중에서는 7보 그릇과
금과 은으로 만든 소반이며 책상을 썼고
갖가지 반찬들은 달콤한 맛을 지녀
모든 왕족들이 달게 먹었는데

이제 차고 덥고 시고 떫은 것
묘하지 않고 맛없는 것을 어떻게 먹으리.
어찌하여 이런 음식 싫어하지 않으며
냄새 나고 꺼림칙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답하였다.

내 전하여 듣자니 과거와 현재나
또 미래의 모든 성자들은
거칠고 쓴 것을 즐겨 먹는데
세간을 가엾이 여겨서 꺼리지 않는다 합니다.

수두단왕이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지난날 우리 궁중에 있을 때
침상이며 방석은 모두 미묘하고 부드러웠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 비길 데 없는 것이었고
기분 좋게 베개를 의지하니 싫은 것들이 없었는데

지금 딱딱한 맨땅 위에서
온갖 풀과 나무 잎만을 깔고 있으니
어찌하여 누워 자면서도 꺼리는 마음이 없소.
부드럽던 몸이 상처입지는 않겠소.

이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 이제 모든 자재로운 지혜를 얻어
일체 고뇌를 다 해탈했으며
모든 괴로운 번뇌 가시도 빼내었으므로
세상을 가엾게 여기는 까닭에 싫어하지 않습니다.

수두단왕이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말하였다.

그대가 지난날 집에서 향락을 누릴 때
온갖 아름다운 꽃이 땅에 뿌려졌고
방 안엔 바람도 없이 등불이 밝았으며
또 누각의 모든 창문도 튼튼하였고

꽃다발과 영락으로 치장한 여인들은
아름답기가 전륜왕의 여인들과 다르지 않았고
말씨도 곱고 서로 잘 어울리며
그대를 우러러보고 순종하지 않았던가?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부왕이여, 내 이제 새로운 행을 배웠으니
미묘한 모든 하늘의 범행(梵行)입니다.
나는 마음의 자재로운 행을 얻어서
내 마음대로 모두 다 행합니다.
수두단왕이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을 향하여 말하였다.

마치 제석천왕이 하늘에서 그러하듯
그대가 궁에서 살 때에도
북과 비파와 공후의 음악 소리들과
미묘한 노래가 그대 잠을 깨웠소.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수다라와 게송[祇夜]이 아름다운 소리 내어
여의(如意)한 해탈로 지금 나를 깨웁니다.
내게는 청정한 수행을 함께하는 벗들이 있으니
대왕이여, 나는 이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수두단왕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말하였다.

대지와 모든 산천을 항복 받고
족히 천 명이나 되는 아들을 거느릴 수 있는데
아름다운 칠보를 모두 버리고
어쩌자고 이런 사문행을 행하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지혜 삼매는 나의 대지(大地)요,
천 가지 선정은 내 아들이며,
7각지가 바로 보석이니
대왕이여, 나는 이미 모두 얻었습니다.

수두단왕이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난날 잘 조련된 말에 멍에를 매었으니
그 수레는 온갖 보배로 장엄하였고
희고 깨끗한 일산으로 몸을 덮었으며
청정한 유리 자루의 불자(拂子)를 썼었소.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수두단왕에게 대답하였다.


내 정근(正勤)으로 네 필의 말을 삼았고
지혜와 부끄러움이 수레가 되며
정진은 날쌘 말이니 그 위에 올라타고서
나는 근심 없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수두단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는 집에 있을 때 건척(揵陟:말 이름)을 탔으니
그 몸은 눈부시게 희고 청정하며 뛰어났고
온갖 보배로 안장을 꾸몄으니
이런 말을 타고 마음대로 다니지 않았던가?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왕에게 답하였다.

대지에 흔히 있는 온갖 말들을
세간의 무수한 사람들이 타지만
그들은 모두가 항상하지 않음이 정한 이치라
이렇게 관찰하고 마음대로 신통을 부립니다.

수두단왕이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난날 궁내에 있을 때
전각이 천궁과 다름이 없었고
칼과 활을 든 대중들이 보호하였으며
몸에는 매우 촘촘하고 아름다운 갑옷을 입었는데

이제 그대는 숲에서 보호해주는 자도 없이
야차와 나찰이 나올까 무서운 곳에
어둔 밤에 온갖 짐승도 울텐데
어째서 이런 두려움 없다는 생각을 내는가.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왕에게 답하였다.

모든 야차들과 비사차 귀신들,
여러 무서운 짐승들과
어두운 밤에 숲에서 지내더라도
나의 털 끝 하나 건들지 못합니다.

다른 소리를 두려워 않으니 사자와 같고
끈으로도 얽어맬 수 없으니 바람과 같으며
또한 연꽃이 물 묻지 않듯이
나는 세상에 살아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습니다.

이때 장로 목건련(目揵連)과 장로 마하가섭(摩訶迦葉)ㆍ장로 우루빈라(優樓頻螺)가섭ㆍ나제(那提)가섭ㆍ가야(伽耶)가섭ㆍ우파사나(優婆斯那)ㆍ마하구치라(摩訶俱郗羅)ㆍ촌타(村陀)ㆍ이파다(離波多) 등 한량없는 대중들이 부처님 좌우에 앉아 있었는데 그 여러 대덕들은 고행했기 때문에 몸에 정기와 빛이 없고 매우 피로하여 몰골이 수척하고
광택이 없고 기력이 다 하여서 마치 힘줄과 껍질만이 그 형체를 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수두단왕은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여, 지금 세존의 오른편에 앉은 이 사람들은 어디서 와 출가한 사람들이오?”
이때 부처님께서는 금색의 팔을 펴서 수두단왕에게 그 낱낱 비구들을 가리키며 왕에게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이 사람은 사리불이요, 이 사람은 마하가섭이요, 이 사람은 바로 우루빈라가섭이요, 이 사람은 나제가섭이요, 이 사람은 가야가섭이요, 이 사람은 우파사나요, 이 사람은 이파다요, 이 사람은 다른 이파다인데, 이 사람들은 모두 마가다국 대성(大姓) 바라문 종족들입니다.”
수두단왕은 또 부처님께 물었다.
“지금 세존의 왼편에 앉은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이며, 어디서 나와 세존에게 출가하였소?”
부처님께서는 또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바로 마하목건련(摩訶目揵連)이요, 이 사람은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이요, 이 사람은 마하구치라(摩訶俱郗羅)요, 이 사람은 마하순타(摩訶純陀)인데, 이 사람들은 또한 마가다 촌읍의 아주 큰 가문의 자제들입니다.”
그렇지만 수두단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울적하여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아들은 그야말로 세력 있는 큰 가문의 찰리 젊은이로서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보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싫어하지 않았으니 마치 황금상과도 같았다. 그런데 이런 큰 가문의 찰리 젊은이는 찰리 족성의 젊은이들이 에워싸야만 하며 이것이 법도에 맞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
이 일을 이루고자 하여 곧 자리에서 일어나 궁으로 돌아갔다.

55. 우바리인연품(優波離因緣品) ①

수두단왕이 환궁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청년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을 우바리(優波離)라 하였다. 그가 대중 앞으로 나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그러자 우바리 청년의 어머니가 아들의 손을 잡아당겨 부처님을 우러르면서 이렇게 외쳤다.
“이 우바리가 세존을 위하여 머리를 깎아 드리려 합니다.”
그리하여 우바리는 곧 부처님의 머리를 깎았다. 그때 우바리의 어머니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우바리가 머리를 잘 깎습니까,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우바리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비록 머리는 잘 깎지만 몸을 너무 낮추었구나.”
그러자 우바리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우바리야, 너는 부처님의 머리를 깎으면서 몸을 너무 낮추어 세존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아라.”
그때 우바리는 곧 초선(初禪)에 들었다.
그러자 우바리의 어머니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우바리가 머리를 잘 깎습니까,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그의 어머니에게 이르셨다.
“비록 잘 깎기는 하나 그 몸을 너무 꼿꼿하게 세웠구나.”
우바리의 어머니가 다시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우바리야, 몸을 너무 꼿꼿하게 세워서 세존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아라.”
이때 우바리는 제2선(第二禪)에 들었다.
그러자 우바리의 어머니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우바리가 머리를 잘 깎습니까,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우바리의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비록 또 잘 깎기는 하나, 숨을 들이쉬는 것이 너무 심하구나.”
우바리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부처님의 머리를 깎아 드리면서 그렇게 숨을 들이쉬기를 많이 하여 세존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아라.”
그러자 우바리는 곧 제3선(第三禪)에 들었다.
이때 우바리의 어머니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우바리가 머리를 잘 깎습니까,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그녀에게 대답하셨다.
“비록 잘 깎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숨을 내쉬는구나.”
우바리의 어머니는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부처님의 머리를 깎아 드리면서 그렇게 숨을 너무 많이 내쉬어서 세존을 어지럽히지 말아라.”
이때 우바리 동자는 제4선(第四禪)에 들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빨리 우바리 손에서 삭도(削刀)를 받아라. 그가 땅에 쓰러지지 않게 하여라. 왜냐 하면 이 청년은 이미 4선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우바리의 어머니는 곧 아들의 손에서 삭도를 받았다.
바로 그때 수두단왕은 가비라성에 들어가서 모든 석가족들을 궁전 앞 뜰에 불러 모아서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 석가족들은 명심하라. 나의 태자 실달이 출가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었을 것이요 그렇다면 너희
석가족들은 또한 섬겨 받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출가하여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성취하였고,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며 인간과 천상 가운데 가장 높은 이가 되었다. 그는 찰리족의 왕자로서 그 모습이 아름답기가 황금상과 같아서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는 이제 바라문 종족들을 제자로 삼아 좌우에서 호위를 받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찰리 석가족 왕자는 찰리 석가족이 호위함이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자 모든 석가족들이 다 함께 수두단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그럼 지금 저희들이 가장 먼저 무슨 일을 해야 하겠습니까?”
수두단왕이 다시 말하였다.
“너희 모든 석가족들아, 만약 때가 되었다고 안다면 반드시 집집마다 한 사람씩 출가하도록 하라. 형제가 다섯 사람이면 세 명은 출가하고 두 사람은 집에 남을 것이요, 형제가 넷이면 두 사람은 출가하고 두 사람은 집에 남을 것이며, 형제가 셋이면 두 사람은 출가하고 한 사람은 집에 남을 것이며, 만약 형제가 없다면 그는 출가하지 말아야 하니 그 이유는 우리 석가족의 혈통을 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때 모든 석가족들이 함께 수두단왕에게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만약 그러시면 분명하게 언약을 세우도록 하소서.”
수두단왕이 곧 모든 석가족들을 불러모아서 말하였다.
“내 아들이 이미 출가하였는데 누가 그를 따라 출가할 것인가? 만약 그를 따라 출가하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 서명하고 수결을 하라.”
그러자 5백 명의 석가족 청년들은 모두 태자를 따라 출가하고자 각기 자기 손으로 이름을 썼다.

그리하여 제 몸을 치장하던 장식품들을 모두 떼어낸 뒤에 이렇게 서로 말하였다.
“누가 우리들의 보석 장식품들을 모두 가져가야 할까?”
그리고 그들은 궁리를 한 끝에 이렇게 생각하고서 말하였다.
‘바로 우바리가 지난날부터 오래도록 우리 석가족을 부지런히 섬겨 왔으니, 우바리에게 우리가 벗은 보석 장식품들을 주어야겠다.’
그리하여 5백 명의 석가족 청년들은 모두 보석 장식품들을 풀어서 우바리에게 맡긴 뒤에 부모들과 의논하기 위하여 서로서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때 우바리는 생각하였다.
‘저 석가족들도 지금 값비싼 보석 장식품들을 버렸는데 그런 것을 내가 받아 지닌다면 옳지 않다. 모든 석가족 청년들은 하나같이 큰 세력과 위신이 있지만 저렇게 소중한 관직과 작위와 온갖 재물과 보배를 버리고 출가하지 않는가. 그런데 내가 지금 어찌 출가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고 나서 이발사 우바리는 모든 석가족 청년들이 각각 제 부모에게 가서 의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이내 그들이 주고 간 보석 장식품들을 버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곧 출가를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셨다.
한편 그때 5백 명의 석가족 청년들은 각각 자기 집에서 부모와 의논하고 난 뒤에 다시 수두단왕의 궁으로 가서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지금 저희들을 세존 계신 곳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그 분이 이미 출가하였으니 저희도 그 분을 따라서 출가하겠습니다.”
수두단왕은 곧 5백 명의 석가족 청년들과 함께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편안히 자리잡고 앉았다. 그리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신
대덕 찰리 종성이 저 바라문 종족들에게 호위를 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실로 옳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찰리 종성이므로 찰리족의 호위를 받아야 옳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석가족의 청년 5백 명이 세존의 법 가운데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자 하니, 원하건대 이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청을 들어주시며 아울러 구족계를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그 5백 명의 석가족 청년들의 출가를 허락하여 구족계를 주시고 법도에 맞는 몸가짐을 일러주고 난 뒤에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다 함께 우바리 상좌(上座) 비구에게 정례하라.”
5백 명의 비구들은 먼저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고 나서 다음에 우바리 상좌 비구에게도 절을 올렸다. 그들은 절을 하고 난 뒤에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수두단왕에게 이르셨다.
“대왕이시여, 지금 비구 우바리에게 머리를 대고 절을 하고 이어서 차례로 5백 비구들에게도 절을 하십시오.”
수두단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부처님께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고서 이어 우바리 상좌 비구에게 절을 하고 차례로 다시 5백 비구들에게 절을 한 다음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얼굴에 기쁨을 띠시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제 석가족들은 이미 스스로 석가족의 교만함을 꺾었고 석가족의 오만함을 쳐부수었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우바리는 지금 세존으로 인하여 이 5백 명의
석가족 비구들과 또 수두단왕에게서 존경이 담긴 절을 받으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이 우바리는 단 오늘만 나로 인하여 이 5백 비구들과 수두단왕의 공경심이 담긴 절을 받은 것이 아니다. 비구들이여, 과거세에도 우바리는 나로 인하여 5백 명의 대신들의 절과 또 범덕왕이라는 이의 경례를 받은 적이 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일은 어찌된 것인지 제발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그 옛 인연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오래 전 옛날 바라나성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친한 벗이었으나 둘 다 가난하였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이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어느 때인가 각자 집에 있던 녹두 한 되를 가지고 바라나성으로부터 나와 품팔이할 곳을 찾아 길을 떠났다.
당시 벽지불(辟支佛) 한 사람이 언제나 바라나성을 오가며 지내고 있었다. 그날도 벽지불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가난한 두 사람이 마침 존자 벽지불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벽지불은 몸가짐을 조용하고 법도에 맞게 지니고 있었으며 반듯하게 앞을 보고 걸었고 승가리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단정하여 잘 어울렸으며 무게 있게 발우를 들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이런 벽지불의 모습을 보고 청정한 믿음을 얻어 그에게 기쁜 마음을 내면서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가난한 것은 전부 과거에 이런 복밭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또 만났다 하더라도 공경하고 공양하거나 우러러 섬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가 이런 훌륭한 복밭을 만나 공경하고 공양한다면 더 이상 재산이 없어 항상 품을 팔면서 연명하는 그런 힘든 처지를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한 되의
녹두를 저 선인(仙人)에게 받들어 공양하자. 만약 그가 우리를 가엾게 여겨서 우리가 올리는 것을 받는다면 우리는 이제 이 가난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녹두를 벽지불에게 받들고서 말하였다.
‘존자시여, 제발 우리를 가엾게 여기셔서 저희의 이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그 벽지불은 두 사람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내어 그 보시를 받았다. 그런데 벽지불에게는 한 가지 법 밖에는 없었으니 비록 보시를 받았다 하더라도 중생을 교화시키되 신통만을 나타낼 뿐 다른 방편이 없었다. 그래서 벽지불은 두 사람을 불쌍하게 여겨서 보시를 받아든 뒤에 곧 그곳에서 허공으로 날아올라 떠나갔던 것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