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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972 불설니구다범지경(佛說尼拘陀梵志經) 상권

by Kay/케이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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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설니구다범지경(佛說尼拘陀梵志經) 상권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1)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 지음


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다운 지혜가 거듭 열린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어제계작성교서(御製繼作聖教序)21)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삼가 살피건대,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께서는 법성이 두루 원만하시어 인자함을 널리 베푸셨다. 오랑캐들을 교화하시자 만방(萬邦)이 바큇살처럼 몰려들어 온 백성을 인수(仁壽)의 영역에 올려놓으셨고, 교법을 숭상하시자 사해(四海)가 구름처럼 뒤따라 창생에게 풍요로운 땅을 베푸셨다. 존귀한 경전이 방대함을 보시고는 방편을 시설해 물에 빠진 자들을 구제하셨고, 법계가 광활함을 알시고는 정진을 행하여 나태한 자들을 거두셨다. 이에 아늑한 절을 선택해 저 참된 문서24)들을 교열하고는 천축의 고승들에게 명령하여 패다라(貝多羅)의 부처님 말씀을 번역하게 하셨다.25)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3)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4)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성고(聖考)35)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6)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7)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불설니구타범지경(佛說尼拘陀梵志經) 상권

서천 역경(譯經)삼장 조봉대부(朝奉大夫) 시광록경(試光祿卿)
전법대사(傳法大師) 사자(賜紫)사문 신 시호(施護) 등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가란타(迦蘭陀)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셨다. 성안에 화합(和合)이라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하루는 식사를 마치고 왕사성에서 나와 가란타 죽림정사(竹林精舍)의 부처님 계시는 곳에 나아가 예를 올리고 가까이 뵈려고 하였다.
이때에 장자는 성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생각하였다.
‘오늘은 벌써 아침이 지났으니, 부처님과 필추(苾芻)들이 각각 자기 방에 계실 것이다. 마땅히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예를 올리고 가까이 뵐 생각을 그만두고, 나는 지금 니구타(尼拘陀) 범지(梵志)들이 모인 곳에나 가 보리라.’이때 그 범지들은 오담말리(烏曇末梨)라는 동산에서 둘러앉아서 높은 소리로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정치론[王論]ㆍ전쟁론ㆍ도적론ㆍ의복론ㆍ음식론ㆍ부녀론ㆍ술에 대한 이야기ㆍ삿된 이야기[邪論]ㆍ번잡한 이야기 내지 바다 등 형상에 대한 논의였으니, 이러한 언론은 모두 세간에 마음이 집착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때에 니구타 범지가 멀리서 화합 장자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조용히 하라. 너희들은 소리를 조그맣게 하라. 저기 오는 이가 사문 구담(瞿曇)의 성문 제자이다. 큰 장자로서 왕사성(王舍城)에 살고 있는데, 이름은 화합이라고 한다. 저 사람은 본디 성품이 말이 적고 그가 전해 받은 것도 역시 고요한 법[寂靜]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소리를 낮추어 말을 하여라. 저 사람이 이내 알고 여기에 오느니라.”
범지 무리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잠잠하였다.이때에 화합 장자가 니구타 범지 처소에 와서 그 모임에 도착하자, 니구타 범지가 일어나 맞이하며 기뻐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기 한쪽에 앉았다. 화합 장자는 니구타 범지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의 이 모임은 좀 이상한 데가 있습니다. 전에 들으니 당신들은 커다란 소리로 말한다고 하던데, 이른바 정치 이야기ㆍ전쟁 이야기 내지 바다 등을 가지고 서로 논란하니, 이러한 등의 언론(言論)은 모두 세간에 마음을 집착하는 것이요, 우리 세존(世尊)이신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께서 하시는 말과 다릅니다. 불세존께서는 넓은 들판에서 좋아하는 바를 따라 앉거나 눕거나 머무르시니, 시끄러움을 멀리 여의고 사람의 자취를 끊고 고요히 이런 모양을 지키며 몸을 한 곳에 머물러 마음을 산란하지 않게 하여 오로지 한 경계에 집중하고 마땅히 행할 바에 따르십니다.”이때에 니구타 범지는 화합 장자에게 말하였다.
“장자여, 저 사문 구담과 내가 어떻게 서로 논의[議論]하겠소? 만일 내가 무슨 일을 묻는다면, 그는 갖가지 지혜를 다 짜내어도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문 구담은 단지 빈집에만 있었으니, 그의 지혜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소? 이미 빈집에서 지혜로 해결할 수 없었으므로 넓은 들판에서 앉거나 눕거나 머무르면서 시끄러운 것을 멀리 여의고 사람의 자취를 끊고 고요히 이런 모양을 지키며 몸을 한 곳에 머물러 마음을 산란하지 않게 하여 오로지 한 경계에 집중하고 마땅히 행할 바를 따른 것이오. 장자여, 비유하자면 한쪽 눈만 있는 소를 보고 가장자리까지 두루 다니라고 하면, 그 소가 어찌 다닐 수 있겠습니까? 사문 구담도 이와 같이 빈집에만 있었으니, 그 지혜로 어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장자여, 만일에 사문 구담이 이 모임에 온다면 나는 반드시 그와 논의하여 승의(勝義)를 내세워 가지고 한 가지 문제를 꺼내어 겨루어 볼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마땅히 이길 것이고, 그는 반드시 나에게 질 것이니, 마치 빈 병을 치면 깨지기 쉬운 것과 같은 것입니다.”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처소에 조용히 앉으셔서 깨끗하신 천이(天耳)로써 화합 장자와 니구타 범지가 모임에 모여서 이와 같이 이야기하는 것을 모두 들으셨다. 부처님께서 오후에 방에서 나오셨는데, 마침 비가 개이고 햇빛이 빛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점차로 선무독지(善無毒池)까지 나아가 못 기슭에 이르러 천천히 거닐고 계셨다.그때 니구타 범지가 멀리 부처님께서 못 기슭에 계신 것을 보고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 지금 선무독지 기슭에서 천천히 거닐고 있으니, 혹시 여기 모임에 올지도 모른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일어나서 맞이하려느냐, 혹은 토론을 해 보겠느냐? 혹은 다만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할 것이냐, 혹은 아주 자기가 앉았던 자리를 걷어서 초청하여 앉게 하려느냐?”이러한 말을 할 적에 벌써 저절로 와서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펴는 이가 있었다. 다시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존자 구담이 이 자리에 오시거든 그 좋아하는 대로 이 자리에 나오시게 하리라.”
이때에 부처님께서 선무독지 기슭을 거니시고 나서 니구타 범지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셨다. 니구타 범지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그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 이 모임에 오면 나는 마땅히 그에게 ‘당신 구담은 법률 가운데 어떤 법행(法行)으로 그 성문행(聲聞行)을 닦는 자로 하여금 안온한 경지에 이르게 하여 안의 마음을 쉬고 범행을 깨끗하게 하느냐?’고 물어보겠노라.”이때에 부처님께서 그 모임에 도착하시니, 모든 범지 대중들은 저절로 뛸 듯이 기뻐하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였다. 니구타 범지도 합장하고 부처님께 절을 하고는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구담이시여, 당신은 모두 아는 지혜[徧知]를 갖추셨으니, 이곳이 당신이 앉을 자리입니다. 당신은 마땅히 가서 앉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대 앉을 자리에나 앉거라. 나를 위해 마련한 자리는 내가 알고 있으니, 내가 스스로 앉으리라.”이때에 모든 범지 대중들은 큰 소리로 말을 하였다.
“참으로 희유하고 있기 어려운 일이다. 이 사문 구담은 지금 이 모임에서 아무도 말해 준 이가 없는데, 신통력으로 그 자리를 아시는구나.”
그때 니구타 범지도 기뻐하여 부처님과 인사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이 모임에 이르렀는데, 그대들은 무슨 말들을 하고 있었는가?”
니구타 범지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내가 당신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나서 대중들에게 문득 말하기를 ‘사문 구담이 이 모임에 오면 나는 마땅히 질문하겠다. 즉 당신 구담의 법 가운데는 어떤 법행으로써 성문행을 닦는 자로 하여금 안온한 경지에 이르게 하여 안의 마음을 쉬고 범행을 깨끗하게 하는가를 물어보겠다’고 하였습니다. 구담 당신이 이미 여기에 왔으니, 나는 이것을 물어보려 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과 토론하고 분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이때에 부처님께서는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니구타여, 그대는 이것을 알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니라. 왜냐 하면 법이 다르고 견해도 다르며 스승도 다르고 행도 다르기 때문이니라. 그러니 다만그대들의 교법 가운데 응하여 물어라.”
이때에 모든 범지 대중들은 큰 소리로 쑤군거렸다.
“참으로 희유하고 있기 어려운 일이다. 사문 구담은 이 묻는 말에 자기의 교리로써 대답하지 않고 도리어 남의 교법 중에서 묻는 대로 대답하겠다고 하시는구나.”
니구타 범지가 부처님께 말하였다.
“만일 법도 다르고 견해도 다르며 스승도 다르고 행도 다르다고 하여 그대 법률을 내가 알기 어렵다고 하면, 내가 이제 우리 교법 중에서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수행하여 세간을 벗어나서 깨끗함을 얻으며, 최상의 결백함과 진실함을 얻어서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물게 됩니까?”부처님께서는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니구타의 법 가운데에서 수행하는 것을 내가 이제 간략히 말하리라. 그대가 말하기를 ‘네 가지의 계를 구족하게 얻고, 능히 수행하여 최상의 뛰어남을 얻으며, 앞에서의 수행으로 세간을 벗어나되 온갖 욕심을 덜지 않는다’고 하였다. 니구타여, 무엇이 그대가 수행하여 지니는 네 가지 계냐 하면, 자신이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남을 시켜 죽이지 않으며, 죽이는 것을 따라 기뻐하지 않는 것이니라. 스스로 도둑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 도둑질하지 않으며, 도둑질하는 것을 따라 기뻐하지 않는 것이니라. 스스로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 거짓말하지 않으며, 거짓말하는 것을 따라 기뻐하지 않는 것이니라. 스스로 사음(邪婬)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사음하지 않으며, 사음하는 것을 따라 기뻐하지 않는 것이니라. 그대 니구타는 이러한 것 등으로 이르기를 ‘내가 능히 네 가지 계를 구족하게 얻었다’고 하느니라.니구타여, 무엇이 그대가 능히 수행함을 얻는다고 하는 것이냐 하면, 그대들의 수행이라 함은 높은 곳에서 놀며 자리를 마련해 두고, 혹은 한 발을 들고 서는 것을 법행(法行)이라 하며, 혹은 항상 쓰고 떫고 거칠고 나쁜 음식을 받는 것을 법행이라 하며, 혹은 조용히 한가한 곳에 있는 것을 법행이라 하며, 혹은 수염과 머리를 깎지 않는 것을 법행이라고 하며, 혹은 가시덩굴에 눕고 혹은 엮어서 만든 나무 자리에 눕는 것을 법행이라 하며, 혹은 항상 구름을 넘을 만큼 높이 드러난 곳에 거처하는 것을 법행이라 하며, 혹은 한 곳에 묶여 있는 것을 법행이라 하며, 내지 하루에 세 번씩 목욕하는 따위의 이와 같은 여러 가지 핍박과 고뇌로 몸을 다스리는 것을 법행이라 하느니라. 이러한 등의 일들이 그대 니구타가 수행하는 법이니라.또 무엇이 그대 니구타의 수행자가 세간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하면, 니구타여, 그대가 닦는 세간을 벗어나는 행이란 것은 몸을 발가벗어 알몸뚱이로 있는 것을 벗어나는 법이라고 생각하며, 또는 식사를 마치고 손가락을 핥아 깨끗하게 하며, 찡그리는 얼굴을 한 사람이나 짜증을 내고 성내는 얼굴을 한 사람이 주는 밥을 받지 않으며, 거리나 마을 가운데서 먹지 않으며, 칼이나 몽둥이나 병기(兵器) 가운데 머물지 않으며, 성읍(城邑)에 돌아다닐 적에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아니하여 온 곳도 말하지 않고 가는 곳도 말하지 않으며 머물러 있을 데도 말하지 않고, 나쁜 말이나 좋은 말을 하지 않으며 여러 말을 하지 않으며 또한 말로 남에게 가르쳐 주지도 않느니라.
혹은 한 집의 밥만을 받으며, 혹은 두 집, 세 집 내지 일곱 집의 밥을 받으며, 혹은 한 집만을 받고 다른 집의 밥은 받지 않으며, 혹은 하루 동안 먹지 않고, 혹은 이틀ㆍ사흘 내지 이레까지 혹은 반 달이나 한 달 동안 먹지 않으며, 혹은 음식 중에 밀가루로 만든 것은 먹지 않으며, 밥을 먹지 않으며, 콩이나 물고기ㆍ고기ㆍ우유ㆍ소(酥)ㆍ낙(酪)ㆍ기름ㆍ꿀 등을 먹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고, 단 음료를 마시지 않고, 초를 친 음료도 마시지 않으며, 다만 쌀뜨물만 마시고 연명하기도 하느니라.또 늘 채소만 먹거나 혹은 피[稊稗]를 먹으며, 혹은 구마이(瞿摩夷)를 먹으며, 혹은 약초의 싹이나 뿌리를 먹으며, 혹은 말린 생쌀이나 곡식을 먹으며, 혹은 여러 가지 거칠고 나쁜 채소를 먹느니라.
혹은 단지 옷 하나만을 걸치며, 혹은 풀로 엮은 옷을 입으며, 혹은 길상초(吉祥草)로 만든 옷을 입으며, 혹은 나무 껍데기로 만든 옷을 입으며, 혹은 섶나무로 만든 옷을 입으며, 혹은 과일 나무 껍질로 만든 옷을 입으며, 혹은 숲 속에 버린 송장의 흩어진 터럭으로 만든 옷을 입으며, 혹은 양의 털이나 사슴의 털이나 사슴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으며, 혹은 저리타(底哩吒)새의 날개로 만든 옷을 입으며, 혹은 부엉이ㆍ올빼미 날개로 만든 옷을 입기도 하느니라. 이러한 등의 일이 그대 니구타의 수행자가 세간을 벗어나는 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니라.
니구타여, 이러한 온갖 소행으로써 실로 세간을 벗어나는 깨끗함을 얻었는가, 또 최상의 결백함을 얻었는가? 진실을 얻었는가, 또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었는가?”이때 니구타 범지는 부처님께 말하였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나는 이러한 수행으로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었으며 최상의 결백함과 진실함을 얻었고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었습니다.”부처님께서는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니구타여, 그대가 수행하는 이와 같은 등의 일로는 벗어날 수 없으며,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음이 아니며, 최상의 결백과 진실함을 얻음이 아니며,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이 아니라 다만 수행하는 법 가운데 조금 얻은 것뿐이니라.”니구타 범지가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시여, 당신이 말씀하신 것이 비록 매우 좋다고 하더라도, 나의 이 수행 이것이 최상의 벗어남을 얻으며, 이것이 진실을 얻으며, 이것이 위없음을 얻는 것입니다.”부처님께서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또 그대가 수행하는 것은 ‘내가 능히 네 가지 계를 구족하게 얻고, 능히 수행하여 최상의 뛰어남을 얻으며, 앞에서의 수행으로 세간을 벗어나되 온갖 욕심을 덜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네 가지 계를 지닐 적에 자심(慈心)을 갖추고 먼저 동방에 자심을 일으켜서 관찰하되 행하는 바를 구족하여 넓고 크고 두루 하며 둘이 없고 한량이 없으며 원한을 품은 마음이나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게 한 뒤에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間方)과 상방ㆍ하방의 모든 세계에도 자심을 갖추어 행하는 바를 구족함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니구타여, 그대는 ‘내가 능히 이와 같이 수행하여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었는가, 최상의 결백을 얻었는가, 진실을 얻었는가,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었는가?’ 하고 생각해 보아라.”이때에 니구타 범지가 부처님께 말하였다.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내가 이와 같은 수행으로 실로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었으며, 최상의 결백을 얻었으며, 진실을 얻었으며,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었습니다.”부처님께서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니구타여, 그대가 수행하는 바로는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은 것이 아니며, 최상의 결백을 얻은 것이 아니며, 진실을 얻은 것이 아니며,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은 것이 아니니라. 그대가 말한 얻은 바가 있다는 것도 참된 것이 아니니라.”니구타 범지는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시여, 당신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비록 매우 좋다고 하더라도 나의 수행 이것이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으며, 이것이 진실을 얻으며, 이것이 위없음을 얻는 것입니다.”부처님께서는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니구타여, 또 그대의 수행과 같이 ‘내가 능히 네 가지 계를 구족하게 얻고, 내가 능히 수행하여 최상의 뛰어남을 얻으며, 앞에서의 수행으로 벗어났으되 온갖 욕심을 덜지 않고, 숙주통(宿住通)으로 지나간 1ㆍ2ㆍ3생 내지 1백 생의 일을 안다’고 하였으니, 니구타여, 그대는 ‘내가 능히 이와 같은 수행으로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었는가, 최상의 결백을 얻었는가, 진실을 얻었는가,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었는가?’ 하고 생각해 보아라.”이때에 니구타 범지는 부처님께 말하였다.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나의 이 수행으로 실로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었으며, 최상의 결백과 진실을 얻었으며,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었습니다.”부처님께서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니구타여, 이와 같은 등의 그대가 수행하는 바로는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은 것이 아니며, 최상의 결백을 얻은 것이 아니며, 진실을 얻은 것이 아니며,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은 것이 아니니라. 비록 얻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진실한 것이 아니니라.”니구타 범지가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시여, 당신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비록 매우 좋다고 하더라도 나의 수행 이것이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으며, 이것이 진실을 얻으며, 이것이 위없음을 얻는 것입니다.”부처님께서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니구타여, 또 그대의 수행과 같이 ‘내가 능히 네 가지 계를 구족하게 얻고, 내가 능히 수행하여 최상의 뛰어남을 얻으며, 앞에서의 수행으로 벗어났으되 온갖 욕심을 덜지 않고, 능히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세간 일체 중생의 나거나 죽거나 예쁘거나 밉거나 혹 좋은 곳[善趣]에 나거나 나쁜 곳[惡趣]에 나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 업을 따라 과보를 받는 것을 다 관찰하여 본다’고 하였는데, 니구타여, 그대는 ‘내가 능히 이와 같은 수행으로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었는가, 최상의 결백을 얻었는가, 진실을 얻었는가,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었는가?’ 하고 생각해 보아라.”이때에 니구타 범지가 부처님께 말하였다.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사문 구담이시여, 나의 이 수행으로 실로 벗어남의 깨끗함을 얻었으며, 최상의 결백과 진실을 얻었으며, 깨끗하고 진실한 가운데에 머무름을 얻었습니다.”부처님께서는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니구타여, 그대가 수행하는 이와 같은 등의 일이 비록 깨끗하다고 하지만, 나는 말하기를, ‘그대의 수행은 여러 가지 번뇌가 따라 늘어감을 여의지 못한다’고 하느니라.”니구타 범지는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시여, 어찌하여 내가 수행하는 바가 비록 깨끗하다고 하나 당신 구담은 ‘여러 가지 번뇌가 따라 늘어감을 여의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까?”부처님께서 니구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니구타여, 그대들의 수행은 그 수행의 공업(功業)을 내세우려고 하나니, ‘내가 이와 같은 행을 닦으므로 국왕ㆍ대신ㆍ찰제리ㆍ바라문 등이 반드시 나를 존중히 여기어 공경하고 공양하리라’고 생각하느니라. 니구타여, 이러한 것이 곧 그대들이 수행하는 바는 번뇌가 따라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니라.
또 니구타여, 그대들이 비록 수행한다 하지만 자기가 수행하는 것을 믿고 스스로 장하다는 생각[貢高相]을 일으켜 남을 업신여기나니, 이것이 곧 그대들이 수행하는 바는 번뇌가 따라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니라.또 니구타여, 그대들의 수행은 교만한 마음[我慢心]과 잘났다는 마음[增上慢]을 일으키나니, 이것이 곧 그대들이 수행하는 바는 번뇌가 따라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니라.
또 니구타여, 그대들의 수행은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들을 경멸하고 능욕하여 말하기를 ‘너희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여러 가지의 음식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즉 세간의 다섯 가지 종자(種子)를 다 먹으니, 이른바 근(根)종자ㆍ신(身)종자ㆍ허(虛)종자ㆍ최상(最上)종자ㆍ종자 중의 종자이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로써 그 목숨을 도와간다’고 하느니라. 그대 니구타여, 이와 같이 돌아다니며 업신여기며 욕설을 하여 서로 쟁론하려는 자를 만나면 빠르고 날카롭기가 번개 치듯 하고, 꺾어 엎고 깨뜨려 버리기를 서리와 우박같이 하나니, 니구타여, 이것이 곧 그대들이 수행하는 바는 번뇌가 따라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니라.또 니구타여, 그대들의 수행은, 혹 다른 사문ㆍ바라문들이 다르거나 같은 무리들에게 존중받고 공경ㆍ공양 받는 것을 보고 여러 가지로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을 내어 말하기를 ‘너희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여러 가지 음식으로 목숨을 연명하면서 도리어 다른 무리들의 존중을 받고 공경ㆍ공양을 받는데, 나는 항상 쓰고 떫고 심심한 음식으로만 목숨을 연명하는데도 무슨 이유로 다른 무리들이 나에게 공경ㆍ공양하지 않느냐?’고 하나니, 니구타여, 이것이 곧 그대들이 수행하는 바는 번뇌가 따라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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