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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30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6권

by Kay/케이 202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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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6

 

 

불본행집경 제26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0.향보리수품 ②
이때 보살은 강물에 목욕하고 우유죽[乳糜]을 자시고 나자 몸의 빛과 거동이 본래대로 회복되고 위력이 자재하여 보리수 쪽으로 조용히 걸어 가셨다.
그때 이런 걸음은 옛날 모든 보살들의 걸음걸이와 같았다. 점점 조복되고 유순하여 기쁜 마음으로 걸었으므로 오는 이마다 보시하며, 가는 걸음이 편안히 안정되어 수미산왕처럼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며, 두려움 없이 걸으며 탁하고 어지러움 없이 걸으며, 마음으로 족한 줄 알고 걸었다. 급하게 걷지도 느리게 걷지도 않으며, 자빠지지 않게 걸으며 두 발이 어긋나지 않게 바로 걸으며 두 발이 부딪치지 않게 걸으며 별같이 빠르지 않게 걸으며 몸을 흔들지 않고 걸었다. 편안하게 걸으며 청정하게 걸으며 정묘롭게 걸으며 근심과 해됨 없이 걸었다. 사자왕같이, 용왕같이, 큰 우왕(牛王)같이, 기러기 왕같이, 코끼리왕같이 걸었다. 겁없이 의심이나 막힘 없이 걸으며 괴이함과 그릇됨 없이 걸으며 넓고 너그럽게 걸으며 나라연처럼 걸었다. 땅에 부딪치지 않고 걸으며 천복 바퀴 무늬가 땅에 닿게 걸으며 다리와 발가락에 그물 무늬 발톱이 적동색(赤銅色)으로 윤이 나게 걸었다. 온 대지가 흔들리도록 걸으니 그 소리는 마치 큰 산골에 메아리 울리듯 하였다. 걸어갈 때 구덩이가 있어도 모두 다 메워져서 자연스레 걸으며, 땅 위의 모든 흙과 자갈을 다 제거하고 걸으며, 발 무늬에서 광명을 놓아 죄 지은 여러 중생에 부딪쳐도 움직임 없이 편안히 잘 걸으며, 걸음걸이가 청정하여 묘한 연꽃이 솟고 그 연꽃 대 위를 밟고 걸었다.
지난날 청정한 선행을 했기 때문에 이런 걸음걸이를 얻었으며, 지난 옛적에 모든 부처님이 높은 사자좌에 앉으심을 받들어 걸었기에 마음이 견고하여 금강(金剛)과 같이 걸었다. 모든 갈래의 빽빽한 숲을 막아 버리고 당당하게 걸으며, 모든 중생에게 안락을 주기 위해 걸었다. 모든 마군의 깃발을 꺾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힘을 파괴하고 걸으며 일체 마기(魔氣)를 누르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위엄을 부수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업(業)을 깎아내고 걸으며, 일체 마의 무리를 흩어버리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세력을 떨어뜨리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행동을 없애버리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군사를 죽이고 걸으며, 일체 마군의 그물을 끊고 걸었다. 틀린 법을 행하는 모든 삿된 무리를 항복 받고 외도를 법답게 섭수하고 걸으며, 번뇌에 덮인 어둠을 밝게 비추면서 걸으며, 번뇌의 벗을 흩어버리면서 걸었다. 위력이 제석천ㆍ범천ㆍ대자재천ㆍ호세천의 위력을 능가해 두려움 없이 걸었다. 이 삼천대천세계에 오직 한 사람만이 존귀하게 걸으며 남에게서 배우지 않고 스스로 도를 증득하여 분명히 걸었다. 일체 종지(種智)를 증득하려고 걸으며 생각을 바로 하고 뜻을 바로 하여 족함을 알고 바른 행을 행하고 걸었다. 생로병사를 멸하려고 걸으며, 미묘하고 가장 뛰어나고 두려움 없는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처소를 향해 열반성문(涅槃城門)에 들어가고자 걸었다. 보살은 이와 같은 걸음걸이로 그 보리수 쪽을 보고 걸었다.이때 보살은 또 ‘나는 이제 이 보리 도량에 이르렀으니 어떤 자리에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인가?’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스스로 풀 위에 앉을 것을 알았다.
이때 정거천의 모든 천자들은 보살에게 아뢰었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대성인자여, 과거의 모든 부처님 여래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려면 다 풀자리를 깔고 앉아 정각을 성취하였습니다.”그때 보살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누가 나에게 그런 풀을 줄 것인가?’
마음으로 생각하며 좌우 전후 사방을 돌아보았다.
이때 도리천의 제석천왕은 하늘의 지혜로 보살의 마음을 알고 나서 자기 몸을 풀베는 사람으로 변화시켜, 보살의 오른편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서 풀을 베었다.
그 풀은 녹색이었는데, 모양이 공작의 몸과 같이 부드럽고 매끄럽고 윤택이 있으며 손으로 만지면 마치 부드러운 가시가옷 같았다. 그 모양도 이러하여 빛이 묘하고 향기로우며 오른쪽으로 돌아 말려 있었다.그때 보살은 그 사람이 오른편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풀을 베고 있는 것을 보고 점차 그 사람 곁에 이르러 너그럽고 느릿하게 물었다.
“어질고 착한 이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느뇨.”
그 사람은 대답했다.
“저의 이름은 길리(吉利)라고 하옵니다.”
보살은 그 사람의 이름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내 이제 자신의 길리(吉利)를 구하고 또 타인을 위하여 길리를 구하고자 하는데, 이 길리란 이름이 내 앞에 있으니 나는 이제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다.’보살은 이렇게 생각하고서 다시 이와 같은 미묘한 소리로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 말은 과거 모든 보살들의 미묘한 음성과 같이 진실한 말이며 헛되이 내는 말이 아니며 참되고 바른 말이었다. 청량한 소리ㆍ윤택한 소리ㆍ묘한 소리ㆍ기쁜 소리ㆍ들으면 섬겨 받드는 소리ㆍ들으면 어기지 않는 소리ㆍ들으면 흐르는 소리ㆍ자재하게 변화하는 소리ㆍ이끌어주는 소리 ㆍ더듬거리지 않는 소리ㆍ오므라들거나 끙끙 앓지 않는 소리ㆍ거칠거나 껄끄럽지 않은 소리 ㆍ양쪽으로 깨지지 않는 소리ㆍ부드럽고 미끄러운 소리ㆍ달고 담담하고 아름다운 소리ㆍ분명히 멀리 귀에 들어가는 소리ㆍ들으면 마음과 입과 뜻이 다 기쁜 소리ㆍ들으면 어리석고 성내고 다투고 노함이 제멸되어 모두 다 청정함을 얻는 소리ㆍ들으면 가라빈가새 같은 소리ㆍ명명새 같은 소리ㆍ우레처럼 은은한 소리ㆍ모든 음악과 노래를 찬송하는 것 같은 소리ㆍ깊고 멀고 높은 소리ㆍ장애가 없는 소리ㆍ코로 내지 않는 소리ㆍ청정한 소리ㆍ진정한 소리ㆍ참말의 소리ㆍ범천왕과 같은 소리ㆍ바다의 파도 같은 소리ㆍ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ㆍ땅이 진동하는 소리ㆍ모든 천왕들이 찬탄하는 것 같은 소리ㆍ모든 아수라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소리ㆍ바닥을 모를 만큼 깊어서 그 밑을 모르고 마군의 힘을 끊는 소리ㆍ모든 외도를 항복받는 소리ㆍ사자의 소리ㆍ빠른 바람의 소리ㆍ코끼리 왕의 소리ㆍ구름이 갈리는 듯한 소리ㆍ시방 불찰토(佛刹土)에 이르는 소리ㆍ교화받는 모든 중생에게 이르는 소리ㆍ급하고 빠르거나 더디고 느리지 않은 소리ㆍ멎고 멈추지 않는 소리ㆍ결감(缺減)하지 않는 소리ㆍ탁하고 더럽지 않은 소리ㆍ일체를 합한 소리ㆍ모든 소리에 들어가는 소리ㆍ해탈하는 소리ㆍ얽힘이 없는 소리ㆍ염착이 없는 소리ㆍ말 뜻을 합한 소리ㆍ때 맞춰 하는 소리ㆍ때를 지나지 않은 소리ㆍ교묘히 8천만억의 법문을 푸는 소리ㆍ막힘이 없는 소리ㆍ그치거나 쉬지 않는 소리ㆍ모든 소리를 가려내는 소리ㆍ마음을 따라 모든 원을 이루는 소리ㆍ모든 안락을 내는 소리ㆍ모든 해탈을 나타내는 소리ㆍ모든 길을 유통하는 소리ㆍ대중 가운데서 말할 때 대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모든 대중을 기쁘게 하는 소리ㆍ소리를 낼 때 모든 부처의 법을 따르는 소리를 내었다.보살은 이러한 온갖 소리로 그 풀베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그대는 나에게 풀을 주겠는가?”
그 화인(化人)은 대답했다.
“기꺼이 드리겠나이다.”
그때 제석 화인은 곧 풀을 베어 보살에게 받들었는데 그 풀은 깨끗하고 묘하였다. 보살이 곧 그 풀 한 묶음을 손으로 받자 그때 갑자기 땅이 6종으로 진동했다. 이때 보살은 이 풀을 가지고 조용히 보리수 나무 아래로 향하였다.보살이 풀을 가지고 갈 때 중도에서 문득 5백 마리 청작(靑雀)이 시방에서 따라와 보살을 오른쪽으로 세 번 빙 돌고 나서 보살을 따라 갔으며, 또 5백 마리 구시라새가 사방에서 날아와 전과 같이 에워쌌다. 또 공작 5백 마리가 왔고……흰 거위와 기러기 학과 백구와 가라빈가새와 명명새들이 각각 5백 마리씩 모여와 따라왔다. 어금니 여섯이 있는 흰 코끼리 5백 마리와 머리와 귀가 검고 꼬리가 붉어 길게 늘어진 흰말 5백 마리와 우왕(牛王) 5백 마리가 검은 구름 몰려오듯 줄지어 왔다.이때 또 5백의 동자와 5백의 동녀가 각각 갖가지 모든 묘한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5백의 천자와 5백의 천녀들이 5백의 보배 병에 향기로운 모든 꽃을 가득 담고 또 갖가지 향수를 담은 채, 잡는 사람도 없는데도 저절로 허공으로 갔다.또 세간에 모든 길상한 일이 사방에서 구름과 비오듯 모여와서 각각 보살의 오른쪽에서 에워싸고 세 번을 돌고 나서 보살을 따라 갔다.또 세간의 모든 나무와 일체 약초들은 보살이 걸을 때 뿌리부터 숙여 보살을 향했다.또 사방에서 미묘하고 서늘하고 조화된 바람이 불어 모든 가리고 막힌 것을 씻어주었으며 구름과 안개가 없으며 연기도 없고 티끌도 없었으며 허공 위에는 또 한량없는 천 만의 모든 하늘들이, 보살이 보리수로 향해 갈 때 모두 따라가며, 모두 각각 온몸에 가득 기쁨이 차서 뛰며 어쩔 줄 몰라 부르짖고 혹은 입으로 휘파람을 불며 갖가지 소리를 내고 하늘 옷과 보배 영락을 희롱하면서 외쳤다.
“이제 이 염부제에는 불 세존이 세상에 출현하신다.”또 한량없는 정거천의 하늘들이 와서 보살의 좌ㆍ우ㆍ전ㆍ후에 있으면서 보살에게 정례하고 이렇게 아뢰었다.
“대성 존자여, 당신이 지나간 기나긴 밤에 항상 빌고 원한 것을 오늘 성취하십니다. 세간의 모든 하늘들은 당신을 위해 길상한 일을 지으며 당신에게 길상한 상을 지으며 또 당신이 마음에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할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보살 앞에 와서 보살이 보리수로 향할 때 따라 갔으며 보살이 보리수 아래 이르자 그 땅이 6종으로 진동하였다.보살이 걸어갈 때 사자와 같이 걷고 용왕, 우왕(牛王), 흰 기러기와, 코끼리왕 같이 두려움 없이 가고 장애가 없이 가며 염착이 없이 가고 일체를 멸하고 털을 세우지 않고 가서 항복시킬 이가 없었다. 지난 옛날 착한 행실과 선정으로 진정하고 가장 뛰어나게 가며 가장 위이고 가장 묘하여 모든 원수를 항복 받고 가며 이롭지 않은 것은 모두 끊고 가며 위없는 법보(法寶)를 취하고자 가며 위없는 낙을 취하고 섭수하고자 가며 가장 위인 적정을 취하고자 갔다.
걸어갈 때 땅 위의 모든 중생들은 땅이 진동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지거천(地居天)의 모든 하늘과 아수라며 일체 용과 모든 건달바와 모든 새들이며 네 발 달린 것들과 사람들이 모두 그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의심을 내어 곳곳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어떤 이상한 일이 있고 무슨 인연이 있기에 대지가 이렇게 들끓고 솟았다 빠지며 요동하느냐?”이때 그 땅에 한 용왕이 있었는데 이름을 가다(迦茶)수나라 말로는 흑색(黑色)라 했다. 용왕은 장수하여 여러 겁을 지나면서 지난 옛날 여러 부처님을 보아왔다.
그 용은 해와 달, 낮과 밤이 매우 길어서, 잠든 지 오래지 않아 대지가 움직임을 보고 또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놀라 깨어 일어나 급히 자기 궁전에서 나와 사방을 두루 보았다.
가다용왕이 사방을 보니 자기 거처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한 보살이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저 용왕이 이 보살에게 미리 나타난 서상(瑞相)을 보니 과거 모든 대보살이 발심하여 보리수 아래로 가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이것을 보고 다시 의심할 것도 없이, 결정코 이 보살 대사(大士)는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을 알고 크게 기쁜 마음으로 게송을 읊으며 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위덕이 드높으신 큰 인자(仁者)여
내 일찍이 과거세에 모든 보살이
여기 온 것을 볼 때와 같이
당신도 이제 그러하여 다름이 없소.
이제 당신이 이곳에 온 것을 보니
의심할 여지없이 반드시 성불하리다.
세존의 걸음은 매우 조용하여
먼저 오른쪽 다리를 들어 움직이시네.
여러 곳을 보되 마음으로 자세히 보니
응당 결정코 부처 세존이 되시리.
당신은 이제 이 길상에게서
한 다발의 풀을 빌어 손에 드시고
정면으로 보리수로 향해 오시니
결정코 이제 삼불타(三佛陁)를 지으시리라.
사방 여러 곳에 서늘한 바람이 일어
마치 우왕(牛王)이 메아리 짓듯하고
또 모든 새들도 날갯짓하며 따라와
전후 좌우 사방을 에워싸네.
세간의 먹구름 낮 밤이 어두워
무명의 어리석음 가리웠으니
당신은 장부(丈夫)를 성취한 뒤에
반드시 큰 광명을 넓게 비추리.
또 영특한 모든 짐승들이 오고
억만의 무리들이 앞뒤로 에워 싸
저 바퀴가 돌듯 오른쪽으로 구르니
당신은 이제 꼭 세존이 되리라.
또 코끼리와 말과 모든 축생과
모든 깃대와 꽃다발도 따르네.
별처럼 빠르게 보살께로 다가오니
결정코 불 세존 되심을 알겠소.
또 일체 정거천의 모든 하늘도
청정하게 장엄한 그 몸으로
당신에게 몸을 굽혀 정례하나니
당신은 결정코 불세존 됨을 알겠소.
당신은 이제 유루(有漏)의 마음으로
또 일체 번뇌에게 쫓겼으나
이제 그 결혹(結惑)을 다 멸하고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이루리다.
당신은 이제 미묘한 법을 구족하여
매우 깊어 헤아리기 어렵고 불가사의합니다.
증득한 뒤 굽고 펴는 걸음도 너그러워
이러하니 내 마음에 의심이 없소.
당신은 이제 갖가지가 모두 법다워
말함이 최상이라 능가할 이 없고
일체 천상 인간에 같을 이 없으니
이러므로 내 마음에 의심이 없소.
흑색 용왕은 이와 같은 게송을 읊어 보살을 찬탄하고 마음이 크게 기뻐 한량없이 뛰놀다가, 보살 앞에서 합장하고 보살에게 정례하였다.
그때 보살은 용왕에게 말하였다.
“크게 착한 용왕아, 그렇고 그렇다. 그대가 말한 대로 나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크게 착한 용왕아, 네 말과 같이
이것은 나의 정진을 늘리는 일이라.
내 이제 반드시 위없는 도를 이루어
일체 세간에 짝할 이 없으리라.
그 밖에 본 대로 모든 장엄이
큰 길상의 상서로 나를 도우니
내 이제 이 번뇌 바다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저 언덕으로 건너가리.
그때 흑색 용왕에게 금광(金光)이라는 비(妃)가 있었다. 그 용비는 한량없는 모든 용녀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였고, 그 손에 각각 묘한 향기 꽃과 가루 향ㆍ바르는 향ㆍ여러 빛의 의복ㆍ보배 당번(幢幡)ㆍ일산ㆍ갖가지 영락을 들고 하늘 음악을 연주하였는데, 그 음악 가운데 갖가지 찬탄하는 소리를 지어 보살을 찬탄하면서 보살을 따라 갔다. 그 소리 가운데 이런 게송으로 보살을 찬탄했다.
세존의 몸과 뜻은 우뚝하여 옮기지 않아
놀람 없고 두려움 없이 정주(定住)하시네.
기뻐 뛰놀며 모든 욕락 버리고
진에와 우치ㆍ간탐 모두 다 버리셨네.
존자는 세간 위해 의사가 되셨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정례합니다.
세간의 모든 번뇌 매우 두터워
그 얽힘 여의고 해탈할 이 없는데,
스스로 나와 남의 근(根)을 조복하여서
중생의 모든 독화살 뽑아 내고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의지처 되시고
세간의 어둠에 길잡이 되시네.
삼계의 등불인 당신 홀로 높으니
이러므로 우리들이 이제 정례합니다.
세존은 굴복시킬 자 없어
탐심과 진심 무명 다 끊으시네.
모든 번뇌 욕정도 다 여의시니
그러므로 내 이제 정례합니다.
번뇌의 가시가 중생의 마음 찔러도
아무도 그 가시를 빼내 줄 이 없건만
세존은 이제 큰 의사 되어
그들의 큰 고뇌를 치료하시고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의지처 되시고
인도할 분 없는 데 길잡이 되시네.
어두움이 삼계에 가득 찼는데
세존은 광명으로 널리 비추네.
내 이제 모든 하늘들 보건대
향과 꽃이 허공에 찼었네.
영락과 의상으로 춤을 춥니다.
내 이런 징조를 미리 보거니
짐작컨대 이 일은 헛됨이 없어
당신이 성불할 일 마음 기쁘오.
보리수 아래로 빨리 나아가시라.
그들 네 마군의 무리를 항복 받고
번뇌의 그물을 갈가리 찢어서
어서 빨리 위없는 열반을 이루소서.
마치 옛적 모든 지혜로운 사람들이
이곳에 이르러 정각을 이룬 것처럼
당신도 지금 여기 오셨으니
반드시 성불할 줄 내 알겠소.
세존께서 지난날 인행(因行)할 때에
행하고 행한 겁수(劫數) 몇 억만인데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정각을 취하고 진여 증득하기 바라셨네.
이제 그 때가 왔으니 멈추지 말고
빨리 가서 보리수 아래 앉으옵소서.
마음을 바로하여 보리수를 기대소서.
결정코 보리를 증득하리다.
이때 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조용히 걸어서 보리수로 향하는 중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욕계(欲界) 안에는 저 마군의 왕 파순이 주인이 되어 마음대로 거느리니, 내 이제 마땅히 그에게 알리리라. 만약 그에게 알리지 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다면 나는 대각(大覺)이라고 이름하지 못하리라. 왜냐 하면, 마왕 파순을 항복 받고 그를 섭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일체 욕계 모든 하늘과 그 마군들을 섭수하고 항복하려 함이로다. 마왕 궁전 가운데 또 한량없는 모든 마군의 권속은 지난 옛날에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다. 그러므로 나의 사자후를 듣고 또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 것을 본다면 그들은 다 내 곁에 와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 것이다.’보살은 이 생각을 하자 미간(眉間)의 백호상 가운데서 광명을 놓았으니, ‘마군의 무리를 항복받아 놓는 광명’이라고 이름한다. 이 광명을 놓자마자 마군의 궁전에 닿았으니 그 모든 마군의 궁전에 본업(本業)의 빛은 가려지고 이 빛은 옆으로 삼천대천세계에 큰 광명이 되어 가득 찼다.
이때 보살이 광명을 놓는 가운데서 마왕 파순은 자연히 이런 게송의 소리를 들었다.
세간에 큰 중생이 하나 있으니
여러 겁을 지나면서 모든 행이 원만했네.
가비라성 정반대왕의 태자로 태어나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셨네.
감로(甘露)의 문 열기 위해 그는
이제 저 보리수 아래로 나아가시네.
네 몸에 만약 큰 기운이 있거든
그 나무 아래 나아가 한번 시험해 보라.
그는 이제 저 언덕 가에 이르고
또 남을 건져 저곳에 이르게 하시네.
보살은 이미 스스로 깨치시고
이제 다시 남도 깨우치려 하시네.
스스로 저 적정한 선(禪)을 얻으시고
또 남도 적정에 들게 하시려네.
이미 몸소 얽매인 길을 끊으시고
다른 이를 해탈의 성으로 가게 하시네.
3악도를 다 깨뜨려 텅 비우시고
인간과 천상의 길을 가득 채워
선정과 5신통을 나타내시고
감로의 궁전에 편히 두시리.
그는 이제 머지 않아 큰 밝음을 증득하여
반드시 너희 경계를 비게 하리니
어리석고 성내고 어두운 무리들
너희 도당을 남김 없이 쳐부수리라.
이미 꺾이면 달아날 곳 없으려니
너 그 때를 당해 어찌할거나.
그가 만약 감로법을 증득한다면
상락아정하여 담담히 편안하리.
그때 욕계(欲界)의 마왕 파순은 광명 속에서 이런 게송을 듣고, 잠을 자다가 문득 놀라고 자연히 32가지 불길한 꿈을 꾸었다. 32가지 꿈이란 어떤 것인가?꿈에 모든 하늘의 궁전들이 어두워져 광명이 없음을 보았다.자기 궁전에는 자갈과 똥과 쓰레기가 가득 찬 것을 보았다.자기의 신체가 공포로 떨리고 즐겁지 않으며 아무 심정도 없음을 보았다.자신이 여러 곳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자기 머리 위에 천관(天冠)이 문득 떨어지고 가죽신을 잃고 맨발로 가는 것을 보았다.자기 목과 입술이 바싹 마르고 몸에 오한과 열이 나는 것을 보았다.자기 동산 가운데 모든 수목에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다 마르는 것을 보았다.모든 샘과 못에 여러 가지 꽃이 다 마르는 것을 보았다.자기 동산 가운데 앵무ㆍ구욕ㆍ공작ㆍ원앙ㆍ기러기ㆍ학ㆍ가마우지ㆍ구시라ㆍ명명조 등의 모든 새들이 깃과 나래와 털이 다 떨어짐을 보았다.그 궁전에 소라ㆍ북ㆍ거문고ㆍ비파ㆍ공후ㆍ생(笙)ㆍ황(黃) 등의 모든 악기들이 다 부러지고 끊어지고 깨어져 땅에 낭자한 것을 보았다.그가 본디 사랑하던 사람들이 모두 저절로 멀리 그 몸을 떠나 걱정과 수심으로 괴로워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홀로 땅 위에 누운 것을 보았다.단정하고 어여쁜 옥녀(玉女)들이 알몸으로 손을 떨며 스스로 두 손을 들어 머리털을 뽑으며 땅에 누운 것을 보았다.지혜롭고 말 잘하는 모든 마군의 아들이 다 보리수 아래로 나아가 보살의 발에 정례하는 것을 보았다.사랑스러운 그의 네 딸이 각각 두 손을 들고 ‘아아 슬프다. 아버지 아버지’ 하고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그 자신이 입고 있는 옷에 더러운 때가 낀 것을 보았다.그 자신이 먼지와 흙을 온몸에 뒤집어 쓰는 것을 보았다.그 자신이 문득 야위고 초췌하여 정기와 빛이 없는 것을 보았다.자기 궁전의 성벽과 창문과 누각이며 망대며 성가퀴와 천정들이 다 무너져 떨어짐을 보았다.그의 큰 병장(兵將)인 야차ㆍ나찰이며 혹 구반다며 용왕들이 다 두 손을 드리우거나 또는 팔을 들어 머리를 치고 가슴을 두드리며 매우 큰 고뇌에 잠긴 것을 보았다.그 모든 욕계의 천왕들과 호세 사천왕이며 제석천왕ㆍ야마천왕ㆍ도솔천왕ㆍ화락천왕ㆍ타화자재천왕들이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도록 통곡하면서 보살에게로 달려가 보살의 얼굴을 보고 보살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의 전장 안에 있던 칼과 창이며 화살들과 좌우 권속들이 다 마왕을 버리고 곳곳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본래부터 상서로웠던 그의 병(缾)이 다 무너지거나 파괴됨을 보았다.나타라 천선(天仙)이 입으로 길상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환희란 신(神)이 문에 와서 ‘기쁘지 않다’고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허공 가운데 먼지와 안개며 연기와 구름이 가득 찬 것을 보았다.마궁(魔宮)을 지키는 공덕대신이 소리를 내어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지금까지 자재롭던 곳이 자재롭지 않게 됨을 보았다.자기의 벗이 모두 원수가 됨을 보았다.모든 마군의 궁전이 어두워지고 혹은 불이 나서 다 타 버리는 것을 보았다.그 모든 마군의 궁전이 진동하여 불안함을 보았다.그 모든 나무숲이 남에게 잘리거나 저절로 땅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그 모든 일을 요량하고 판단하는 사람이 여러 가지로 계획하나 날이 다 가도록 생각해도 한마디도 못하고 마음만 어지러워지는 것을 보았다.그때 욕계의 마왕 파순은 이런 32가지 불길한 꿈을 꾸고 문득 잠에서 깨어나니 온몸이 떨리고 마음이 불안하여 속으로 두려움이 나서, 마군의 권속들을 다 불러모으고 또 궁내의 좌우 신하들과 대장이며 성문을 지키는 사람들까지 모아서 지난 밤 꿈에서 본 대로 말하였다.
“너희들 모든 사람아, 내 지난 밤 꿈에 모든 변괴를 보았다…….”
하면서 위에서와 같이 말하고는 다시 말하였다.
“나는 이같이 불길한 꿈을 꾸고 나자 매우 두려워 몸과 마음이 불안하였으며 의심이 나서 문득 잠을 깨었노라. 나는 아마도 오래 못 가서 이곳을 빼앗기게 되리라. 그리고 큰 위덕과 복덕이 있는 사람이 이곳에 태어나 나를 대신할까 두렵다.”
그리고는 게송을 읊었다.
간밤에 광명이 저절로 나타나
광명 가운데 이런 게송을 말했네.
석가족 태자가 이제 출가했는데
그는 32상으로 장엄한 몸일세.
출가하여 고행한 지 6년이 차서
이제 점차 보리수 사이로 나아가
보리를 이루어 스스로 깨닫고 남을 깨우칠 것이니
너 만약 힘이 있거든 그와 시험해 보라.
그는 천억 겁 동안 선근을 심어
이제 보리를 얻고 바르고 참됨을 증득하니
너의 경계를 부수어 비게 하리라.
너 만약 그를 꺾지 못하면
그는 감로법을 이루어 상주하리라.
너희들의 이 궁전을 깨뜨리려 하므로
내 이제 너희 마군들에게 이르노라.
강한 힘이 있거든 그에게 가보라고.
사문이 홀로 나무 아래 앉았으니
빨리 그를 쳐부수어 온전치 못하게 하라.
너희들이 만약 나의 사랑하는 말을 취한다면
나를 위해 네 부류 병사들을 준비하여라.
세간에 벽지불이 많이 있으나
그가 지금 나타나 열반에 들게 하고
자기만이 홀로 법왕이 되어
여래의 종자가 끊기지 않기 바라네.
이때 마왕 파순의 장자는 이름이 상주(商主)였는데 그가 게송으로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부왕은 어찌 해서 얼굴에 빛이 없으시고
마음은 떨고 몸엔 위광이 없으신가요?
형상을 보니 크게 놀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보고 들으셨나요?
부디 사실대로 자세히 말씀하소서.
들은 대로 본 대로 낱낱이 말해 주소서.
그때 마왕 파순은 아들 상주에게 이런 게송을 읊었다.
아들아, 너 이제 자세히 듣거라.
간밤에 내 꿈이 매우 이상했나니
만일 내가 대중들에게 자세히 말했더라면
대중들은 듣고 다 땅에 졸도했으리라.
아들 상주는 또 게송으로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대중이 졸도한들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싸움에 나가 물러남이 가장 괴롭소.
만약 꿈에 이런 상(相)을 보았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고, 싸우거나 쫓기지 마소서.
마왕 파순은 아들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장부가 뜻을 내어 싸워 이기려다가
이기지 않고야 어찌 싸움을 쉴 것이냐.
그 외톨이 사문이 무슨 재주 있으랴.
내 그 나무 아래 가면 달아나리라.
이때 상주는 또 아버지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센 사람, 여러 사람, 약한 사람 모두를
하나의 지혜가 그들과 싸워 이기더라도
반딧불이가 삼천세계에 가득하더라도
태양 하나 나타나면 모두 다 가리워지네.
만약 사람이 거만해 생각 못하고
거드름을 빼고 널리 묻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들이 와서 간하더라도
그 말을 듣지 않으면 고치기 어렵소.
이때 보살은 보리수를 향하였으나 아직 그곳에 이르지 못하고 그 사이 보이는 암라수를 가리키며 ‘이것이 보리수로구나.’ 하고 그 나무 아래 앉으려 했다. 마음으로 이것이 보리수라고 생각하자, 이때 그 땅은 보살의 위덕 때문에 무거움을 견디지 못해 밑으로 빠지려고 했다. 그러자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행하고 앉는 곳에는 그 땅이 꺼지는 법이다. 무엇이 둘인가? 하나는 모든 선근(善根)을 다 끊어 버린 사람이고 또 하나는 복덕과 모든 선행과 꾀가 많은 사람이다. 나는 선근을 다 끊어버린 사람이 아니니 여기는 분명 보리수 밑이 아니로다.’이때 색계(色界)의 정거천자들은 참된 보리수를 표시하기 위하여 묘한 비단 당번을 그 위에 걸어 놓았으며, 또 그 가운데 모든 나무의 가지와 줄기가 다 보리수 쪽으로 기울어지게 했다.그때 보살은 이것이 진짜 보리수인 줄 알고, 문득 그 암라수를 버리고 걸음을 돌려 조용히 점점 보리수 곁으로 갔다.이렇게 보살이 보리수 아래로 가려 할 때 향수(香獸)라는 야차 하나가 그 나무와 멀지 않은 곳에 머물면서 그 보리수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는 보살이 오는 것을 보고 급히 그 동무 야차인 적안(赤眼)에게 일렀다.
“그대여, 오라. 내 이제 그대에게 말하나니 그대는 잘 알아서 속히 나를 위해 욕계(欲界)의 주인인 마왕의 곁에 나아가 이렇게 말하라. ‘옛날 구류손과 구나함과 가섭 등 모든 선성(仙聖)들이 여기 있으면서 대각(大覺)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다시 공덕이 원만하고 보리행을 갖추고 32상이 구족한 사람이 정진하러 마왕의 경계 안에 침입하였습니다. 그는 석가족 정반왕의 아들인 실달다입니다. 이미 고행을 버리고 정념(正念)을 얻어 가장 뛰어난 이곳에 와 머물고자 하나이다. 원컨대 대왕이여, 때를 아소서.’”
적안은 향수 야차의 이 말을 듣고, 급히 마왕 파순에게 가서 사실대로 일렀다.마왕 파순은 적안 야차의 이런 말을 듣고 곧 타화자재천들과 화락천ㆍ도솔천과 33천과 4왕천 등 지거천과 모든 용왕ㆍ야차와 건달바ㆍ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ㆍ나찰ㆍ비사차 등 일체 대중을 불러모아 명했다.
“그대들은 다 모여 내 처분을 들으라. 한 석가종성의 아들이 보리를 취하고자 하니 우리들은 함께 그곳으로 가 이런 용맹한 마음을 끊고 증득하지 못하게 하자.”이때 마왕의 장자 상주는 그 부왕인 파순에게 아뢰었다.
“부왕께서 그러시니 이 자식의 마음이 기쁘지 않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지금 부왕께서 실달보살 대사와 원수를 짓고자 하나, 뒷날 부왕께서 후회해도 소용없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하자 마왕 파순은 아들 상주에게 이렇게 일렀다.
“너 어린 아이야, 어리석고 미련한 것아, 아직 내 변화 신통도 모르고 내 자재로운 위력을 보지 못했구나.”그때 상주는 부왕에게 아뢰었다.
“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부왕의 어리석고 미련한 아이가 아니옵니다. 또 부왕의 자재한 신통 위력을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부왕께서는 아직 실달보살의 신통을 모르시고 실달보살의 덕력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부왕께서 홀로 그곳에 가시면, 몸소 보시고 몸소 그의 신통을 아오리다.”그러나 욕계의 마왕 파순은 아들 상주의 말을 듣지 않고 네 종류 정예 군사들을 꾸려 다 모아서 갑옷을 입히고 칼을 들리니 마치 기운 세고 가장 용맹스러운 장수가 갖가지 무서운 군사들을 거느린 것 같아서 보는 사람의 털이 곤두설 지경이며 세상에서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이렇게 한량없는 백천억 천신과 귀신 병정들은, 한 몸에 여러 가지 백천 얼굴을 나타낼 수 있고, 그 낱낱 얼굴에는 한량없는 갖가지 뱀의 몸을 내며, 손과 다리가 뒤틀려 돌아가고 형용이 무서우며, 모두 화살ㆍ창ㆍ철퇴ㆍ도끼ㆍ칼 등 가장 우수한 금강의 모든 병기들을 쥐었다. 혹은 또 신체와 머리와 손발도 온갖 이상한 모양이며, 혹은 정수리 위에 큰 불덩이가 타며, 혹은 배에서 사나운 불길이 나오며, 혹은 말이 거칠고 억세게 부르짖으며, 혹은 보습이나 금강저 등 모든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눈구멍도 무서워 눈망울이 번들거리면서 위 아래로 돌았다. 혹은 입이 비뚤어지고 이빨이 많으며 혀가 넓고 커서 여러 가지 형상을 나타내며, 혀를 밑으로 드리우거나 주먹처럼 움츠려 마치 돌덩이 같았다. 혹 눈에서 빛을 놓으면 검은 뱀 같아서 그 가운데 독이 찼으며 혹은 목줄기에 모든 뱀을 휘감고 혹은 손에 뱀을 쥐고 먹으니, 마치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듯 하였다. 혹은 손에 사람의 살과 뼈ㆍ피ㆍ머리ㆍ눈ㆍ골절을 쥐고 먹으며, 혹은 손에 사람의 5장이며 창자ㆍ똥들을 쥐고 먹었다. 혹은 푸른 눈을 사자왕같이 무섭게 부릅뜨며, 혹은 눈이 쑥 들어가고 툭 튀어나왔으며 떴다 감았다 하면 빛을 놓았다. 혹은 사나운 불덩이의 산을 타고 허공으로 오며 혹은 두 어깨에 활활 타는 산만한 불꽃을 메고 오며, 혹은 땅 위에서 두 손으로 나무를 뽑아 뿌리를 맞추어 걸머지고 왔다. 혹은 귀가 염소와 같거나 키[箕]같거나 조개 같거나 코끼리 같거나 도야지 같은데, 귓밥이 늘어진 자도 있었다. 혹은 배가 부종난 사람 같으며 다리와 발목이 가늘고 약하며 몸이 수척하였다. 혹은 코가 넓고 납작하며 혹은 배가 독 같고, 발이 바루 엎은 것 같고 몸이 바짝 말라 건포와 같이 살도 혈맥도 말랐다. 혹은 손발을 끊어 달았으며 혹은 또 머리를 잘라 손에 쥐었다. 혹은 몸에 피를 내어 서로 마시며 마시고는 다시 토하며, 혹은 흰 거품을 토하며 혹은 녹인 구리를 마시거나 철환(鐵丸)을 삼켰다. 혹은 손발이 잘린 채 무릎으로 가며 혹은 뼈뿐이라 가죽과 살이 없었다 혹은 돼지 형상을 지으며 혹은 노새와 나귀의 형상ㆍ코끼리 형상ㆍ말ㆍ낙타ㆍ소ㆍ양ㆍ물소ㆍ여우ㆍ토끼ㆍ검은 소ㆍ범ㆍ도마뱀ㆍ고래ㆍ물새ㆍ사자ㆍ호랑이ㆍ곰ㆍ이리ㆍ원숭이ㆍ승냥이ㆍ표범ㆍ야간(野干)ㆍ살쾡이ㆍ개와 같은 갖가지 형용으로 매우 두려운 모습을 지어서, 이런 군사를 다 정비하여 엄숙히 출두 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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