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5권
불본행집경 제35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8. 야수타인연품 ②
그때 선각(善覺) 장자는 모든 친족들이 자꾸만 달래고 은근히 권하기를 세 번이나 하자 마침내 마지못하여 하인들에게 큰 도끼ㆍ가래ㆍ호미ㆍ팽이ㆍ가지가지 톱들을 들려 가지고 그 나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나무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 나무는 들어라. 나는 너가 ‘소원대로 다 들어준다’고 불리는 신령한 나무라고 들었다. 그래서 누구든 와서 아들딸을 빌고 구하면 모두 얻게 한다고 했다. 나는 자식이 하나도 없다. 마음으로는 원하였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이제 너에게 빌겠으니, 만약 나에게 착한 아들이 태어나게 해 준다면 나는 나중에 너에게 와서 이와 같은 공양을 올려 그에 보답할 것이다. 하지만 너가 나에게 자식을 주지 못한다면 나는 이 큰 도끼와 가래로 너를 찍고 파헤쳐 뿌리와 줄기, 가지까지 모조리 없애어 너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래붓꽃[馬藺]의 뿌리에 붙은 수염처럼 만들어 버릴 것이요,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땅을 파서라도 너의 뿌리와 줄기를 똑똑 자르고 너의 가지까지도 잘게 썬 뒤에는 바싹 말려 불에 태워 재를 만들 것이요, 그 재마저도 거세게 흐르는 강물에 던지거나 거센 바람이 불 때 뿌려 사방에 흩을 것이다.”그때 그 나무에는 신(神)이 깃들어서 살고 있었는데, 이런 말을 들은 그 신은 크게 두려워 근심에 싸이고 즐거움이 사라져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진짜로 사람들에게 아들이나 딸을 준 것이 아니다. 다만 빌러 오는 사람들이 제 스스로 업인(業因)이 있고 복의 힘이 있어 아들과 딸을 얻은 것인데, 그들은 이 나무가 아들과 딸을 주었다고 생각해서 소원을 이루면 나무의 은혜에 보답해 온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 나무의 신은 슬피 울며 말하였다.
“이 나무는 내가 나면서부터 살아온 곳인데 저 장자가 자식을 얻지 못하면 그는 반드시 나의 이 나무를 부수고 망칠 것이다.”
한편 그 나무 신은 제석천왕을 항상 섬기고 받들어 왔다.이때 다급해진 나무 신은 서둘러 제석천왕의 도리천궁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앞서 장자가 와서 말한 대로 자식을 얻는 것과 그에 대한 보답과 재앙의 말들을 낱낱이 고한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크게 훌륭하신 천왕이시여, 부디 위대한 천왕께서는 교묘한 지혜 방편으로 빨리 이와 같은 공을 지어서 어서 그 장자에게 반듯한 아들을 주소서. 그리하여 저의 나무가 사라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그러자 제석천왕이 그 나무 신에게 말하였다.
“그대 나무 신은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왜냐 하면 나 역시도 세간 사람들에게 아들과 딸을 꼭 줄 수 없다. 그저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기 자신의 복덕의 인연이 있어서 아들이나 딸을 얻었던 것이다. 그 이치는 비록 그러하나 그대 나무 신은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견뎌 보아라. 내가 장차 그 장자에게 인연이 있을지 없을지를 살펴보겠다.”
그때 그 도리천에 천자(天子)가 한 명 있었는데 그에게는 다섯 가지 시드는 징조가 나타나서 오래지 않아서 세간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 다섯 가지 시드는 징조란 무엇인가 하면, 첫째 머리 위의 미묘한 꽃이 홀연히 시드는 것이요, 둘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흘러나오는 것이요, 셋째는 입고 있는 옷에 때가 끼는 것이요, 넷째는 몸에서 나던 빛이 자연히 변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항상 머물러 오던 미묘한 보배 평상이 갑자기 즐겁지 않아서 이리저리 옮기는 것이다.그러자 제석천왕이 그 천자에게 말했다.
“훌륭한 천자여, 만약 때를 안다면, 너는 선한 인연이 있어 모든 선의 근본을 심고 항상 게으름을 피지 않았으며 삼가고 죄를 두려워하였고 아무런 잘못을 짓지 않았고 일체의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무거운 악업을 지은 적이 없었다. 다만 질투 때문에 너는 이제 이곳에서 물러나게 되었는데, 반드시 인간 세상의 어떤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천자가 제석천왕에게 아뢰었다.
“그곳에 관해서 듣고 싶습니다.”
제석천왕은 대답하였다.
“이제 이 아래 세상 염부제 땅에 바라나라는 이름의 큰 성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선각이란 장자가 살고 있다. 그 장자는 매우 부유하여 재물도 많고 세력도 아주 크며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다만 하나 그에게는 자식이 없다. 그러니 너는 이제 마음을 내어 바라나성으로 가서 그의 아들이 되어라.”그때 천자는 과거세에 천자의 몸을 얻어 모든 선의 근원을 심고 생사를 해탈하는 인연을 지어 열반을 향하고 번뇌를 등져 모든 유(有)를 취하지 않고 일체 유위(有爲) 가운데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그 일생에서 번뇌[漏]를 다하고 성도(聖道)를 증득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그 천자는 제석천왕에게 말하였다.
“크게 훌륭하신 천왕이시여, 나는 이제 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세상의 즐거움을 얻고 싶지 않습니다.또 호명(護明)보살대사께서 오래지 않아 도솔천에서 내려가 가비라성 석가 종성인 정반왕궁에서 정반왕의 부인에게 태어나되 오른 옆구리로 태에 들어가 달이 차서 날 것이요, 태어나서는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며, 이루고 나면 마땅히 위없는 법륜을 굴리실 것입니다. 나는 그 보살 곁에서 범행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지금의 저 장자는 재물과 진귀한 보배가 있고 세력이 매우 크고 모든 것을 골고루 다 풍족하게 갖추었지만 그의 집은 게으름을 피우는 곳이 되므로 나는 그 집에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그러자 제석천왕은 그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다만 그 집에 나기를 원하라. 호명보살은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요, 이루고 나서는 마땅히 위없는 법륜을 굴리실 것이다. 나는 그때 너의 출가할 인연을 성취시키고 또한 너의 출가를 도와주겠다.”
천자가 제석천왕에게 대답하였다.
“어지십니다, 천왕이시여. 만약 그때 천왕께서 나의 발심 인연을 도와서 이루어지게 해 주신다면 그 집에 나겠습니다.”이때 제석천왕은 그 니구타나무 신에게 일렀다.
“너 나무 신아, 만약 때를 알거든 너는 속히 그 장자에게 ‘그대 장자여, 그대의 소원대로 머지않아 반듯한 아들을 얻을 것이며, 그 아들은 태어난 뒤 오래지 않아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이 될 것이다’고 알려 주어라.”그 나무 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기쁨이 가득 차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곧 그 장자의 집으로 가 허공에서 몸을 숨긴 채 말하였다.
“크게 훌륭한 장자여, 그대는 반드시 지혜롭고 반듯하고 복덕이 있는 아들을 낳을 것이다. 다만 그 아들은 태어나서 오래지 않아 꼭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이 될 것이다.”그러자 장자가 말하였다.
“훌륭하신 천신이여, 나는 자식 낳기만을 원할 따름입니다. 나는 방편을 써서 그 아이가 집을 버리고 사문이 되게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그때 그 천자는 도리천에서 아래 세상으로 떨어져 그 장자 부인의 태에 들었다. 부인은 아이를 잉태한 것을 알고 장자에게 알렸다.
“매우 어지신 장자여, 기뻐하세요. 제가 임신을 하였습니다.”장자는 이 말을 듣고 곧 부인을 위하여 몸조리할 가장 훌륭한 방법들을 찾았다. 그리하여 가장 훌륭한 자리와 가장 훌륭한 장식과 가장 훌륭한 시중과 가장 훌륭한 음식과 가장 훌륭한 옷을 부인에게 주어 즐겁게 해 주었다.그리고 나서 장자는 바라나성의 사대문 밖의 네거리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무차회(無遮會)를 베풀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찾아와 음식을 구하면 음식을 주고 꽃다발을 구하면 꽃다발을 주고 향을 구하면 향을 주고 바르는 향을 구하면 바르는 향을 주고 와구를 구하면 와구를 주는 등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모두 주었다. 그리고 그 집안의 모든 재물은 다 창고 안에 넣고 모든 술집과 모든 도살장도 없애 버렸다.때에 장자의 부인은 아홉 달이 차고 또 열 달이 차서 그 태가 성숙하여 사내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생김새는 매우 단정하였으니, 그 기쁨은 비할 데가 없었다. 몸은 누런빛을 띠었으니 마치 금 기둥 같았고 정수리는 둥그런 것이 일산과 같았으며 코는 앵무새 같았고 긴 팔이 아래로 드리웠는데 팔다리가 곧고 단정하였다. 눈 코 입 등의 감각기관을 다 갖추었고 살결이 부드러워 마치 우유덩이 같았다.
아이가 태어나자 그 위에 7보로 만들어진 미묘한 일산이 저절로 나타나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런 일은 처음이다, 정말 신기하다”며 함성을 질렀다.장자는 아이를 위하여 유모를 네 명 두었는데, 첫째 유모는 안아 주는 사람이었고, 둘째 유모는 목욕시켜 주는 사람이었으며, 셋째 유모는 젖을 먹이는 사람이었고, 넷째 유모는 아이와 함께 놀아 주는 사람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장자는 항상 사대문 밖 네거리에서 무차회를 베풀었으니,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는 또 일가친척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내가 이제 아들을 낳았으니, 너희들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 보아라.”
그러자 친척들은 함께 의논하였다.
“이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 아이 위로 보배 일산이 저절로 나타났으니, 이 인연으로 이름이 온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갈 것이다. 그러니 상산上傘:일산이 위에 있음이라고 이름을 짓기로 하자.”
그 후 사람들은 이 아이를 야수타(耶輸陀)야수타(耶輸陀)란 수나라 말로는 상산(上傘)이라고 함라고 불렀다.
야수타는 그 부모에게는 외아들이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었고, 눈으로 항상 아이를 지켜보고자 하여 눈 앞에서 아이를 길렀다. 그래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을 때면 쉽게 볼 수 있게 하였고 돌보기도 쉽게 하였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복덕이 있는 사람은 아주 빨리 자라나니
마치 기름진 땅에 과일 나무를 재배하듯 하네.
운명이 박한 사람은 도울 이도 없어서
길거리에 나무 심는 것 같다네.
아이가 차츰 자라 뛰어다니게 되자 그 집안의 법도에 따라 모든 기술을 가르치고 해야 할 일을 배우게 했으니, 이른바 글쓰고 셈을 하며 장부와 문서를 만드는 일, 재물을 주고받는 일, 장사하는 일, 모든 비단을 염색하는 일, 옷을 재봉하는 일, 여러 가지 향의 종류를 구별하고 곡식에 대하여 알며, 7보와 모든 보배를 감정하는 일이다. 아이는 이 모든 일들을 다 능숙하게 배워서 완전히 통달하였으며, 슬기롭고 말솜씨가 뛰어났으며, 지혜가 예리하고 총명하여 모든 일을 다 이루었으니, 그 아이와 겨룰 사람이 없게 되었다.나이가 더욱 들어가자 아이는 다른 곳에 살고 싶어하였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집을 세 채 지었다. 한 채는 겨울에 머무는 집이고, 또 한 채는 봄가을에 머무는 집이며, 마지막 한 채는 여름에 머무는 집이었다. 겨울에 머무는 집은 한결같이 따뜻하였고, 여름에 머무는 집은 한결같이 시원하였으며, 봄가을에 머무는 집은 덥지도 춥지도 않고 적절하였다. 또한 세 채의 집안에 있는 모든 그릇들은 전부 보석으로 만들어 놓았으며, 음식들도 한결같이 가장 맛있고 달콤하여 마음이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옷도 여러 가지로 화려하게 장식하였고, 또 온갖 가루향과 바르는 향 등을 다 갖추어 두었으며, 단정하고 예쁜 채녀들을 두어 함께 즐기게 하였다. 그 집안에는 당(堂) 앞에 갖가지 계단 길을 두었는데 계단 하나하나마다 5백 명의 사람이 5백 개의 보배 책상을 받쳐 들어 해가 뜨면 곧 펼쳐서 계단을 만들었다가 날이 저물면 다시 걷어들이게 하였다.집 둘레에도 5백 명이 호위하며 지키고 있었는데, 그 몸에는 견고한 갑옷과 투구를 입고 손에는 칼과 철봉을 들거나 또는 철륜(鐵輪)과 삼지창을 들고 집을 지키게 하였다. 세 채의 집이 모두 똑같았다.
야수타 동자가 어느 날 문득 집을 버리고 출가할까 두려웠던 까닭에 그 집 안팎의 문마다 자물쇠를 굳게 잠그었으며 문을 여닫을 때 그 소리가 반 유순(由旬)이나 들리게 하였다. 그리하여 야수타는 그 집안에서 다섯 가지 욕망의 쾌락을 고루 누리면서 즐기며 지냈다.당시는 세존께서 바라나에 계시면서 최초의 위없는 법륜을 굴리신 뒤였다. 어느 날 제석천왕은 천상에서 내려와 야수타의 집으로 가서 그에게 일러 주었다.
“그대 야수타여, 이제 때가 되었다. 그대는 조만간 집을 버리고 출가해야 한다.”
제석천이 이렇게 말하자 야수타는 잠잠히 받아들였다. 묵묵하게 그 말을 받아들인 뒤에 동이 터 올 무렵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하고자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에 올라 동산으로 나갔다.그때 세존께서는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걸식을 하기 위해 바라나성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셨다. 장로 아사유시(阿奢踰時:調馬)가 시자(侍者)로 따랐다.
야수타가 멀리에서 여래께서 다가오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단정하고 걸음걸이가 침착하였으며 온몸은 모든 특징을 완전하게 갖추고 장엄되어 있는 것이 마치 허공에 별이 가득한 것과 같았다. 야수타는 그런 여래를 보고 나서 마음이 기쁘고 깨끗해졌다. 그는 기쁘고 깨끗한 마음이 일어나자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세 번 두루 돌고는 다시 수레를 타고 떠나갔다.
야수타가 여래를 보고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 부처님께서는 그의 깨끗한 마음을 아시고 곧 미소를 지으며 광명을 놓으셨다. 그러자 장로 아사유시는 옷을 정돈하고 섰다가 오른쪽 어깨를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미소를 짓고 빛을 발하셨습니까?”부처님께서는 아사유시에게 이르셨다.
“너 비구여, 야수타 동자가 내게로 와서 나에게 절을 하고 세 번 나를 돈 뒤에 다시 수레에 올라 떠난 모습을 보았느냐?”
“예, 세존이시여, 저도 보았습니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이 야수타 동자는 오늘 밤 틀림없이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내게로 와서 사문이 되기를 청할 것이요, 사문이 되고 나서는 오래지 않아서 아라한과를 얻을 것이다.”한편 야수타는 동산에 들어가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하며 점차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때 제석천왕은 신통력으로 죽은 여자 시체 하나를 만들어 내었는데, 그 몸은 퉁퉁 부어서 막 썩으려 하였고, 쉬파리와 온갖 벌레들이 군데 군데, 엉켜서 빨아먹고 있었다. 야수타는 그 시체가 이렇게 썩어 냄새가 나는 것을 보자 더러운 생각이 일어나서 혼자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렇게 냄새나고 썩을 몸에 무슨 즐거울 것이 있어 애착하는 마음을 내고 스스로 방일하였으며, 다시 또 어떻게 이 속에서 즐겁다는 생각을 낼 것인가? 이미 곪아 터지고 있는 것을.’
그리고 나서 곧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이제 냄새나고 더러운 즐거움을 누리지 않을 것이다.”
그 동자는 동산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려고 하였다. 이때 제석천왕은 신통력으로 모든 채녀들을 다 잠에 취하게 하고 집안 곳곳에 촛불을 켰는데 촛불을 팔뚝만하게 크게 만들어서 온 집안을 환히 비추고 꺼지지 않게 하였다.이때 세존께서 그날 밤이 되자 이렇게 생각하셨다.
‘오늘 밤 그 야수타 선남자는 틀림없이 용맹하게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기를 청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시고 파라나(波羅那)수나라 말로는 단체(斷除)라고 함 강가로 가셔서 강 건너편으로 건너가서 손수 풀을 가져다 자리를 깔고 가부를 하고 앉으신 채 하룻밤을 쉬려 하셨다. 이것은 저 야수타 선남자를 마음으로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신 까닭이었다.한편 야수타는 막 잠이 들었다가 문득 깨어나 집안을 보게 되었다. 집안 곳곳은 팔뚝만한 등잔불로 환히 밝은 가운데 여러 채녀들이 잠들어 있었다. 채녀들이 잠자는 모습을 보자니, 어떤 채녀는 목에 작은 북을 건 채 잠들었고, 어떤 채녀는 비파를 끌어안고 잠들었으며, 어떤 채녀는 오현금(五絃琴)을 끼고 잠들었고, 어떤 채녀는 공후를, 어떤 채녀는 북을 끌어안았고, 어떤 채녀는 손에 젓대나 퉁소 등의 온갖 악기들을 든 채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채녀는 몸을 반이나 드러낸 채 드르렁거리며 잠들어 있었고, 어떤 채녀는 온통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채 누워 있었고, 또 어떤 채녀는 침을 흘리며 지저분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고, 어떤 채녀는 이가는 소리를 내면서 잠자고 있었고, 어떤 채녀는 엎어진 채 잠들었고, 다른 채녀는 얼굴을 제낀 채 잠들어 있었다.
야수타가 여러 채녀들이 온 집안에 가득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자 시체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런 모습들을 보자 곧 싫어져서 떠나고 싶은 마음과 근심스러운 생각이 일어났고, 마음속은 온통 오직 기꺼이 열반을 구하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열반을 향하려는 뜻을 세우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곳은 커다란 공포가 가득 찬 곳이다. 아아, 이곳은 너무나도 어지럽고 불안하며 혐오스러운 곳이다.’
야수타는 이렇게 보고 나서 잠자리에서 홀연히 일어나 가죽신을 신었다. 그 신은 온갖 보배로 만든 것이어서 그 값을 치자면 2백천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신발을 신고 나서 생각했다.
‘방에서 내려 마당까지 가려는데 층계 길이 없구나.’
그때 제석천왕은 곧 층계 길을 가져다 그 앞에 놓고 몸에서 광명을 놓아 그 광명으로 집안을 널리 비추었다.야수타는 이 광명을 보고 방에서 나와 점점 아버지가 머무는 집의 여러 채녀들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버지가 누운 방안을 보니, 질좋은 향유와 팔뚝만한 심지로 환히 불밝힌 등불이 집안 곳곳에 놓여 있었는데, 잠들어 있는 여러 채녀들을 보자니 한결같이 악기들을 목에 걸거나 품에 안고서 곯아 떨어진 모습이 앞서 보았던 시다림(屍陀林)의 송장과 꼭 같았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자 싫어져서 떠나려는 생각이 일어났고, 나아가 아주 커다란 공포심을 일으켰다.야수타가 아버지의 방에서 나와 차츰 바깥 문에 이르렀는데, 그가 보자니 바깥 문의 자물쇠는 너무나도 견고하였고, 문이 열리는 소리는 반 유순이나 퍼지는 것이었다. 그때 제석천왕은 재빨리 문을 열면서 문이 열리는 소리를 감추었으니, 그것은 바로 야수타가 출가할 때 그 어떤 장애가 있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야수타는 집을 나와 성문에 이르렀다. 그 문의 이름은 발타라파제(跋陀羅婆提)수나라 말로는 현주(賢主)라고 함라고 하는데, 역시 견고한 자물쇠가 달려 있었으며 여닫을 때의 소리 또한 반 유순이나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그때 제석천왕은 한생각 사이에 그 문을 열고 그 소리를 감추어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무도 야수타의 출가 인연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야수타는 성문을 나와 차츰 파라나 강가에 이르렀다. 그때 그 강물은 홀연히 물이 불어나서 강 언덕에까지 넘쳐 온갖 새들이 머리를 숙이지 않고도 그 물을 마실 수 있을 정도였다. 이때 제석천왕은 곧 자신의 빛을 숨겼다.
한편 야수타는 그 강 언덕에 이르렀는데 곧 강가에 멈추어 서서 이렇게 외쳤다.
“큰 걱정이구나. 아아, 너무나도 무섭구나.”그때 부처님께서는 강 저편 언덕을 거닐고 계시다가 야수타를 가엾게 여기신 까닭에 몸에서 광명을 놓으며 금빛 팔로 손을 뻗쳐 야수타를 향해 내밀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잘 왔구나. 그대 야수타여, 이곳은 두려움이 없다. 이곳은 안락하고 이곳은 자재롭다.”
게송이 있었다.
여래께서는 이미 그의 마음을 보시고
입으로 이런 말씀을 외치셨네.
‘그대가 왔구나, 그대가 왔구나, 야수타여.
여기 두려움 없는 열반의 길을 찾아서.’
세존께서는 보지 못하는 것이 없으시고
세존께서는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시네.
그러므로 능히 그의 마음을 아시나니
그래서 세존께서는 모든 밝음을 갖추었다고 하네.
이때 야수타는 세존의 이런 말씀을 듣자 곧 모든 근심과 괴로움이 사라지고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늦봄에 길을 가다가 심하게 더위를 먹어서 지칠 대로 지치고 심하게 목이 말라 있었는데, 문득 못을 하나 만나서 그 시원한 물 속에 들어가 몸을 씻고 물을 마셔서 더위먹고 힘들고 괴로웠던 것을 모두 없애는 것과 같았다. 야수타 선남자는 부처님의 이와 같은 위로하는 말을 듣고 나서 곧 모든 마음의 근심을 멸하고 마음의 적정을 얻었다.그는 마음에 한량없는 기쁨이 차오르고 온몸에 기쁨이 퍼져 나가자 이기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온갖 보석으로 만든 2백천의 값어치가 나가는 가죽신을 벗었다. 그는 마치 사람들이 눈물이나 가래침을 뱉을 때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나가듯 가죽신을 벗어 버리고 파라나 강물로 걸어 들어갔다. 그가 강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강물은 예전처럼 얕아졌다.마침내 야수타는 강물을 잘 건너서 저편 언덕에 이르러 세존께서 계신 곳에 도착하였다. 야수타가 멀리서 세존을 보니, 위의가 정돈되고 용모가 훌륭하였으며 모든 근(根)이 고요하였고 마음과 뜻이 반듯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몸은 32가지 특징으로 장엄되어 있으니, 마치 허공에 별들이 가득 차 있는 것과 같았다. 그는 이런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 나자 다시 깨끗한 기쁨이 일어났다. 차츰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마침내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그때 세존께서는 야수타가 한쪽에 물러나 선 것을 보시고 곧 그를 위하여 차례로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보시의 행과 지계의 행을 설하시고, 다음에 하늘에 나는 인연의 행을 설하셨으며, 다섯 가지 욕망은 죄가 있고 우환이며 모든 누(漏)를 다하지 못하여 여전히 번뇌가 있음을 설하시고, 출가에 대한 청정한 법을 찬탄하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야수타가 마음에 이미 기쁨을 내고 이미 희유한 마음을 일으켰으며,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걸림이 없어져 법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음을 아셨다.그리하여 세존께서는 부처님께서 지니신 남을 기쁘게 하는 말과 도를 얻게 하는 말로써 그에게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4성제인데 야수타를 향하여 이 법을 설하실 때 그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번뇌를 다하였다. 번뇌를 떠나자 모든 법 가운데 깨끗한 법의 눈을 내었으며, 모든 번뇌[結惑]를 다 없애고 진실하게 증득해서 깨달았으니, 마치 검은색 실로 꿰매지 않은 아주 깨끗한 옷이 염색을 고스란히 잘 받아들이듯 그렇게 야수타 선남자의 마음도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번뇌가 다 사라졌고, 나아가 진실하게 모두 증득해서 깨달았다.한편 야수타 선남자의 아내는 잠에서 깨어났는데 침상에 남편 야수타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야수타를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었으며 지극하게 탐하고 있었고 말할 수 없는 애정을 품고 있었기에 곧 야수타의 어머니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거룩한 어머니여, 지금 어머니의 사랑하는 아들 야수타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제가 간밤에 잠에서 문득 깨어나 그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그때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야수타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황급히 야수타의 아버지인 장자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장자여, 지금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 야수타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그리고 신부의 말을 그대로 전하였다.장자는 집안에서 야수타가 없어졌단 말을 듣자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서둘러 지혜 있는 사람에게 사람들을 보내고 혹 산수 선생ㆍ노름하는 사람ㆍ유곽으로 보내 찾아오게 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이런 곳으로 가서 내 아들 야수타를 찾아오너라.”그리하여 심부름꾼들은 바라나성 네거리를 향하여 방울을 흔들며 외쳤다.
“만약 누구든 야수타를 보았거나 야수타가 어디 있는지,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안다면, 그래서 우리에게 그곳을 알려 주거나 소식을 듣게 해 준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백천 냥의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을 주겠소.”
그리고 새벽에 성문을 열게 하고 심부름꾼들을 시켜 서둘러 나가 보게 하면서 이렇게 일러두었다.
“너희들은 성 밖으로 어서 나가 우리 야수타를 찾아보거라.”야수타의 부친인 장자는 새벽이 다가오자 근심에 싸여 눈물을 떨구고 슬피 울면서 급히 발다라제 성문으로 나갔다. 성문에 도착한 뒤에 점점 앞으로 나아가다가 야수타의 신발자국을 찾아냈다. 신발자국을 찾아낸 뒤에 따라가 보았더니 발자국은 강 언덕에서 끊어졌으며, 그곳에서 2백천의 값어치가 나가는 아들의 가죽신을 발견하였다. 그는 겨우 제정신을 되찾고서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 야수타는 지금 죽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 크게 숨을 내쉬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그가 죽었다면 이 가죽신은 이미 없어졌을 것이 아닌가?’그리하여 장자는 가죽신을 보고도 만지지도 않고 연연해 하지도 않고는 저버리고 떠나갔다. 마치 어떤 사람이 남의 가래침을 보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듯이 이렇게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은 그 7보로 만든 한 켤레의 가죽신을 보고도 그냥 저버린 채 지나 곧 그 파라나강을 건너 아들을 찾아갔다.
이때 세존께서는 강가에서 멀리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이 부처님을 향하여 오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그 모습을 보시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이 아들을 찾으러 왔구나. 그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어쩌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야수타 선남자를 포옹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변화 신통을 내리라. 만약 신통 변화를 낸다면 그의 부친은 이곳에서 오직 눈으로만 야수타 선남자의 얼굴을 보고는 이내 물러설 것이다.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해야겠다.’이때 야수타의 부친은 멀리서 세존을 보니, 위의가 가지런하고 단정하고 훌륭하여 마치 허공의 별이 해와 달을 장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써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이렇게 여쭈었다.
“훌륭하고 훌륭하신 대덕 사문이여, 저의 아들 야수타가 여기 온 것을 보지 못하셨습니까?”그때 부처님께서는 그 장자에게 이르셨다.
“장자여, 그대가 만약 시간이 괜찮거든 잠깐 편히 앉으라. 오래지 않아 야수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장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위대한 사문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하는 말은 분명히 진실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는 마음에 기쁨이 생겨나서 가득 차오르니 스스로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러 섰다.이때 세존께서는 곧 장자를 위하여 차례차례 방편으로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보시를 행하는 것과 번뇌를 모두 다 멸하고 진실하게 증득하여 깨달는 것이었다. 마치 깨끗한 옷이 쉽게 물이 들듯이 그와 같이 장자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진실하게 증득하여 알았으며,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어 번뇌의 바다를 건너고 모든 걸림을 뛰어넘어서 다시는 의심하지 않게 되었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이르렀으며,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듣지 않고 세존에게서 법의 가르침을 얻어 듣고,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함을 받고 아울러 5계를 받았다.이때 인간 세상에서 그 장자가 가장 먼저 우바새가 되었으며, 사람의 몸 가운데 세 번 아룀[三白]으로써 3귀의를 이룬 사람은 이른바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이니,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실 때에 그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은 이렇게 증득하여 보았으며, 이렇게 관찰하고 행하여 도의 자취를 얻었으며, 번뇌[漏]가 이미 다 사라졌음을 보고 일체법 가운데서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그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야수타의 부친은 법을 듣고 보아 알았으며 진실하게 번뇌를 다 없애어서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니, 옛날처럼 집에서 모든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신통을 거두어야겠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신통을 걷으셨다. 그러자 야수타 부친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아들을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들 야수타여, 너의 어머니는 너를 생각하여 너무나도 모진 고통을 받고 있다. 너로 인해서 통곡하고 너를 위하는 까닭에 슬퍼하고 있다. 너로 인해 목숨이 끊어질지도 모르니, 너는 어머니에게 가서 목숨을 살려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말하자 그 야수타 선남자는 곧 부처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야수타 부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장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배우는 사람이 이미 모든 지혜를 배우고 이미 법을 보는 것을 배워서 법을 들을 때에 증득해 알고 번뇌가 다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하자. 그런 사람이 마음을 돌이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다시 다섯 가지 애욕을 즐기겠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에게 이르셨다.
“이 야수타 선남자는 이제 이미 지견을 배웠고 모든 법을 증득하였으니 그대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지금 야수타도 설법을 들을 때 도(道)의 자취를 증득하였고 모든 번뇌가 이미 다 사라져 마음이 깨끗하게 해탈하였다. 이 야수타 선남자는 이제 다시 집안에 돌아가 옛날 집에 있을 때처럼 다섯 가지 애욕을 누리지 않을 것이다.”
이때 장자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야수타는 이제 인간 세상에 태어나서 큰 이익을 잘 얻었고 세간에 잘 태어나서 모든 번뇌를 다 없앴고 마음이 해탈을 얻었습니다.”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야수타 선남자의 몸이 여러 가지 장신구로 치장되어 있는 모습을 보시고 곧 게송을 읊으셨다.
온갖 장신구로 그 몸을 장엄하고
그 마음이 적정하여 법을 증득하고
모든 근을 조복하여 모두 청정해
모든 중생에게 큰 자비를 일으키리.
만일 이와 같이 진실하게 행하면
이것을 이름해 참된 범행이라 하네.
또한 사문 석가의 아들이라 불리고,
또한 비구승이라 불린다네.
그때 야수타 선남자의 부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제가 음식을 보시하고자 청하오니 야수타 선남자들과 함께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장자를 가엾게 여기셔서 묵묵히 그 청을 받으셨다.장자는 이미 세존께서 묵묵히 허락하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서 세 번 돈 뒤에 물러갔다.
장자가 떠난 지 오래되지 않아 그 야수타 선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시고 구족계를 주소서.”부처님께서는 야수다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너는 이제 내가 설한 법 속에서 범행을 행하여 바로 모든 번뇌를 다 없애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그 장로 야수타의 몸은 곧 출가자의 모습이 되었고, 구족계를 받아 위대한 사문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이 세간에는 일곱 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요, 그 다음은 다섯 비구와 야수타였다.다음날 세존께서는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야수타에게 명하여 시자를 삼고 그의 부친의 집으로 향하셨다. 그 집에 이르러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이때 장로 야수타의 모친과 아내는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그들을 위하여 차례로 법을 베푸셨으니, 이른바 이와 같이 보시를 행해야 하는 것 등이며, 나아가 그들은 깨끗해졌다. 여래께서는 그들이 마음에 기쁨을 일으켜서 깨끗하고 부드러워졌고 마음에 장애가 없어진 것을 아셨다.그러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모든 부처를 기쁘게 하는 법인 고제(苦諦)와 고집제(苦集諦)와 고멸제(苦滅諦)와 득도제(得道諦)를 설하셨는데, 그때 그들은 그 자리에서 모든 티끌을 멀리 여의고 깨끗한 지혜를 얻었으며, 번뇌가 다 사라지고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다. 그리고 모든 때[垢]와 모두 멸해야 할 법을 다 알고 다 멸하여 진실하게 증득해 알았으니, 마치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옷이 물을 들이는 대로 그 색을 받아들이듯이 그와 같이 그 권속들도 앉은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더러운 법을 멸하였으며, 진실하게 증득하여 깨달았다.
그 부인들은 이미 모든 법을 보고 증득하여 깊이 들어가서 모든 법 가운데에서 번뇌의 구렁을 건너고 의심과 두려움이 없게 되었으며, 다른 사람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지 않고 세존의 가르침 가운데서 지견(知見)을 얻어 부처님과 법에 귀의하고 또 승가에 귀의하고 곧 5계를 받았다.그리하여 이날 인간 세상에서 최초로 3귀의와 5계를 받아 최초의 우바이가 된 사람은 바로 장로 야수타의 모친과 아내와 그의 모든 권속들이었다.이때 매우 부유한 선각(善覺) 장자는 세존께서 그 권속들을 위해 설법하신 것을 듣고 기뻐하며 곧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장자와 그의 아내와 또 며느리는 손수 온갖 맛있는 음식을 부처님과 야수타에게 받들어 올리고 공양하였으니, 이른바 온갖 구미에 맞추어 베푼 음식으로 모두들 흡족하고 마음대로 포식하였다.이때 장로 야수타의 부친 선각 장자와 그 부인과 며느리는 부처님께서 공양이 끝나 옷과 발우를 거두시고 손발을 씻고 이와 같이 청정하게 앉으심을 보고서 각자 자리를 가지고 차례로 부처님 앞에 들어와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선각 장자와 그 권속들이 법답게 그 앞에 앉은 것을 보시고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그들을 해탈케 하고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려고 분에 따라 법을 설하셨다.
그들은 법을 듣고 나자 마음에 크게 기쁨을 일으켰으며, 믿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고 위엄과 덕이 더욱 커졌다. 그들이 법을 듣고서 나아가 모두 마음에 기쁨을 내는 것을 아시고 부처님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고, 야수타는 부처님을 따라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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