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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38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4권

by Kay/케이 2024.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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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4

 

불본행집경 제34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7. 전묘법륜품 ②
이때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옛날의 모든 부처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들은 어느 곳에서 위없고 미묘한 법륜을 굴렸는가?’
세존께서 이런 생각을 하시자 그 땅이 곧 저절로 솟아올라 여느 곳과 달라졌다.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옛날의 모든 부처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들은 위없는 법륜을 어떻게 굴리셨을까? 앉아서 굴리셨을까, 누워서 굴리셨을까?’
세존께서 이런 생각을 하시자 그 자리에 이내 5백 개의 높은 사자좌(獅子座)가 나타났다.
세존께서는 이 5백 개의 사자좌를 보시자 곧 공경하는 마음을 내었는데, 과거의 모든 세존들을 공경하는 까닭에 세 개의 높은 자리를 세 번 돌고, 네 번째 자리에 이르러서는 곧 그 위에 올라가 가부를 하고 앉으셨는데, 사자처럼 두려워하지도 놀라지도 않으셨다.
그 떄 교진여 등 다섯 비구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몇 분의 부처님께서 오셔서 함께 설법하시는 것입니까? 왜 여기에 높은 자리가 여러 개 있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다섯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이제 마땅히 알라. 이 현겁(賢劫) 가운데 5백 분의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데, 이미 세 분의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셨고, 내가 지금 네 번째로 세상에 출현하였으며, 나머지 분은 미래에 계속해 나타나실 것이다.”이때 세존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들께서는 금륜(金輪)을 굴리셨는가, 은륜(銀輪)을 굴리셨는가? 파리륜(頗梨輪)을 굴리셨는가, 유리륜(琉璃輪)을 굴리셨는가? 붉은 진주륜[赤眞珠輪]을 굴리셨는가, 마노륜(瑪瑙輪)을 굴리셨는가? 차거륜(硨𤦲輪)을 굴리셨는가, 호박륜(虎珀輪)을 굴리셨는가? 산호륜(珊瑚輪)을 굴리셨는가, 칠보륜(七寶輪)을 굴리셨는가, 목륜(木輪)을 굴리셨는가?’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시며 마음속으로 스스로 지견(智見)을 내어서 과거의 모든 부처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4성제(聖諦)에 따라 12가지 인연을 차례로 세 번 굴려 위없는 법륜을 굴리셨는데, 세간 안에는 사문이나 바라문, 혹 천상이나 마군[魔]이나 범천[梵] 세계의 어떤 중생도 이렇게 자재롭고 두려움이 없는 법륜을 굴린 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아셨다.이때 세존께서는 기수월(箕宿月) 보름 전 12일에 해가 사람의 그림자 반을 지날 무렵, 비사야(毘闍耶)수나라 말로는 난승(難勝)이라고 함라고 이름하는 시각에 북쪽을 향하여 앉으셨다. 그리고 귀수별[鬼宿]과 방수별[房宿]이 합칠 때 위없는 청정한 법륜을 굴리셨으니, 일체 세간의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과 하늘ㆍ마ㆍ범천들은 이와 같은 법륜을 굴릴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이 방수일에 법륜을 굴려 걸림없이 설법하신 것은 세상을 따르는 까닭에 이 날에 하신 것이다.이때 세존께서는 다섯 비구에게 말씀하셨는데, 이른바 여래는 이런 음성을 지니고 있으니 잘 가르치고, 잘 달래고 위로하며, 잘 가르치되 결함이 없고, 공경하게 가르치고, 굽히거나 아첨하지 않고, 곱거나 거칠지도 않고, 화려하거나 투박하지 않으며, 유순하고 조화롭고 업을 잘 지으며, 느리거나 급하지도 않고, 걸리거나 방해되지 않으며, 참답고 바르고 미묘하며, 매우 공교롭고 분명하여 유창하고 달고 아름다워 여러 사람의 뜻을 즐겁게 하며, 흐리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무너뜨릴 수 없으며, 비길 자가 없고, 물듦을 여의고 청정하며, 오래도록 항상 버려 잃거나 모자라지도 않고, 맺히거나 얽힘도 없이 해탈하였고, 빛나고 깨끗하며 빈약하거나 더듬지도 않고, 또한 연약하지 않다. 능히 일체 중생에게 즐거움을 내게 하고 일체 중생의 몸에 윤기를 돌게 하며, 일체 중생을 발심하게 하여 욕심을 끊게 하고 성내는 마음을 끊게 하고 어리석은 마음을 끊게 하고 모든 마군을 포섭하고 모든 죄를 쳐부수고 모든 외도들을 항복케 하는 음성이다.세존의 음성은 남을 잘 가르치니, 마치 북소리 같고 범천의 소리 같고 가라빈가새의 지저귀는 소리 같고, 제석천의 소리 같고 바다에서 파도치는 소리 같고, 땅이 흔들리는 소리 같고 곤륜(崑崙)이 진동하는 소리 같고, 공작새의 지저귐 같고, 구시라새, 명명새[命命鳥], 기러기 왕, 학이 우는 소리 같고, 맹수의 왕인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 같고, 공후ㆍ비파ㆍ오현(五絃)ㆍ젓대ㆍ피리소리와 같아서 듣는 사람이 한결같이 기뻐하며, 가르침이 분명하여 기쁜 마음으로 듣게 하며, 미묘하고도 깊고 깊어 모자라거나 부족한 점이 없어서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선(善)의 근원을 짓게 하고, 듣는 사람이 헛되게 하지 않았다. 문장의 구절이 분명하고 뜻이 그윽하며 법장(法藏)이 진실하여 때에 맞고 철에 맞으며 삼마야에 맞아서 때를 어기지 않고 모든 근(根)의 정(情)을 알아 진리의 구절을 잘 따른다. 그리하여 갖가지 보시로 장엄하고, 청정하게 계를 지키며, 인욕하여 포용해 받고, 용맹하게 정진하며, 고요하게 선(禪)을 닦고, 분신(奮迅)하는 신통과 지혜로써 세간의 선악을 분별하며, 우정어린 마음[慈]으로 즐거움을 이루어 주고, 슬퍼하는 마음[悲]에 피곤해 하지 않고, 기뻐하는 마음[喜]과 담담하게 버리고 떠나는 마음[捨]으로 3승을 세우고 3보(寶)의 종자를 잇고 3취(聚)를 가려 3해탈문을 깨끗하게 하며 진실한 말로 가르치고 일깨우니, 지혜로운 이가 찬탄하는 바요 성인의 마음에 맞는 바로서 허공처럼 한량없고 가없어서 일체에 두루 이르고, 모든 특징을 다 갖추었다.세존께서 이런 음성으로 다섯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출가한 사람은 항상 세간의 두 가지 일을 버려야 하니, 두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애욕의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니, 모든 행동이 마을에서 범부들이 찬탄하는 것이라면 이것을 반드시 버려야만 한다. 둘째로 버려야 하는 것은 자신이 곤란을 당하고 괴로움을 받는 일들은 성현들이 찬탄하는 것이 아니니, 스스로의 이익도 되지 못하고 남에게도 이로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을 버려야만 한다.”
다시 게송을 읊으셨다.
자신에게 손해되는 것은 서둘러 버리고
모든 감각기관의 경계도 다 버려야 한다.
만약 이 두 가지를 버릴 수만 있다면
곧 진실하고 바른 감로의 진리를 얻을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이렇게 두 극단을 버렸으므로 중도(中道)가 있어서 내 스스로 증득해 알았다고 말하는 것이니, 눈을 열기 위하여 지혜를 내기 위하여 적정(寂定)을 위하여 모든 신통을 위하여 깨쳐 알기 위하여 사문을 위하고 열반을 위한 까닭에 이를 성취하였다. 너희 비구들이 만약 알고자 한다면 중도로 나가야 하니, 내가 증득한 것과 같이 눈을 열고 지혜를 내기 위하여 적정 내지 열반과 8정도를 위한 까닭이니, 이른바 정견(正見)ㆍ정분별(正分別)ㆍ정어(正語)ㆍ정업(正業)ㆍ정명(正命)ㆍ정정진(正精進)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을 위하는 까닭이다. 너희 비구들이여, 이것이 바로 중도이니 내 이미 증득해 안 것이다. 눈을 열기 위하여 지혜를 내기 위하여 적정을 위하여 모든 신통을 내기 위하여 깨쳐 알기 위하여 사문을 위하여 열반을 위하여 마땅히 성취해야만 한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이러한 여덟 가지 바른 길의 인연은
죽고 나는 공포를 완전히 없애 줄 것이니
이미 모든 업을 다 없애고 나면
영원히 그 어떤 목숨도 다시 받지 않으리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4성제(聖諦)가 있으니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고성제(苦聖諦)와 고집성제(苦集聖諦)와 고멸성제(苦滅聖諦)와 득도성제(得道聖諦)이니, 이것을 4성제라고 부른다.비구들이여, 어떤 특징을 고성제(苦聖諦)라고 부르는가. 이른바 태어남의 괴로움ㆍ늙음의 괴로움ㆍ병듦의 괴로움ㆍ죽음을 근심하고 슬퍼하는 괴로움ㆍ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ㆍ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괴로움ㆍ구하여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니, 이 모든 괴로움을 고성제라 한다.비구들이여, 어떤 것을 이름하여 고집성제(苦集聖諦)라 하는가. 이른바 이 애욕이 자꾸만 마음을 움직이고 애욕의 일을 생각하며 처처마다 생각함이니, 이것을 고집성제라고 한다.비구들이여, 어떤 것을 이름하여 고멸성제(苦滅聖諦)라 하는가. 이른바 그 애욕을 멀리 떠나고 버려서 완전히 다 없애어 남김이 없게 하면 마음과 마음의 생각이 온전히 고요해지니, 이것을 고멸성제라고 한다.비구들이여, 어떤 것을 이름하여 득도성제(得道聖諦)라 하는가. 8정도[正聖路]를 얻는 것이니, 이른바 정견ㆍ정분별ㆍ정어ㆍ정업ㆍ정명ㆍ정정진ㆍ정념ㆍ정정이니, 이것을 일러서 괴로움을 멸하는 득도성제라고 한다.이 고성제는 내가 옛날에 남에게서 들은 것이 아니라 모든 법 가운데서 저절로 지혜와 눈이 생겨나고 뜻이 생겨나고 밝음이 생겨났으며, 서원이 생겨나고 지혜가 생겨나서 고성제가 이와 같음을 알게 된 것이요, 나아가 들은 적이 없으며 모든 법 가운데 눈과 지혜가 생겨나서 그 고성제를 환히 비추어 알게 된 것이다.범본(梵本)에 거듭 반복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그 요점을 취하였다.이와 같이 고집성제도 남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모든 법 가운데 눈과 지혜가 생겨서 저 고집법(苦集法)을 완전히 멸한 것이며, 이와 같이 나아가 고집성제를 완전하게 멸하였다.이와 같이 고멸성제도 남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모든 법 가운데서 눈과 지혜가 나서 그 고멸성제를 지금 증득한 것이며 이와 같이 하여 나아가 지혜가 생겨나서 고멸성제를 증득하여 완전히 알았다.이와 같이 고집멸성제를 증득한 뒤에 득도성제를 얻었는데, 득도성제도 남에게 들은 것이 아니며 모든 법 가운데서 눈과 지혜가 생겨나서 그 고집이 멸하고 득도성제를 증득하였으며, 나아가 지혜가 나서 그 고가 멸하고 득도성제를 증득하여 마쳤다.이상 4장(章)은 모두 반복하여 말한 것이다.비구들이여, 나아가 나는 이 4성제를 이렇게 세 번 굴리는 12가지 인연[三轉十二因緣]을 진실하게 증득하지 못하였으므로 나는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지 못하였으며, 깨달음을 완전히 이루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비구들이여, 나는 이 4성제를 세 번 굴려 진실하게 12가지 상(相)을 증득한 뒤에 비로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되었으며, 그러므로 나는 완전히 깨달음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비구들이여, 나는 그때 지견(智見)이 생겨나고 어지럽거나 흩어지지 않은 마음으로 올바르게 해탈을 얻었던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나의 최후의 생이며, 다시는 유(有)를 받지 않을 것이다.”부처님께서 이런 법상(法相)을 말씀하실 때, 장로 교진여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垢]를 멀리 여의고 모든 얽매임을 없애고 모든 번뇌가 깨끗하게 없어져서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었다. 그리하여 모든 집법(集法)은 일체가 다 멸하며 법이 멸함을 알고는 진실하게 증득해 알았다. 비유하자면 마치 조금도 때가 묻지 않았고 검은 실로 꿰매지도 않은 깨끗한 옷은 물들이는 대로 따라 그 색깔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다.
그러하고 그러하여 교진여는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더러움을 완전히 없앴고 번뇌를 다 멸하여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진실하게 알았다. 이때 그 모임에 있던 6만 명의 천자(天子)들이 멀리 티끌과 때를 여의고 모든 법에서 깨끗한 눈과 지혜를 얻었다.이때 세존께서는 사자후로써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진리는 깊고 깊으며 진실하고
고요하며 이름붙일 수 없고 말할 수 없다.
가장 뛰어난 교진여가 제일 먼저 증득하니
내 구한 바 도가 헛되지 않도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이렇게 깊고 깊은 법을 설하실 때
가장 훌륭하신 세존께서 자비를 행하셔서
교진여는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또한 억만천(億萬千)의 모든 하늘도 그러하였네.
이때 모든 지거천(地居天)들이 세존께서 이런 법상을 설하시는 것을 듣고 일시에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당신들은 모두 알아야 한다. 오늘 바가바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바라나국 녹야원(鹿野苑)의 과거 모든 선인들이 살고 있던 곳에서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신다.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범천ㆍ마군이라도 참으로 이런 법륜을 굴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게송이 있었다.
훌륭하도다, 세존께서 진여(眞如)를 보시고
중생을 위하여 감로 법륜 굴리시네.
지계와 선정은 바퀴살ㆍ바퀴둘레요
참괴와 정진은 바퀴심대ㆍ바퀴통이라.
매우 깊고 다름없는 참된 말씀으로
이 바퀴를 세우니 삼계의 높은 이시네.
이제 바라나성 녹야원에서
이렇게 법 바퀴를 굴리신다네.
그때 그곳의 지거천들이 이런 소리를 외치자, 그 소리는 위로 사천왕천에 사무쳤다. 그러자 사천왕천이 이 소리를 듣고 나서 다시 그 말을 전하여 외쳤는데, 그 소리는 이와 같았다.
“오늘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바라나 녹야원에서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신다. 일체 세간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범천이나 마군 중에는 실로 법륜을 굴릴 자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사천왕천이 이렇게 외치자 이 소리를 도리천에서 듣고, 도리천왕이 이렇게 외치자 야마천에서 듣고, 야마천왕들이 이렇게 외치자 도솔천에서 듣고, 도솔천왕들이 이렇게 외치자 화락천에서 듣고, 화락천왕들이 이렇게 외치자 타화자재천에서 듣고, 타화자재천에서 이렇게 외치자 범천왕이 들었다. 그리하여 범천왕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바라나성 녹야원에서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신다. 일체 세간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일체 마왕 범천들 중에는 실로 굴릴 수 있는 자가 없다.”
이런 차례로 한생각 사이에 위로는 모든 천인들이 각기 서로 일러 주었는데, 그 소리는 두루 차서 나아가 대범천에까지 이르렀다.이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이 소리를 듣고 또 이렇게 범천의 음성으로 외쳤다.
“오늘 세존ㆍ불ㆍ바가바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바라나성 녹야원에서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신다. 일체 세간의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천상ㆍ인간ㆍ마군ㆍ범천 가운데 실로 이와 같이 법을 굴릴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차례로 소리가 퍼져 나가 유정천(有頂天)에 이르렀다.이때 세존께서 법륜을 막 굴리시려 하자 천상ㆍ인간ㆍ마군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 등 일체 세간이 큰 빛으로 널리 비추었다.
저 철위산(鐵圍山)과 큰 철위산의 두 산 사이는 매우 깊고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는데, 그곳의 중생들은 아주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해와 달의 이와 같은 광명과 이와 같은 큰 덕과 이와 같은 신통과 이와 같은 위력과 이와 같은 자재로움도 그곳을 환히 비추지 못하였고, 그곳을 빛나게 하지도 못하였는데,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곳을 두루 비추니, 그곳에 있던 중생들이 광명을 얻게 되자 각기 서로 보고 알아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곳에도 중생이 있었구나. 범본(梵本)에서는 이 말을 두 번 하고 있다.”이때 세계의 땅에는 모든 나무와 수많은 꽃들과 약초들이 한결같이 때를 따르고 제각기 종류별로 크고 작은 것들이 각각 저절로 줄기와 잎과 꽃과 열매를 내었는데, 그런 뒤에 꽃이 자연히 부처님 위에 비오듯 내렸으니,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해서였다.
그 허공은 청정하여 티끌이나 안개, 연기나 노을이 없었는데도 잠깐 사이에 가벼운 구름이 일어 가랑비를 뿌려 대지를 적셨다. 빗물은 청량하여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는데, 비가 그친 뒤에 날이 개자 다시 미풍이 일어나더니 청량하고 쾌적해졌고 사방이 모두 정갈해졌다. 그리하여 드러나는 것이 분명하며 티끌이나 운무 같은 것이 없었다. 위의 허공에서는 모든 하늘의 무리들이 모여 하늘의 음악을 짓고 하늘의 미묘한 노래를 불렀으며, 또 하늘의 갖가지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을 비처럼 내렸고, 또 모든 하늘의 하늘거리고 미묘한 옷을 비처럼 내렸으며, 하늘의 금ㆍ은ㆍ유리와 7보로 만든 연꽃을 비처럼 뿌렸다. 또한 한량없는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을 여래 위로 비처럼 뿌렸고, 또 한량없는 갖가지 향과 가루향ㆍ바르는 향을 비처럼 내려서 여래 위에 뿌리고, 뿌린 뒤에 또다시 뿌리니, 부처님께서 앉으신 곳 사방 둘레 1유순은 조금도 빈틈이 없이 온갖 꽃으로 뒤덮였다.또 이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움직이고 두루 움직이고 한꺼번에 두루 움직이며, 흔들리고 두루 흔들리고 한꺼번에 두루 흔들리며, 솟고 두루 솟고 한꺼번에 두루 솟으며, 울부짖고 두루 울부짖고 한꺼번에 두루 울부짖으며, 깨치고 두루 깨치고 한꺼번에 두루 깨쳤다.
모든 중생들이 한결같이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는데, 당시 한 중생이라도 욕심에 괴로워하거나 성냄에 괴로워하거나 어리석음에 괴로워하거나 교만한 마음에 괴로워하거나 잘난 체하는 마음에 괴로워하는 이가 없었다. 또한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어느 한 중생도 죄를 짓지 않았다. 병든 중생이 있었으면 이내 쾌차하였고, 굶주리고 목마른 중생이 있었으면 이내 배불러졌고, 술에 취한 중생이 있었다면 곧 깨어났고, 미쳐 버린 중생이 있었다면 모두 제 마음을 찾았으며, 눈먼 자는 볼 수 있게 되었고, 듣지 못하던 자는 듣게 되었다. 또한 6근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모두 다 갖추게 되었고, 가난하여 헐벗어 추위에 떨던 중생들은 풍부하고 넉넉해졌으며, 파리하게 야윈 중생들은 보기 좋게 살이 올랐고, 갇혀 있던 중생들은 모두가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온갖 족쇄에 묶여 있던 중생들은 저절로 족쇄에서 풀려나왔고, 지옥의 중생들은 괴로움이 사라졌고, 가축들은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아귀 중생은 굶주림과 목마름이 가라앉았다. 이와 같은 인연으로 교진여는 증지(證智)라는 이름을 얻었다.이때 장로 교진여는 몸으로 여실히 모든 법을 보고 여실히 모든 법을 알았고 여실히 모든 법을 증득하였고 여실히 번뇌의 험한 길을 건넜고 번뇌의 자갈밭을 건넜고 의심이 없는 곳을 건너서 마음이 결정되어 막힘이 없었으며, 이미 두려움이 없게 되었고 다른 이로부터 배우지 않게 되었다.
때에 교진여는 그 법행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의 법에 들어가겠습니다. 세존께서는 저를 제도하셔서 사문을 만들어 구족계(具足戒)를 주소서. 비구가 되기를 원합니다.”그러자 부처님께서 교진여에게 이르셨다.
“잘 왔다, 비구여. 내 법에 들어와서 괴로움의 끝을 다하기 위하여 범행을 닦아라.”
이때 장로 교진여는 몸이 곧 출가인의 모습을 갖추고 구족계를 이루었다. 그리고 나머지 네 비구에게도 각각 법의 요체를 설하여 근기를 따라 가르침을 베풀어 주셨다.
그들 중에 세 비구가 다른 곳으로 걸식을 하러 가면, 두 비구만이 가르침을 받았다. 그 뒤 세 사람이 밥을 얻어 오면 여섯 사람이 서로 함께 앉아 먹었다.
그들이 이미 여래의 설법을 듣고 교화를 받았는데, 그 당시에 장로 발제리가(跋提梨迦)수나라 말로는 소현(小賢)이라 함와 그 다음 장로인 파사파(婆沙波)수나라 말로는 기기(起氣)라고 함 이 두 사람은 곧 앉은 자리에서 때와 티끌을 멀리 여의고, 모든 결혹(結惑)을 다하고 번뇌의 세계를 깨끗이 하여 저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으며, 모든 결혹을 다하여 무상법(無常法)을 알고 여실하게 증득해 알았다. 비유하자면 마치 깨끗하여 검은 실이 없고 때가 끼지 않은 옷이 물들이고자 하는 대로 이내 그 색을 입게 되듯이 그러하고 그러하여 그 장로 발제리가와 장로 파사파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고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다. 그리하여 나아가 이내 출가인의 모습을 갖추었고 구족계를 얻었다.이런 차례로 하여 걸식하느라 나중에 온 사람도 법에 맞게 교화되고 법에 맞게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세존께서 법에 맞게 가르침을 베푸실 때 장로 마하나마(摩訶那摩)수나라 말로는 대명(大名)이라 함와 장로 아사유시(阿闍踰時)수나라 말로는 조마(調馬)라고 함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의 눈을 얻었다. 그러하고 그러하여서 장로 대명과 장로 조마는 곧 그 자리에서 번뇌의 때를 모두 없애고 진실하게 증득하였다. 그들은 스스로 모든 법상(法相)을 보았으며 법상을 건너고서 다시는 의심하지 않게 되었고, 두려움이 없는 땅에 이르렀으며, 다른 이에게서 가르침을 듣지 않고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증득해 깨달음을 이룬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면서 무릎 꿇고 합장하고 이렇게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고 저에게 구족계를 주소서.”그러자 부처님께서 두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잘 오너라. 내가 가르친 법에 들어와서 범행을 닦아 완전히 괴로움을 다 없애라.”
그때 두 장로는 곧 출가를 이루고 구족계를 얻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소현(小賢)과 기기(起氣)와 교진여와
또 마하나마 장로와 조마 장로
그들이 처음으로 여래 감로 북의 법문(法門)을
깨닫고 증득한 자들이네.
이때 세존께서는 그 다섯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나는 밤낮으로 항상 정념(正念)을 행하고 정행(正行)을 행하여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해탈을 얻었으며 완전하게 증득해 알았노라. 너희 비구들도 나의 정념과 정행의 행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 너희도 반드시 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해탈을 얻고 깨닫게 되리라.”이때 마왕 파순은 불세존 계시는 곳에 와서 곧 게송으로 아뢰었다.
구담은 온갖 하늘과 인간 세상의 욕망으로
스스로를 얽어매고 있는데
이제 이 올가미에 들어왔으니
내 결코 너희 사문을 놓치지 않으리라.
그러자 세존께서는 이 말이 마왕 파순이 한 말임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내 오래전에 모든 사랑의 그물을 벗어나
하늘과 인간 세상의 욕망을 모두 떠났고
크게 얽매임도 나는 이미 벗어났다.
하물며 너는 앞서도 나에게 항복하지 않았던가.
그때 마왕 파순은 부처님의 이런 게송을 듣고 묵묵히 서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사문 구담은 내 의도를 알아챘다. 석가족의 저 사문은 내 심정을 눈치챘다.’
그리고 이내 크게 탄식하고 원망하며 몹시 괴로워하면서 그곳에서 몸을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세존께서는 다시 다섯 비구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만약 모든 색(色)이 내가 아님[無我]을 알면 이 색은 괴롭고 무너지는 모습을 짓지 않을 것이며, 마땅히 괴로움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보고 이렇게 알아라. 이렇게 색이 있는데 이 색은 내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색은 번민을 내고 괴로움을 낸다. 비록 괴로움과 번민을 내지만 또한 색의 결정된 성질[定性]을 얻지 못하며, 색에는 이미 결정된 성질이 없으므로 또한 색이 이렇게 있었으면 하고 원하거나 이렇게 없었으면 하고 원하여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색이 이미 그러하니,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그러한 것이다.너희 비구들아, 식(識)도 또한 내가 아님[無我]을 알아야 한다. 식이 만약 나라면 이 식은 번민을 일으키거나 괴로움을 짓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식의 본체는 없어서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있었으면 하고 원하거나 이렇게 없었으면 하고 원하여 말할 수가 없다. 이 식이 무아이기 때문에 식은 능히 번민을 일으키고 괴로움을 짓는 것이고, 식이 본래 없기 때문에 가히 식이 이렇게 있었으면 하거나 이렇게 있지 않았으면 하고 원할 수도 없는 것이다.”다시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식은 항상한 것이냐? 덧없는 것[無常]이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은 덧없는 것입니다.”
“식이 이미 덧없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즐거운 것인가?”
“세존이시여, 이 식은 괴로운 것입니다.”
“식은 이미 괴로운 것이요, 덧없는 것이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이라면 이것은 바른 법이 아닌 것이요, 항상 머무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와 같이 식을 본다면 나아가 ‘저것은 나요, 혹은 내가 저것이며, 혹은 내가 나의 것이다’고 하는 생각을 낼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만 한다. 과거의 색이거나 혹은 현재, 미래의 색이거나, 안의 색이거나 밖의 색이거나, 거친 색이거나 미세한 색이거나 혹은 위의 색이거나 아래의 색이거나 가까운 색이거나 먼 색이거나 그 모든 색들에 대해서 ‘저것은 바로 나이다, 나는 바로 저것이다’는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그러하고 그러하여서 진실하고 바른 지혜로 이렇게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수ㆍ상ㆍ행ㆍ식도 그러하니,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식이거나, 안과 밖의 식이거나 거칠거나 미세한 식이거나 위나 아래의 식이거나 멀거나 가까운 식 등의 그 모든 식에 대해서 ‘나는 저것이요 저것은 나요, 혹은 나는 나다’는 생각을 내어서는 안 된다. 그러하고 그러하여서 진실하게 바로 보고 이와 같이 알아야만 한다.”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알아야만 한다. 만약 많이 들은 성문(聲聞)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본다면, 그는 마땅히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을 싫어하여 떠날 것이니, 이미 싫어서 떠나고 나면 일체를 즐거워하지 않게 된다. 마음이 이미 즐거워하지 않으면 해탈을 얻을 것이며, 이미 해탈을 얻으면 마침내 지혜가 생겨서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일을 다 마쳐서 후세의 존재[後有]를 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세존께서 이런 법을 말씀하시니, 다섯 비구들은 유위법 속에서 모든 번뇌[漏]가 다하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 그리하여 이 세간에 여섯 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시고, 다섯 명은 이 비구들이었다.
그리고 뒤에 여래께서는 수기(授記)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내가 처음으로 법륜을 굴려 법을 설할 때 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은 사람으로 으뜸가는 자를 알려면 그가 바로 다섯 선인의 우두머리인 교진여 비구인 줄을 알아라.”그때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그 교진여 장로 비구는 어떤 선근(善根)을 지은 인연으로 여래께서 처음으로 위없는 법륜을 굴리실 때 어기지 않았습니까?”그러자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아주 오래전의 일을 생각해 보니, 옛날 이곳 바라나성에 옹기장이가 한 사람 살고 있었다. 그때 그곳에 벽지불(辟支佛)이 한 분 있었는데 몸에 병이 나서 치료를 하려고 그 마을에 들어갔다. 계절은 막 여름이 될 때였는데 그 벽지불은 병을 치료하려고 옹기장이 집으로 가서 그에게 말했다.
‘그대여, 만약 허락한다면 나는 그대의 집에서 한철 여름안거를 지내면서 병을 다스리고 치료하고자 하오.’
그 옹기장이는 청정한 마음으로 벽지불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신 대선(大仙)이시여, 이 말씀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마음대로 머무십시오. 저는 힘닿는 대로 대선을 받들어 네 가지를 공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옹기장이는 벽지불을 위하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방을 하나 만들어 그를 머물게 하고 와구와 파리채와 등잔불의 기름을 보시하였다.
그날 밤 벽지불은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었는데 때마침 옹기장이가 큰 불빛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등불이 이토록 밝으며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가? 그러다 저 초가집이 불에 타는 것은 아닐까?’그리하여 그 옹기장이는 조용하고 가볍게 걸어가서 그 초가집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는 벽지불이 가부를 하고 앉았는데 큰 불덩이가 치열하게 빛을 내고 있었지만 몸은 의젓하게 있어 타거나 그을리지도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옹기장이는 서둘러 물러나 돌아갔다.
그후 그의 신심은 갑절로 희유하게 커져 갔다. 존자 벽지불은 그 옹기장이 집에서 이렇게 조용히 한철 여름안거를 보내면서 요양하였고, 그 옹기장이는 네 가지를 필요할 때마다 모두 다 받들어 공양하고 또 의사를 보내어 치료해 주고 약까지 공급하였다. 하지만 그 벽지불은 차도가 없었으니, 마침내 벽지불은 신병으로 인하여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옹기장이는 존자 벽지불이 반열반에 든 것을 보고 슬픔이 사무치고 근심에 잠겼으며, 마음에 즐거움이 사라져서 슬피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며 애통해 하였다.
그러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울음소리를 듣고 몰려와 물었다.
‘무슨 일로 이토록 슬피 울고 있소?’
옹기장이가 사람들에게 벽지불의 신통 인연을 들려주면서 ‘이 선인은 이렇게 정진하고 이렇게 계를 지키고 항상 미묘한 법을 행하였는데 내가 의사를 불러 치료해 드렸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었소’라고 답하였다.이때 다른 곳에 많은 벽지불들이 있었는데, 그 숫자는 한 사람이 모자라는 5백 명이었다. 그들이 전단 향나무를 가지고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아와서 그 벽지불의 시체를 화장하고 옹기장이를 위로하며 말하였다.
‘그대여, 그대는 마음에 커다란 기쁨이 생겨나고 기쁨에 겨워 뛰놀며 온 몸에 즐거움이 가득해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대는 이 선인을 공양하였기 때문이니, 이 공덕으로 오는 세상에 크게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대는 우리의 신통을 보지 못하였는가?’그 옹기장이는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그러자 벽지불들이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가 지은 신통과 같이 이 선인의 신통도 또한 그러하여 우리들 가운데 이 분이 가장 연장자이고 위대한 분이셨다.’
옹기장이가 물었다.
‘존자들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왕사성이라는 도시가 있다. 그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선인들이 머무는 산>이란 이름의 산이 있는데, 우리는 바로 그곳에서 살고 있다.’그러자 옹기장이가 그 벽지불들에게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선인들이시여! 저의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신 뒤에 마음대로 가소서.’이리하여 그 벽지불들은 모두 그의 음식을 받아서 먹은 뒤에 그에게 일렀다.
‘미래세에 부처님께서 출현하시리니 너는 그 분에게 이번의 청정한 공덕의 마음을 빌려서 발심하고 소원을 내게 될 것이다.’
그 옹기장이가 이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말하였다.
‘선인들이시여, 전에 제가 모신 스승은 가장 연장자이시며 가장 훌륭하셨습니다. 부디 저도 또한 그와 같아서 미래세에 마땅히 석가여래를 만나 그의 가르침 속에서 출가하게 되면 제가 가장 나이들고 훌륭하여 으뜸가는 상좌(上座)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 선인들이 말하였다.
‘그대의 이 서원은 분명히 이루어지리라.’벽지불들은 이 옹기장이의 서원을 인정하고 곧 허공을 날아 그곳을 떠나갔다. 옹기장이는 벽지불들이 신통으로 허공을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청정한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합장하고 정례하였다.
그 후 그는 반열반에 든 존자 벽지불의 사리를 걷어서 탑을 세웠다. 그는 그 탑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좋은 상륜(相輪)을 얹었으며, 그 바퀴 안에 방울을 달고, 비단 당번과 온갖 향기로운 꽃과 태우는 향ㆍ가루향ㆍ바르는 향을 가지고 공양하며 서원하였다.
‘이 선근을 인연으로 미래세에 석가여래를 만나기를 원합니다. 그 분의 가르침을 증득하여 나는 그 분의 곁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나이든 성문(聲聞)이 되기를 원합니다.’
너희 비구들은 알아야 한다.
그 때의 그 옹기장이가 바로 지금의 장로 대교진여 비구이다. 이 교진여는 지난 옛적에 그 벽지불을 공양하고 그 선근 인연의 힘으로 지금 내 곁에서 내가 처음으로 법을 설할 때에 증득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다시 수기하노니, 모든 제자들 가운데 가장 처음 법을 알고 나의 마음을 어기지 않고 먼저 출가한 자가 바로 교진여 비구임을 말하노라.”
38. 야수타인연품(耶輸陀因緣品) ①
그때 바라나국에는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니구타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는 가지와 잎이 매우 울창하여서 성 안팎의 왕족이거나 재상 백관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때를 따라 그 나무에 제사하고 섬기고 받들며 공양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그 나무에 와서 이렇게 빌었다.
“원하옵건대 나의 이 소원을 다 이루어지게 해 주소서. 내가 하는 일이 다 이루어지게 해 주소서. 만약 내가 원하는 일을 성취하게 되면 나는 꼭 제사를 올려서 받들고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떤 경우는 지난 세상에 업의 씨앗이 깨끗하고 복의 힘이 강한 까닭에 그 인연을 이루기도 하고, 혹은 현재에 과보를 받는 것인데도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나무가 내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크게 공양을 베풀며 나무에게 보답하였다.
또 다른 사람도 와서 빌면 소원대로 이루어졌고, 또 어떤 사람이 그 나무 곁에 와서 아들이나 딸 얻기를 빌면 그 사람이 비록 지난 시절에 지은 업의 복덕 인연으로 아들이나 딸을 얻게 되어도 그들은 이 나무가 자신들에게 아들과 딸을 주었다고 생각하고는 각기 이 나무에 성대하게 제사를 지내고 크게 공양을 베풀어서 보답하였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그 나무를 소원을 빌면 다 들어주는 신령한 나무라고 이름지었다.한편 그 성에 가장 재산이 많은 장자(長者)가 있었으니, 이름이 선각(善覺)이었다. 그 장자는 재물이 많고 세력이 크며, 코끼리ㆍ말ㆍ소ㆍ양ㆍ낙타ㆍ나귀ㆍ노새 등 짐승들을 조금도 모자라지 않게 다 갖추었으며, 오곡이 풍부하고 노비가 많고 노래하는 기생ㆍ장사꾼ㆍ소작인이 많고, 진주ㆍ호박ㆍ파리ㆍ차거ㆍ마노ㆍ백옥ㆍ가패(珂貝)ㆍ금ㆍ은ㆍ동전 등 모든 것을 다 갖추어서 아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집은 북방 비사문 천왕의 궁궐과 같아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장자에게는 슬하에 자녀가 없었으므로 모든 일가친척들이나 드나드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런 말을 하였다.
“어지신 장자여, 당신은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당신의 집은 엄청난 부자로서 세력도 크고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 집안에는 자식이 없습니다. 이 성 밖에 신령스러운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원하는 것을 빌면 다 들어준다는 이름을 지닌 나무입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자든 그 나무에게 가서 아들이나 딸을 빌면 모두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장자께서는 어찌하여 그 나무에게 가서 아들이나 딸을 원하지 않습니까? 빌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아들이나 딸을 얻을 것입니다. 제발 당신 집안의 대를 끊어지지 않게 하십시오.”그러나 장자는 그 모든 친족들에게 대답했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느냐? 그 나무는 정신도 없고 마음도 없는데 아들이나 딸을 원하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들이나 딸은 모두가 부모가 지난 시절에 지은 업의 인연으로 말미암거나 또는 복의 힘으로 인하여 아들이나 딸을 얻는 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직접 빌고 청하여 그 나무에게서 아들딸을 얻었습니다. 소원대로 이루었으므로 그 나무에게 가서 큰 공양을 베풀어 그 나무에 보답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그 장자의 모든 친척과 권속들은 두 번 세 번 거듭 은근히 그 장자에게 권하였다.
“그대 부유한 장자께서는 아마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나무는 정말로 바라는 대로 다 들어주었기에 어떤 사람은 아들을 얻었고 또 어떤 사람은 딸을 얻었습니다. 장자께서는 일단 가 보십시오. 그 나무는 능히 사람이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기 때문에 만일 아들을 원하면 아들을 얻을 것이요 딸을 원하면 딸을 얻을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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