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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35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1권

by Kay/케이 202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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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1

 

 

불본행집경 제31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4. 석여마경품(昔與魔競品)
그때 보살은 초야(初夜)에 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마군 파순(波旬)의 권속들을 항복시켰다.
이때 이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나아가 크게 진동하였으니, 마치 구리 종을 치는 듯하였다. 이때 모든 마을ㆍ성ㆍ읍ㆍ국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대지가 진동하는 것을 보았고, 진동하고 노호하는 소리를 듣고 다들 의심을 일으켜서 각기 스스로 상(相)을 보는 사람이나 점치는 사람, 천문을 보는 사람이나 선인(仙人),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 몰려가서 이 일을 물었다.
“어찌하여 대지가 이렇게 진동하고 이런 큰 소리를 내는 것입니까? 마군과 사문 중에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 같습니까? 당신들은 모두가 점을 잘 치니 부디 우리를 위하여 이 일을 설명해 주십시오.”
그때 저 모든 선인과 천문 보는 이들이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했다.
“마가다국(摩伽陀國) 가야(伽耶) 마을에서 두 가지 큰 힘이 서로 우위를 겨루고 있으니 하나는 세간을 벗어나는 가장 큰 법왕(法王)이 되려는 이요, 다른 하나는 세간 법답지 못한 왕이 되려는 자이다. 이들 둘이 서로 다투다가 그 중에 법왕이 되려는 쪽이 법답지 못한 왕이 되려는 쪽을 꺾었으며, 이 일은 이미 끝났고, 후야(後夜) 중에 큰 법왕이 되어서 오래지 않아 위없는 법 바퀴를 굴릴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게송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땅이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각각 점치는 사람에게 나아갔다.
그 점술사들에게 묻기를,
당신들은 세간에서 성스럽게 아는 분이니
이 대지가 무엇 때문에 진동하는지를
제발 잘 살피고 점쳐서
속히 우리들의 이 의심을 풀어 주소서.
저 모든 점술사들이 답하기를,
법왕과 법답지 못한 왕이 저기 있어서
두 사람이 서로 위신(威神)을 다투어
각각 누가 높은지 덕과 힘을 시험했네.
마가다국의 마을 안에서
보살과 천마(天魔)가 서로 겨루다가
법행(法行)으로 저 마군을 꺾고
항복받고 난 뒤에 보리를 얻어서
부처인 법왕이 되니 우뚝하여 두려움 없네.
그때 여래께서 그 후야(後夜)에 샛별이 뜰 때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성취하시고 나자, 이때 세간에는 저절로 가장 큰 광명이 빛났고,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광명이 비치고 대지가 진동하자 정반왕(淨飯王)은 잠에서 놀라 깨어 점을 치는 사람들과 바라문, 천문사(天文師)들을 모두 불러 놓고 명하였다.
“바라문들이여, 이 일이 어찌된 일인지 나에게 설명하라.”
그러자 저 점보는 이들과 천문사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조금만 기다려 주소서. 저희들이 점을 친 뒤에 아뢰겠습니다.”그때 이미 하늘의 몸을 얻은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이 옥녀(玉女)의 모습을 갖추고 하늘에서 내려와 정반왕과 또 라후라의 어머니인 야수다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아십시오. 오늘밤에 왕자 실달다(悉達多)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셨습니다. 이 일 때문에 대지가 진동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이미 삼보리(三菩提)를 이루시고 모든 마군들을 항복 받아 원적(怨敵)이 없고 세간에서 두려울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때 색계(色界)의 정거천(淨居天)들은 오히려 의혹이 생겨났다.
‘여래께서 삼보리를 성취하셨단 말인가?’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모든 하늘들의 생각을 아시고 허공을 날아올라 그 모든 하늘들의 의심을 끊어주기 위하여 이렇게 사자가 포효하는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이미 모든 애욕의 맺힘을 끊고 이미 애욕의 마음을 진정하여 모든 번뇌의 물을 말려서 더 이상 흐르지 않게 되었으며, 후생(後生)의 유(有)를 받지 않고, 다시는 번뇌 속에 굴러 들어가지 않으며 괴로움의 경계를 다 건너서 다시 남음이 없느니라.”그때 그 모든 하늘들은 이 말씀을 듣고 각기 속으로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이미 삼보리를 성취하셨구나.’
그리하여 온몸에 기쁨이 가득 차 오르니, 스스로 기쁨에 겨워 하늘의 묘한 꽃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 하늘의 전단향, 우두전단 가루향과 또 만다라꽃ㆍ마하만다라꽃들을 가지고 여래 위에 뿌리고 또 뿌렸다.
그러자 마왕 파순은 모든 하늘 무리들이 이와 같은 공양거리를 가지고 여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 곧 여래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인 여래 앞에 앉아 참담하고 즐겁지 않으며 크게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갈대 하나를 들고 땅에 금을 그으며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 참으로 희유한 일이어서 생각하거나 헤아리기 어렵구나. 나는 모든 선인(仙人)들이 고행하던 일도 능히 돌이켰고, 저 제석천왕이나 모든 하늘들에게도 모두 다 탐욕의 마음을 일으키게 했었는데, 어찌하여 이제 이 석가족 사문의 일심삼매(一心三昧)가 잠깐 사이에 나의 군마(軍馬)들을 이렇게 모조리 항복시켰단 말인가?’훗날 여래께서 비밀한 가르침으로 널리 불사(佛事)를 행하고 법을 설할 때 모든 비구들은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어떠한 정진력으로 삼보리를 얻고 7도분(道分)을 성취하여 법보(法寶)를 모두 갖추셨습니까?”
이렇게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은 이제 내가 그저 이 한 생의 정진력으로 삼보리와 7도분을 이룬 것이 아니라 지난 옛날의 정진력으로 말미암아 마니보(摩尼寶)를 얻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이 어떤 것인지 부디 저희들을 위하여 분별해 말씀하여 주소서.”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생각해 보니 지난 옛날에 한 장사치가 있어 바다로 나아가 보배를 캐다가 바다 속에서 그 값어치가 황금 백천 냥이나 되는 귀중한 마니보배를 하나 얻었다. 그러나 그는 이 귀중한 보배를 손에 넣었다가 그만 바다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 장사치는 국자 하나를 들고서 크게 용맹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대해의 물을 모조리 퍼내어 바다를 말려서라도 마니보배를 도로 찾아내고자 하였다.
그때 바다의 신이 이 사람이 국자를 가지고 바닷물을 육지로 퍼내려는 것을 보고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사람은 미련하고 어리석고 지혜가 없구나. 대해의 물은 한량없고 끝이 없는데 이 사람이 어떻게 국자로 퍼서 육지로 옮길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바다의 신은 곧 게송을 읊었다.
세간의 많은 중생들이
재물과 이익을 탐내어 온갖 짓을 하지만
내 이제 그대를 보니 너무나 어리석으니
그대보다 더한 사람이 없겠구나.
8만 4천 유순의 이 바다 물을
이제 국자로 퍼서 말리려 하니
괴롭고 피로해 한평생을 잃을 뿐
많이 퍼내지도 못한 채 목숨이 곧 다하리라.
퍼내는 물은 털끝으로 찍어내는 물방울이요,
이 바다는 넓고도 매우 깊으니
무지하고 생각이 없는 그대는 지금
귀걸이로 수미산을 취하려 하는구나.
그러자 장사치가 바다의 신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신께선 그런 좋지 못한 말로
내가 바다 말리는 일을 막지 마시오.
신은 다만 정한 뜻으로 나를 지켜보시오.
오래지 않아 바다 물을 퍼서 비워낼 것이오.
당신은 오랜 세월 이곳에 살았기에
크게 근심되고 걱정될 것이오.
내 맹세코 정진하는 마음 퇴전치 않고
반드시 대해를 퍼내서 말리고 말겠소.
값을 따질 수 없는 나의 보배 여기 빠졌기에
대해의 물을 마르게 하려는 것이오.
대해가 바닥을 드러내면 보배를 찾으리니
보배를 얻으면 곧 집으로 돌아가리라.
그때 바다 신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두려워져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람이 이토록 용맹 정진하여 이 바닷물을 퍼내면 틀림없이 모조리 퍼내고 말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곧 그 장사치에게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 구슬을 되돌려주고 게송을 읊었다.
무릇 사람은 모름지기 용맹한 마음을 내어
짐을 짊어져 힘들고 고단해도 권태로움을 사양 말아라.
이 같은 정진력으로 잃었던 보배를 되찾아
집으로 돌아간 이를 나는 보았도다.
이때 세존께서 게송을 읊으셨다.
정진하면 곳곳마다 소원을 이루고
게으르면 항상 큰 괴로움을 당하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용맹한 뜻을 내면
지혜 있는 사람은 이로써 보리를 이루리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그 때의 장사치를 알고 싶은가? 바로 지금의 내가 그 때의 그 사람이다. 당시 그 장사치는 바다로 나아가서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 구슬을 얻었으나 도로 잃어버린 뒤에는 용맹한 마음을 일으켜 보배를 되찾았다. 오늘날도 또한 그러하여 정진한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7각분도를 이룬 것이다.”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한 사람이 홀로 이 같은 모든 마군들을 항복시키다니 참으로 희유하고 기특하고 불가사의합니다.”
이렇게 말한 뒤에는 곧 각각 고요히 있었다.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나는 다만 이번 세상에서만 이렇게 모든 마군들을 항복시켰던 것이 아니라 일찍이 과거세에도 이렇게 홀로 그 모든 마군들을 항복 받았었다.”그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은 어떤 것인지 저희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설명해 주십시오.”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잘 들어라.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 한량없이 오랜 세월 전에 두 형제 앵무새가 있었으니, 하나는 마라기리(摩羅祁梨)수나라 말로는 만산(鬘山)이라 함이고, 또 하나는 조타기리(臊陀祁梨)수나라 말로는 피여산(彼與山)이라고 함라는 새이다. 어느 날 이 두 앵무새가 나무 위에 있었는데 문득 매 한 마리가 재빨리 날아와 작은 앵무새를 잡아채어서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때 형 앵무새는 그 동생 앵무새에게 게송을 읊었다.
한 사람은 홀로 괴로움 얻고
한 사람은 홀로 즐거움 얻었네.
너는 매의 급소를 쪼으렴.
그러면 괴로워 너를 놓아주리라.네 몸은 작고 나 또한 힘이 약하니
오직 너는 정근하고 게을리 말라.2)
그 동생이 형의 말을 듣고서
용맹스러운 위력을 내고자 하여
온몸의 힘을 다해 생각한 끝에
곧 매의 급소를 쪼았다.
매는 너무나 몸이 아파서
서둘러 앵무새를 놓아 버렸다.
그 매는 몸이 아프고 걱정되어
온갖 곳으로 내달리며 의지를 구했다.
이 꾀 많은 앵무새가 벗어날 수 있었음은
매의 급소를 쪼았기 때문이다.
매는 고통으로 피할 곳 없었으나
앵무새는 의젓하게 허공을 나네.
매가 앵무를 보고 뒤쫓아 날지만
이내 버리고 멀리 달아나 제 살길을 찾네.
그때 매를 쪼았던 앵무새는
지금의 석가모니, 바로 나였고,
그때 매는 이 마왕 파순이었네.
그 때에도 오직 나 홀로
그에게 항복을 받았거늘
하물며 이번 생에 공덕을 갖춘 몸으로서
어찌 그 마왕을 항복 받지 못하리.
너희들 비구는 이것을 알아야만 하리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마왕 파순은 자주자주 여래를 속였으나 이루지 못하였고,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항상 그 액난을 면하셨습니까?”
세존께서는 또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너희들을 위해 말하리라. 나는 이번 세상에서만 마왕 파순에게 속임을 받았다가 그로부터 벗어나서 일찍이 그에게 어지럽힘을 당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과거세에도 마왕 파순은 날 속였으나 또한 나를 어지럽히지 못하였었다.”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은 무엇인지 저희들을 위하셔서 분별하여 설명해 주십시오.”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파리야다(波梨耶多)수나라 말로는 도피절(度彼節)이라 함라고 하는 강이 하나 있었다.
그 강 언덕에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가 한 사람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동산이 그 강가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강에서 거북 한 마리가 올라와 꽃동산에 들어갔다. 거북은 먹을 것을 찾느라 동산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며 그 바람에 꽃이 밟혀 뭉개졌다.
동산 주인은 거북이 먹을 것을 찾아다니느라 꽃을 밟아 뭉개는 것을 보고 곧 방편을 써서 그 거북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광주리 안에 넣어 두고서 잡아먹으려 하였다.그러자 그 거북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을 쓰고 어떤 꾀를 내야 할까?’
그리고서 이내 이런 마음을 내었다.
‘내 이제 이 동산 주인을 속여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동산 주인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물에서 나온 바람에 내 몸에 진흙 있으니
당신은 일단 꽃을 놓고 내 몸을 씻겨 주시오.
내 몸이 진흙으로 깨끗하지 못하니
당신의 광주리와 꽃을 더럽힐까 걱정되오.
그때 그 동산 주인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거북은 참 착하구나. 좋은 말로 나를 일깨워 주었다. 내 이제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구나. 거북의 몸을 씻겨서 내 광주리와 꽃이 더럽혀지지 않게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거북을 들고 씻기러 강가로 나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이 거북을 집어내어 돌 위에 놓고 물을 떠서 씻으려 하였는데 마침 이때 거북은 온 힘을 다하여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는 거북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간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괴이하구나. 이 거북이 이렇게 나를 속였으니 나는 이제 다시 이 거북을 속여 물에서 나오게 하리라.’
그리고 나서 곧 거북에게 게송을 읊었다.
착한 거북아, 내 생각을 들어 보렴.
너는 친구들이 매우 많겠지.
내 꽃다발을 만들어 네 목에 걸어 주리니
꽃다발을 걸고 마음대로 돌아가 즐거워하렴.
그러나 거북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 하는구나. 그 어머니는 병상에 누웠고 누이가 꽃을 꺾어서 꽃다발을 만들어 그것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반드시 나를 속여서 잡아먹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꼬여서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이때 거북은 꽃다발 기술자에게 게송을 읊었다.
그대의 집엔 술을 빚어 친척을 모으려고
널리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든다.
그대는 집안에 가서 이런 말을 하리라.
거북의 살을 굽고 머리를 기름에 튀기라고…….”
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여, 그때 물에 들어간 거북은 바로 내 몸이요,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는 마왕 파순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바로 그 때에도 나를 속이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했거늘 이제 또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모든 비구들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불가사의합니다. 마왕 파순은 위세가 자재하여 욕계(欲界)를 통솔하는 자인데도 어떻게 온갖 속임수를 썼지만 그 앉아 계신 자리조차도 움직이지 못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이제 알아야 한다. 오늘만 이 마왕 파순이 그 세력으로 나를 속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또한 그러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의 틈을 엿보아 속이지 못했었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그 일은 무엇인지 저희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설명해 주십시오.”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건대 옛날에 대해(大海) 속에 뿔 없는 큰 용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 용에게는 새끼를 밴 아내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는 원숭이의 심장이 먹고 싶어졌다. 그는 너무나 먹고 싶은 나머지 몸이 야위고 누렇게 뜨고 변해 갔으며 덜덜 떠는 등 안정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수용은 아내의 몸이 이렇게 여위고 안색이 좋지 못한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은 지금 무슨 걱정이 있소?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있소? 나는 당신이 나에게 먹을 것을 구해 달라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하였는데, 무슨 까닭이오?’
그러나 암용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수용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지금 왜 나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오?’
암용은 대답하였다.
‘당신이 만약 내 원하는 대로 해 준다면 말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내 어찌 쓸데 없는 말을 하겠소?’
수용은 말했다.
‘어서 말해 보오. 만약 구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구해내고야 말겠소.’
그러자 암용이 말했다.
‘나는 지금 원숭이의 심장이 먹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걸 구해 올 수 있겠소?’
수용이 곧 대답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란 매우 어렵소. 왜냐 하면 우리가 사는 곳은 대해 속이지만 원숭이는 산의 우거진 숲 나무 위에 사는데 어떻게 구할 수 있겠소?’
암용은 말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나는 지금 그걸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는데 만약 구하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낙태하고 말 것이요, 나 역시도 오래지 않아 목숨이 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용은 암용의 말을 듣고 말했다.
‘어질고 착한 이여, 그대는 잠시만 견디어 주오. 내 이제 구하러 가겠소. 만약 구할 수만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둘 다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오.’
그리하여 용은 깊은 바다에서 나와 물가에 이르렀다.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큰 우담바라(優曇婆羅)수나라 말로는 구원(求願)이라 함 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몸집이 큰 원숭이 한 마리가 꼭대기에 살면서 열매를 따먹고 있었다.
용은 원숭이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차츰 그 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마침내 나무 아래에 도착한 용은 원숭이에게 안부를 건네며 듣기 좋은 말로 꼬이며 말했다.
‘착하고 착하다, 바사사타(婆私師吒)여. 나무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거동하기가 힘들어서 괴로움을 받지는 않는가? 먹는 것을 구하는 일이 쉬워서 행여 피곤하지는 않은가?’
원숭이는 대답했다.
‘그렇소, 어진 이여. 나는 지금 크게 힘든 일은 없소.’
용이 다시 원숭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대는 이런 곳에서 무엇을 먹는가?’
원숭이는 대답했다.
‘나는 우담바라 나무 위에서 그 열매를 따먹고 있소.’
그러자 용은 또 원숭이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그대를 보니 너무나도 기쁜 마음이 일어나 온몸에 두루 즐거움이 차 올라 견딜 수가 없소. 내 그대와 좋은 친구가 되어 서로 친애하고 공경하고자 하니, 그대는 내 말을 들으시오. 왜 하필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것이오? 이 나무는 열매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이런 곳을 좋다고 하겠소? 그러니 어서 나무에서 내려와 나와 함께 갑시다. 나는 그대를 데리고 바다 건너 저편으로 갈 것이오. 저 언덕에는 따로 큰 숲이 있는데 온갖 꽃들과 열매가 풍성하고 넉넉하니, 이른바 암바(菴婆) 열매ㆍ염부(閻浮) 열매ㆍ이구사(梨拘闍) 열매ㆍ파나사(頗那娑) 열매ㆍ진두가(鎭頭迦) 열매 등과 나무들이 한없이 많이 있소.’
원숭이가 물었다.
‘내가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겠소? 바다는 너무나 넓고 깊어서 건너기가 매우 어려운데 내가 어떻게 물 위로 떠서 건널 수 있겠소?’
그러자 용이 원숭이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그대를 업고 바다 저편 언덕에 건네주리니 어서 나무에서 내려오시오. 그대는 그저 내 등 위에 올라타기만 하면 되오.’한편 원숭이란 것은 마음이 일정하지 않은 까닭에 마음이 좁고 용렬하며 어리석고 미련하며 본 것이나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동물이다. 그리하여 용의 달콤한 말을 듣고 마음에 크게 기쁨을 내어 나무에서 내려와 용의 등에 업혀서 그를 따라가려 하였다.
용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다 됐다. 내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곧 자기 살던 곳으로 데려가려고 원숭이를 업은 채 물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때 원숭이는 그 용에게 물었다.
‘착한 벗이여, 왜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오?’
용은 대답했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원숭이가 다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며 나를 어찌하려는 것이오?’
용은 대답했다.
‘내 아내가 지금 임신중인데 너의 심장을 먹고 싶어한다. 그래서 너를 끌고가는 것이다.그제야 원숭이는 정신이 들었다.
‘아아, 슬프다. 나는 이제 너무나 큰 재앙을 만났구나. 내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구나. 아아, 이제 나는 어떤 방법을 써서 이 다급한 액난을 벗어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다시 생각을 하였다.
‘용을 속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리하여 곧 용에게 말하였다.
‘어질고 착한 벗이여, 나는 심장을 우담바라 나무 위에 걸어 놓고 평소에는 가지고 다니지 않소. 왜 처음부터 내 심장이 필요하다고 알려 주지 않았소? 그랬다면 내가 심장을 가지고 왔을 것인데……. 어진 벗이여, 어서 나를 그곳으로 다시 데려다 주오. 그러면 심장을 가지고 오겠소.’
용은 원숭이의 이 말을 듣고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원숭이는 용이 물가로 나오려 하는 틈을 노려 온 힘을 다하여 용의 등에서 뛰어내려 저 우담바라 큰 나무 위로 올라갔다. 용은 나무 아래서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원숭이가 내려오지 않자 그에게 말하였다.
‘친애하는 착한 벗이여, 어서 내려와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자.’
그러나 원숭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또 내려오지도 않았다. 용은 아무리 기다려도 원숭이가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자 게송을 읊었다.
착한 벗 원숭이여, 심장을 찾았거든
나무에서 빨리 내려오기 바란다.
내 틀림없이 그대를 바다 건너 숲으로 보내어 주리라.
온갖 과일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원숭이는 생각하였다.
‘이 용은 참으로 어리석구나.’
그리고 나서 곧 용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너 용은 꾀는 좋을지 몰라도
마음으로 아는 것은 매우 좁구나.
자세히 생각해 보아라.
이 세상에 심장 없는 중생이 있는지를.
저 건너 숲에 나무 열매가 풍족하고
온갖 암라와 같은 맛좋은 과일이 있다 하여도
내 생각은 참으로 거기 있지 않으니
차라리 여기 우담바라 열매를 먹으리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알아 두어라. 그때 큰 원숭이는 바로 지금의 나요, 용은 마왕 파순이었다. 그 때에도 나를 속이려 했으나 이루지 못했거늘, 이제 다시 또 세간의 자재한 5욕의 일을 가지고 와서 나를 꼬이지만 어찌 내 자리를 움직일 수 있겠느냐?”
모든 비구들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신기합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생각하고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마왕 파순이 이런 누추하고 괴상스러운 무리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여래에게 이르렀으나 여래께서는 또 낱낱이 보시고 아셨으니, 이것은 또 무슨 일입니까?”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마왕 파순이 이런 추하고 괴상한 마군의 큰 군사를 거느리고 내게 온 것을 이번 생에서만 내가 보고 안 것은 아니다.”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희유합니다. 그 일은 어떤 것인지 해설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즐겨 듣겠습니다.”이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사냥꾼이 한 사람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숲에 온갖 새들이 많이 모여들며 그 숲에 자주 깃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하여 사냥꾼은 그곳에 가서 풀로 집을 얽고 온갖 나뭇가지로 그 위를 덮은 뒤 곧 그 속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앉아 있었다.
그러자 모든 새들은 이 초막을 나뭇가지로 여기고 날아 내려와 그 위에 앉았다. 이 때를 노려서 사냥꾼은 새들이 집 위에 깃들인 것을 보고 하나씩 화살을 쏘거나 혹 붙잡아서 죽였다.
이때 새 한 마리가 이 집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초막은 여러 곳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다른 나무들은 한 곳에 머물러 있다. 틀림없이 이 집 아래에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알아챈 뒤에 그 집을 멀리 떠났으니, 그 새는 사냥꾼에게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내가 숲의 모든 나무를 살펴보니
아설(阿說)과 비혜라(毘醯羅),
아리라(阿梨羅)와 염부(閻浮),
무지라파(無脂羅波)와 진두(鎭頭) 같은 나무들은
한 곳에 머물러 안주하여서
나면서부터 이동하는 일이 없는데
이 나무만큼은 여러 곳을 옮겨다니니
그 속은 비지 않고 분명 뭔가 있으리라.
만약 그 속에 악한 것이 있다면
나는 서둘러 이 숲을 버리고 떠나야 하리라.
마음에 큰 의혹이 생겨난 이상
혹은 악행으로 자비가 없어서
그 속에서 나를 죽일까 두려워.
또 나는 지난날 다른 곳에서도
이미 그물을 찢고 달아났거늘
지자(智者)는 알면 이것을 버린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알아야만 한다. 그때 날아간 새는 바로 나의 전생의 몸이었고, 그 사냥꾼은 바로 마왕 파순이었다. 그는 그 때에도 두려운 형상을 하고서 나를 죽이려 했지만 나는 이미 보고 알았던 것이다. 지금 또다시 이 추악하고 비루한 마군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내 곁에 왔으나 나는 또한 이미 오래 전에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세간에서 만약 깊이 생각지 않으면
어떻게 상인(上人)의 법을 얻으리.
이제 내가 잘 생각한 까닭에
얽힘을 벗어나 무위(無爲)를 얻었다.
35. 이상봉식품(二商奉食品) ①
그때 세존께서 처음 보리도를 이루시고 나무 아래 앉아 7일 밤이 지나도록 가부좌를 하신 채 일어나지 않으셨으니, 해탈의 즐거움을 생각하는 것으로 식사를 삼은 까닭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한마음과 바른 생각으로 삼매에서 일어나 사자좌에 앉으셨다. 초야(初夜)에 12인연을 바로 관찰하셨는데[正觀] 아래에서 관찰하여 위에 이르고, 위에서 관하여 아래에 이르도록 잘 생각하고 잘 관찰하여 잃지도 않고 다름도 없었다. 저것을 인하여 이것이 나며 저것이 있음을 인하여 이것이 있으니, 이른바 무명(無明)을 연하여 제행(諸行)이 있고, 제행을 연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으며, 명색을 연하여 6입(入)이 있으며, 6입을 연하여 촉(觸)이 있으며, 촉을 연하여 수(受)가 있으며, 수를 연하여 애(愛)가 있으며, 애를 연하여 취(取)가 있으며, 취를 연하여 유(有)가 있으며, 유를 연하여 생(生)이 있으며, 생을 연하여 노(老)ㆍ병(病)ㆍ사(死)와 우(憂)ㆍ비(悲)ㆍ뇌(惱) 등의 괴로움이 나는 것이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이 법을 아시고 나서 곧 게송을 읊으셨다.
만약 청정한 수행으로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이렇게 법이 서로 나는 것[生]을 볼 것이요
만약 모든 법이 서로 따라서 나는 것을 본다면
모든 법은 연(緣)을 인하여 있게 됨을 알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날 밤중에 12인연을 관찰하되, 처음에서부터 끝에 이르도록 역관(逆觀)하였는데 지극한 마음으로 잘 관찰하고 잘 생각하여 잃지도 않고 어지러움도 없었다. 그것이 없음으로 인하여 이것이 스스로 없으며, 저것이 멸함으로 인하여 이것이 스스로 멸하나니, 이른바 무명(無明)이 멸하면 행(行)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나아가 생ㆍ노ㆍ병ㆍ사ㆍ우ㆍ비ㆍ고ㆍ뇌의 일체가 다 멸하는 것이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이 법을 아시고 나서 게송을 읊으셨다.
만약 청정한 수행으로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이렇게 법이 서로 나는 것을 볼 것이요
만약 모든 법이 서로 따라서 나는 것을 본다면
곧 모든 법은 연을 인하여 멸하게 됨을 알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다시 그 후야(後夜)에 12인연을 관찰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끝에서부터 처음까지를 관찰하셨는데, 잘 관찰하고 잘 생각하여 잃지도 않고 어지러움도 없었다. 이른바 저것이 나서 다시 이것을 내며, 저것이 있음을 인하여 다시 이것이 있으며, 저것이 없음을 인하여 이것도 또한 없으며, 저것이 멸하면 또 이것 역시 멸하니, 무명의 연을 인하여 제행이 있고, 제행을 연하여서 나아가 일체 생ㆍ노ㆍ병ㆍ사와 모든 고뇌 등이 다 모두 서로 나게 된다는 것이며, 저것이 없어지면 이것이 또한 없어지며, 저것이 멸하면 이것 또한 멸하는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아시고 나서 곧 게송을 읊으셨다.
만약 청정한 수행으로 세간을 관찰하면
곧 서로 나서 멸함에 이르기까지를 볼 것이다.
이미 모든 마군을 흩어 버리고 우뚝 서서 머무니
마치 저 해가 허공에 찬란히 빛나는 것과 같네.
이때 세존께서는 그 사자좌에서 일어나 보리수를 떠나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가셔서 다시 가부좌를 하시고 7일 동안 움직이지 않고 해탈행(解脫行)으로써 안락을 삼았다. 7일 동안 자세히 보리수를 관찰하며 눈을 잠시도 떼지 않고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 이곳에서 끝없는 괴로움을 다하고 무거운 짐을 버렸도다.’
이때 세존께서는 7일을 지내신 뒤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셨다.
그 뒤에 사람들이 여래께서 보리수를 관찰하시던 곳에 탑을 세워서 눈을 깜박이지 않은 탑[不瞬目塔]이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이 도량에서 모든 괴로움을 다하고
다시 여기 앉아 그 자리를 보니
이미 모든 원을 이루고 저 언덕에 이르렀네.
나는 저곳에서 보리를 얻었도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눈을 깜박이지 않은 탑’의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점점 마리지(摩梨支)수나라 말로는 양염(陽炎)이라고 함 경행처(經行處)에 이르러 가부를 맺고 앉아 또 7일이 지나도록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다.
그 후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나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 나셨다. 이때 가라(迦羅)수나라 말로는 흑색(黑色)이라 함 용왕이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섰다.
용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제 궁전을 지난 옛적부터 과거 모든 부처님께 보시하였고 모든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으셔서 머무셨으니, 저를 가엾게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부처님들은 이른바 구류손(拘留孫) 세존ㆍ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세존ㆍ가섭(迦葉) 세존이십니다. 오늘 세존께서는 때를 잘 아시고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잠시라도 제 궁전에 머물러 주십시오. 왜냐 하면 저는 이 궁전을 과거 세 부처님께 보시하였기 때문이며, 오늘 세존께서 네 번째로 저를 위해 이 궁전을 받아 주신다면 곧 네 분의 부처님께서 저의 궁전을 받으셨기에 공덕을 다 갖추었다고 이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가라용왕의 궁전을 받으셨다. 궁전을 받고 나서 그 안에 들어가셔서 가부좌를 하신 뒤 7일이 지나도록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다.
그때 세존께서 7일이 지나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로부터 일어나서 가라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너 용왕은 내 곁에 와서 부처님들의 3귀의(歸依)와 5계(戒)를 받아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큰 안락을 얻을 것이다.”
가라용왕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삼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마음으로 감히 어기지 않고 세존의 가르침대로 살겠습니다.”
가라용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였고 곧 부처님에게 3자귀의(自歸依)를 받았으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하였다. 또 5계를 받았으니 세간 가운데서 축생으로 최초에 우바새(優婆塞) 이름을 얻었으며, 3귀의를 높이 설하고 3귀의를 받은 자는 이른바 곧 가라용왕이었다.이때 또 다른 용왕이 하나 있었으니, 목진린타(目眞隣陀)라고 하였다. 그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서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제 궁전을 지난 옛날에 이미 모든 부처님께 보시하였고 그 분들은 받으시고 머무셨으니, 이른바 구류손 세존ㆍ구나함모니 세존ㆍ가섭 세존이십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이제 또한 저를 위해 이 궁전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네 분의 부처님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께서 이 궁전을 받으심을 얻게 되고, 저는 좋은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이때 세존께서는 그 목진린타용왕에게서 궁전을 받으신 뒤에 가부를 하고 앉으셨다. 한 번 앉은 뒤에는 7일이 지나도록 일어나지 않으셨으니,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그 7일 동안 허공에는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크게 일었는데, 7일 동안 잠시도 비가 멈추지 않더니 마침내 추워지고 얼어들었다.
그러자 목진린타용왕은 궁전에서 나와 그 큰 몸을 일곱 겹으로 둘러 부처님을 옹호해 덮고, 또 일곱 개의 머리를 세존 위에 드리워 큰 일산을 만들면서 의젓하게 머물고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의 몸에 추위와 습기와 먼지며 모기, 등에 따위의 어떤 벌레도 부딪치지 못하게 하리라.’그때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허공을 보시니 구름과 안개가 없이 청정하였으며,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셨다.
목진린타용왕은 일곱 겹으로 둘렀던 그 용의 몸을 거둔 뒤에 용의 형상을 감추고 나이 젊은 바라문의 몸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머리 대고 절을 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여래에게 두려움을 주려 했거나 어지럽게 하려고 용의 몸을 부처님께 일곱 겹으로 두르고 또 일곱 개의 머리로 세존 위를 덮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찬바람과 티끌, 물방울이나 또 모기, 등에 같은 것이 세존의 몸에 닿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이런 일을 생각하였기에 세존을 덮었던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인연으로 게송을 읊어 스스로 찬탄하셨다.
지혜는 고요한 선정이 가장 안락함을 알기에 충분하고
지혜는 모든 법의 매우 깊은 경지를 관찰하기에 충분하며
안락하여 세간을 괴롭히지 않고
또한 모든 중생들을 살해하지 않네,
만약 세간의 안락을 얻은 이는
일체의 모든 탐욕을 멀리 떠나고
아만과 자랑과 뽐내는 마음을 버리면
이 즐거움이 가장 뛰어나고 미묘한 즐거움이네.
인간의 모든 탐욕과 즐거움들을
모조리 다 버리고 사랑도 모두 없애면
그 즐거움과 이 즐거움을 비교할 때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그 용왕에게 이르셨다.
“너 위대한 용왕아, 와서 3귀의와 5계를 받아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을 얻을 것이다.”
목진린타용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대로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 용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 부처님께 3자귀의와 5계를 받았다.그때 그곳에 양을 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세존께서 보살이 되어 6년 동안 고행하실 때 그곳에 있으면서 세존에게 깨끗한 마음으로 공양하고 공경, 존중하였으며 또 양의 젖을 세존에게 올렸다. 그리고 니구타(尼拘陀) 나무 가지를 꺾어 그늘을 만들어 올렸는데, 그 나뭇가지는 곧 큰 나무를 이루었다. 그 양치는 사람은 이러한 신심과 복업 선근의 인연으로 목숨을 마친 뒤에 곧 삼십삼천에 태어나 덕이 크고 위력이 있는 천자가 되었으며, 신통이 자재해졌다.
그때 천자는 천상에 태어난 뒤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본래 어떤 업으로 인해 지금의 이 몸과 같은 과보를 얻었는가?’
그리고 또다시 생각하였다.
‘지난 옛날 세존께서 보살이셨을 때 나는 몸으로 이런 업을 지었구나. 보살이 고행할 당시 나는 양의 젖을 올렸었고, 보살이 거기 계실 때 나는 니구타 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서 땅에 꽂아 보살을 위하여 그늘을 만들어 드렸었는데, 그 선업에 의지해서 나는 이처럼 미묘한 과보를 얻은 것이구나.’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세존께서 보살의 몸이셨을 때 직접 공양을 올린 까닭에 이러한 과보를 얻었으며, 그 나뭇가지를 심어 그늘을 만들었으므로 지금의 이와 같은 과보를 얻었고, 게다가 이처럼 걸림이 없는 신통을 얻었다. 그런데 하물며 세존께서 이제 위없는 보리를 이루셨으니, 이제 나를 위하여 다시 그 나무 아래에서 그 나무 그늘을 받으시게 하리라.’
그때 그 천자는 몸에서 매우 아름답고 뛰어난 빛을 내어 한밤중에 그 나무 있는 곳을 오로지 비추었다. 하늘의 광명으로 비추고 나서 그는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다시 한쪽으로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를 위하여 저 나무를 받아 주소서. 저를 불쌍하게 여기셔서 나무를 받아 마음껏 안락하게 머무소서.”그때 세존께서는 그 천자를 불쌍히 여기셨으므로 과거에 양치기가 심었던 니구타 나무를 받으시고 그 나무 아래에서 가부를 하고 앉으셨다. 한 번 앉으신 뒤에 7일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고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셨다.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바른 생각과 바른 앎으로 삼매에서 일어나셔서 천자에게 이르셨다.
“그대 천자야, 내 곁에 와서 3자귀의와 5계를 받아라. 너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함을 누릴 것이다.”
그리하여 천자는 3자귀의와 5계를 받았는데, 당시 그는 세간에서 하늘 가운데 최초로 우바새가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3귀의를 설하시고, 양치기의 몸으로 나무와 젖을 보시한 까닭에 하늘의 몸을 얻는 것을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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