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7권
불본행집경 제7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부강왕궁품(俯降王宮品)
“겨울이 지나고 가장 좋은 첫봄이 오자 모든 수목에는 꽃이 가득 피고 날씨는 따뜻함과 서늘함이 조화되고 온갖 풀이 새로 돋아 미끄럽고 보드랍고 무성하고 곱게 빛나 온 땅에 두루 차고 귀수성(鬼宿星)이 합하는 때였다. 호명보살은 모든 하늘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여 스스로 억제하지 못할 만큼 기쁨에 겨워 뛰게 하였다. 호명보살은 모든 하늘들을 경계하고 권하여 이 법을 행하게 하고,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유위법(有爲法)을 싫어하고 떠나 위없는 법을 구하게 하였다.그때 호명보살 대사는, 사자왕처럼 저 하늘 대중을 관하여 하생하려 할 때 그 마음이 조용하여 놀라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어지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거듭 모든 하늘 대중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모든 하늘들은 잘 알라. 이것이 내가 받는 마지막 몸이다.’
그리고 보살은 바른 생각 한마음으로 도솔천에서 내려왔다.
다른 여러 하늘들은 하늘의 수명을 버릴 때 5욕락을 여의기 때문에 큰 근심과 괴로움이 생겨 바른 생각을 잃지만 보살이 내려올 때는 그렇지 않았다. 보살이 내려올 때는 일체의 불가사의하고 희유한 법이 구족하였다.
호명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올 때 모든 하늘들은 보살을 흠모하는 까닭에 일시에 소리내어 울면서 탄식하였다.
‘아아, 괴롭다. 아아, 괴롭다. 우리들은 이미 호명보살을 잃었구나. 우리들은 지금부터 길이 바른 법을 들을 수 없으며, 우리들 공덕의 이익은 줄어들고 생사의 근본만 이제 더욱 자라게 되었구나.’
그때 정거천왕이 저 모든 하늘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지금 호명보살이 하생하려는 것을 보고 근심하거나 고뇌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그가 하생하여서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요, 이룬 뒤에는 도로 이 천궁에 와서 그대들을 위하여 법을 말해 줄 것이다. 지난 옛날에 비바시불ㆍ시기여래ㆍ비사부불ㆍ가라가손타불ㆍ가나가모니불ㆍ가섭여래 같은 모든 부처님들은 다 여기서 갔으나 하늘들을 어여삐 여겨 모두 이 천궁에 돌아와서 법을 말하여 하늘들을 섭수하셨듯이, 이제 이 호명보살 대사도 너희들을 섭수하여 전처럼 교화할 것이다.’그때 호명보살 대사가 하강하여 마야부인의 태에 들고자 하던 날 밤에 그 마야부인은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나는 오늘밤부터 여덟 가지 금하는 청정한 재계를 받고자 하옵니다. 말하자면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망령된 말을 하지 않고,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고, 나쁜 말을 하지 않고,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탐내지 않고, 성내지 않고, 어리석지 않고, 삿된 생각을 내지 않고자 원하옵니다. 저는 바른 견해로 이 같이 금계하는 재법을 다 받아 가지며, 저는 지금부터 명심하여 항상 부지런히 행하고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고자 하옵니다.’그때 정반왕은 마야부인에게 대답하였다.
‘부인 마음에 좋을 대로 뜻대로 하시오. 나도 이제 국왕의 자리를 버리고 부인이 하는 대로 따르리라.’
그리고 게송을 말하였다.
왕이 보살의 어머니를 보고
자리에서 조심조심 일어나네.
어머님같이 누이들같이
마음에 음욕이 안 나네.
그때 호명보살은 한마음 바른 생각으로 도솔천에서 내려와 정반왕의 큰 부인인 마야의 오른쪽 옆구리로 조용히 들어갔다. 호명보살이 바른 생각, 바른 지혜로 도솔천에서 내려와 모태(母胎)에 들어갈 때 하늘ㆍ사람ㆍ마군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 등 일체의 세간에 광명이 널리 비치고 다시 세계 밖 어두운 곳도 다 밝혔다. 해와 달이 이렇듯 큰 세력이 있고 큰 위신이 있어도 이와 같이 그윽하고 어두운 곳에 광명을 비추지 못하였으며, 저곳에 있는 일체 중생을 다 비추는 이 보살의 빛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다.
‘어찌해 이런 곳까지 중생이 있었단 말인가.’
이때 이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동쪽에서 솟으면 서쪽이 꺼지고 서쪽이 솟으면 동쪽이 꺼지며, 남쪽이 솟으면 북쪽이 꺼지고 북쪽이 솟으면 남쪽이 꺼지며, 가장자리가 솟으면 가운데가 꺼지고 가운데가 솟으면 가장자리가 꺼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일어나고, 꽝하고, 우르르하는 등 열여덟 가지의 현상이 모두 다 나타났다. 다시 천의 수미산왕(須彌山王)이 모두 다 진동했으며 천의 니민다라산왕(尼民陀羅山王), 천의 지위덕산왕(持威德山王), 천의 가라가타산왕(佉羅伽陀山王), 천의 비나야가산왕(毘那耶迦山王), 천의 마두산왕(馬頭山王), 천의 미니다라산왕(彌尼陀羅山王), 천의 선견산왕(善見山王), 천의 철위산왕(鐵圍山王), 천의 대철위산왕 등 이러한 산들이 다 진동했다. 아울러 나머지 작은 산도 모두 솟고 꺼지며 낮아졌다 높아졌다 하며 울뚝불뚝하고 큰 연기가 났으며, 4천 대해와 나머지 모든 못에 큰 파도가 높이 끓어 올랐고, 항하(恒河)ㆍ신두(辛頭)ㆍ사다(斯多)ㆍ박차(博叉) 등 4대하수(大河水)와 나머지 여러 물도 다 거꾸로 흘렀다. 숲과 나무와 약초들과 싹들이 다 걸게 살찌고 길게 자라서 기름지고 무성하였으며, 그 밑으로 아비지옥의 고뇌 중생에 이르기까지 다 쾌락을 누렸다.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이 도솔천에서 처음 내려왔을 때 큰 광명을 놓아 일체 세간을 비추고 어둡고 깜깜한 곳을 다 밝힌 것은, 뒤에 성불하고 나서 4진제(眞諦)의 지혜로운 광명으로 일체의 어리석은 중생을 널리 비추려는 징조로 먼저 상서의 상을 지은 것이다.
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대지가 여섯 가지, 열여덟 가지 형상으로 움직이고 또 모든 산에서 큰 연기를 내고 4천의 큰 바다가 솟구쳐 들끓은 것은, 미래세의 모든 나쁜 중생들이 번뇌의 때[垢]로 흐린 구덩이에 빠져 있는 것을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뒤에 빼내어 열반의 언덕에 두고자 함이다.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모든 물이 거꾸로 흐른 것은, 번뇌의 흐름에 빠진 미래의 악한 중생들에게 부처님께서 성도하시고 나서 법을 설하여 그들을 건져내어 근본으로 돌아와 생사의 흐름을 거스리게 하고자 함이다.
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일체의 나무와 약초와 숲을 다 기름지고 무성하게 한 것은, 선근을 심지 못한 미래세의 모든 악한 중생들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고 선근을 심고는 해탈하게 하려는 것이다.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아비지옥의 중생들까지 다 쾌락을 누린 것은, 부처님께서 성도하시고 나서 모든 중생들을 고뇌에서 해탈시켜 쾌락을 누리게 하려고 이런 인연으로 먼저 이런 상서를 나타내 보인 것이다.또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왔을 때 오른쪽 옆구리로 태에 든 것은, 모든 중생들은 산문(産門)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뒤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청정한 법을 말씀하심으로써 삿됨을 돌려 바른 데 들게 하려는 것이니, 이것도 먼저 상서로운 증상을 나툰 것이다.보살이 생각을 바로하여 도솔천에서 하강하여 정반왕의 첫째 대비인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머물렀는데, 그때 대비가 잠자는 동안 꿈에 여섯 이빨을 가진 코끼리 한 마리를 보았다. 머리는 붉은 빛이며 일곱 지절[支]로 땅을 버티며 금으로 이빨을 단장하고 허공을 날아 내려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왔다.
부인은 꿈을 꾸고 나서 다음날 아침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제가 간밤에 이런 꿈을 꾸었는데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올 때 나는 전에 없던 쾌락을 느꼈으며, 오늘부터 나는 참으로 세간의 쾌락이 필요치 않습니다. 이 꿈의 상서를 어느 관상쟁이가 나를 위해 해몽하여 줄까요?’그때 정반왕은 한 궁감(宮監)인 시종 여인을 불러서 명령했다.
‘너는 빨리 밖에 나가 우리 국사(國師) 대나마자(大那摩子)에게 칙령하되 급히 8대 바라문의 큰 점몽사(占夢師) 제덕(祭德)ㆍ귀숙덕(鬼宿德)ㆍ자재덕(自在德)ㆍ비뉴덕(毘紐德)ㆍ범덕(梵德)과 노 가섭 세 사람을 불러오도록 하라.’
‘대왕의 분부대로 어김이 없게 하겠습니다.’
그는 왕명을 받들고 궁문 앞에 이르러 큰 소리로 외쳤다.
‘문 앞에 누구 없소? 혹시 입궁하는 바라문은 없소?’
그때 문전에는 당직하는 바라문이 한 사람 있었는데 성은 바타(婆陀)요 이름은 나야나(羅耶那)수나라 말로는 옥실(屋室)이라는 뜻이다였다. 그가 궁감 시종여인에게 대답했다.
‘내가 여기 있소.’
궁감은 말했다.
‘대왕의 칙명이오. 8대 바라문의 점몽사 제덕ㆍ가섭 등을 부르라 하오.’
그리고 국사 대나마자는 옥실의 말을 전해 듣자 곧 8대 점몽 바라문을 부르고 또 대나마 국사의 아들과 함께 궁중에 들어갔다.
그때 정반왕은 모든 점몽 바라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밤에 부인이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이것이 어떤 상서이며 어떤 징조인가?’
그때 그 점몽 바라문들은 왕의 말을 듣고 모든 상을 잘 알아보고 꿈의 상서를 잘 점치고 나서 정반왕에게 자세히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자세히 들으소서. 꿈의 서상을 자세히 말씀하오리다. 저희들이 본 바로는 옛날 신선과 모든 하늘의 경서와 전적에 쓰여 있는 대로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만약 그 어머니 꿈에
해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옴을 보면
그가 낳은 아들은
반드시 전륜왕이 된다네.
만약 그 어머니 꿈에
달이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옴을 보면
그가 낳은 아들은
모든 왕 중에 제일이 된다네.
만약 그 어머니 꿈에
흰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면
그가 낳은 아들은
삼계에서 더 없이 높은 어른 된다네.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여
친한 이와 원수에 다 평등하며
저 깊은 번뇌의 바다 속에서
수많은 무리들을 건지신다네.
그때 점몽 바라문은 대왕에게 아뢰었다.
‘부인의 꿈은 매우 좋은 징조입니다. 대왕이여, 이제 부인의 출산을 경사스럽고 다행하게 여기소서. 반드시 성자(聖子)를 낳을 것이요, 그는 뒤에 반드시 성불하여 이름이 멀리 퍼질 것입니다.’
정반왕은 모든 점몽사 바라문들의 이 게송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한없이 춤추고 뛰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하여 정반왕은 온갖 맛난 음식으로 입에 맞는 먹음직스러운 것과 떡과 과실 등 여러 가지 요리를 차려 주었다. 그 바라문들이 마음대로 먹고 난 뒤에 정반왕은 다시 한량없는 돈과 재물이며 보물들을 보시하였다.정반왕은 왕비의 꿈이 매우 길한 상서라는 점몽사들의 해몽을 듣고 난 뒤에 곧 그 나라 가비라성의 4문 밖 거리와 마을까지 사람의 내왕이 있는 곳마다 큰 무차회를 베풀어 사람들이 와서 요구하는 대로 모두 보시하였다. 먹을 것이 필요하다면 먹을 것을 주고, 마실 것이 필요하다면 마실 것을 주고, 의복을 요구하면 의복을 주고, 향을 요구하면 향을 주고, 꽃다발을 요구하면 꽃다발을 주며, 바르는 향ㆍ가루향ㆍ의복ㆍ침상ㆍ와구ㆍ방ㆍ집ㆍ소ㆍ양ㆍ코끼리ㆍ말과 또 수레 등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다 주었다. 이렇게 갖가지 보시를 행하는 것은 보살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공양을 베푸는 것이었다.그때 어느 곳에 아사타(阿私陀)라는 선인(仙人)이 하나 있었다. 외도의 갖가지 이론을 세우고 5욕을 버렸으므로 큰 위신과 큰 덕력이 있었으며, 다섯 가지 신통이 구족하여 항상 삼십삼천이 모이는 곳에도 마음대로 가서 참례했다. 그 선인은 대부분 남천축(南天竺) 자반저성(遮般低城)의 항하달(恒河怛)이란 마을에 살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증장(增長)이라는 숲이 하나 있었다. 이 선인은 그 숲에 살면서 선도(仙道)를 닦았는데, 마가다국 사람들은 모두 이 아사타 선인은 참다운 아라한이라고 하였다. 마가다국의 모든 인민들은 그 신선을 공경하고 존중히 섬겼으며, 그 선인도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사람들에게 가르치며 스스로 알고 나면 곧 남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때 그 마을에 나라타(那羅陀)라는 동자가 있었는데, 여덟 살이 되자 그 어머니는 아사타 선인에게 부탁해서 제자를 삼게 하였다. 그 동자는 아사타 선인을 공양 공경 존중하여 스승으로 섬기고 제자의 예를 다하여 잠시도 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인도 증장숲[增長林]에서 밤낮으로 정진하여 마음을 잡아 좌선하면서 동자와 함께 있었고, 그 나라타 시자 동자는 선인의 뒤에 모시고 서서 불자(拂子)를 가지고 모기와 등에를 쫓았었다.보살이 도솔천에서 생각을 바로 하고 정반왕궁에 하강하여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에 들어가자 큰 광명을 놓아서 인간과 천상 세계를 두루 비추고 이 대지가 여섯 가지, 열여덟 가지의 모습으로 진동하였는데, 아사타 선인은 미증유의 희귀하고 이상한 광명을 보고 다시 이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함을 보자 크게 놀랍고 두려워 몸의 털이 다 일어섰다.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무슨 인연이 있어서 이 대지가 움직이며 무슨 과보가 있을 것인가?’
그때 그 선인은 잠깐 동안 생각하다가 말없이 머물러 바른 생각과 바른 정(定)으로 생각하여 알고 나자 기쁜 나머지 한없이 춤추고 뛰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이렇게 부르짖었다.
‘희유하도다, 큰 성인이여, 불가사의로다. 이 세상에 큰 부가라(富伽羅)가 나시겠다.’보살이 처음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로 모태에 들어갔을 때 속왕(速往)이라는 한 천왕이 모든 지옥에 이르러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 모든 사람들아, 모두 잘 들으라. 보살께서 지금 도솔천에서 내려와 모태에 드셨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속히 서원을 세워 인간계에 나기를 원하라.’
지옥 중생들은 이 말을 들었다. 모든 중생들이 지난 옛적부터 선근을 심었는데 다시 잡된 업을 지어서 악이 더 굳센 까닭에 지옥에 떨어졌으나 그들은 각각 서로 얼굴을 대하자 지옥이 싫어졌고 또 광명을 얻어 몸과 마음이 안락해졌다. 다시 빨리 세간으로 가라는 하늘의 소리를 듣자 지옥의 몸을 버리고 곧 인간계에 환생하였으며, 모든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 중에 지난 옛적부터 선근을 심은 이는 다 이 가비라성에 와서 여러 곳에 태어났다.보살이 모태에 들고 난 뒤에 제석천왕과 사천왕인 제두뢰타(提頭賴吒)ㆍ비루륵차(毘留勒叉)ㆍ비루박차(毘留博叉)ㆍ비사문(毘沙門) 천왕들이 서로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잘 알아두오. 보살께서 이미 도솔천에서 내려와 모태에 계십니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잘 옹호하고 감시하여 다른 사람과 비인(非人)들이 보살을 어지럽힐 틈을 찾지 못하도록 합시다. 이제 이 보살은 위덕이 매우 크므로 하늘들이라야 잘 수호할 것이며 세간의 사람은 수호하지 못할 것이오.’
이것은 이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는 이 네 가지 보호를 빠짐없이 갖추시는데, 이는 먼저 수호하는 상서였다.세상의 중생들은 어머니 태에 들 때 생각을 바로하지 못하고, 혹은 모태에 머물러도 온전한 마음으로 생각을 바로하지 못하며, 혹 나더라도 바른 생각을 가지지 못하거니와, 어떤 중생은 모태에 들 때에 온전히 생각을 바로하고 태중에 머물러서도 생각을 바로 하며, 태에서 나올 때도 생각을 바로한다. 혹 어떤 중생은 태에 들 때는 생각을 바로하고, 태에 머물러서도 생각을 바로하지만, 태에서 나올 때는 생각을 바로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살은 태에 들 때도 생각을 바로하고, 태에 머물러서도 생각을 바로하며, 태에서 나올 때도 생각을 바로한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불하시고 나서 법을 설하여 교화하시되 잊어버림 없이 중생의 근기를 알고 말씀하려 함이니, 이는 지난 옛날에 드물게 있는 상서였다.
보살이 모태에 머무를 때 항상 오른쪽 옆구리에 머물러 옮긴 적이 없으나 다른 중생들은 일정하지 않아서 혹은 오른쪽 옆구리에 갔다가 혹은 왼쪽 옆구리에 가기 때문에 그 어머니는 매우 아파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보살이 태에 있을 때는 오른쪽 옆구리에 처해서 옮기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일어서거나 앉고 누울 때 모태를 괴롭히지 않는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불하신 뒤에 보리법을 행하여 모두 이루게 하심이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보살이 모태에 있으면서 놀라지 않고 겁내지 않아 큰 무외(無畏)를 성취하여 나쁜 물건에 물들지 않았으니, 모든 부정(不淨)한 눈물ㆍ침ㆍ고름ㆍ피ㆍ누렇고 흰 가래도 그를 더럽힐 수 없었다. 보통의 중생들이 모태에 있으면 온갖 것이 깨끗하지 못하지만, 보살은 마치 유리 보배를 하늘 옷으로 싸서 부정한 곳에 두어도 더러움이 묻지 않듯이, 태에 있으나 일체의 부정에 더럽혀지지 않고 물들지 않았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저 일체의 법에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시는 것이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보살이 모태에 있을 때 그 보살의 어머니가 크게 쾌락을 느끼고 몸이 피로하지 않았다. 보통 중생들은 모태에서 아홉 달이나 열 달이 되면 어머니는 몸이 무거워 편안하지 못하나 보살은 태에 있어도 어머니는 다니고, 앉고, 잠자고, 일어나는 것이 다 안락하여 몸에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것이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를 하시고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모든 신통과 일체의 지혜를 증득함이시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는 금계(禁戒)를 받아 마음에 항상 받들어 가지고 계행을 행하지만 보통 중생은 모태에 있을 때 그 어머니가 잡된 행을 한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가 금계를 갖고 잡된 행을 하지 않음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를 하시고서 성문들과 함께 가장 훌륭하게 계를 가지시며 ‘사문 구담은 비길 데 없이 매우 훌륭하게 계를 가진다’고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치신 것이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는 욕심에 물든 생각을 내지 않고 욕심의 불길에 번뇌롭거나 어지러움이 없으며 항상 범행을 행한다. 보통 중생들은 모태에 든 지 오래지 않아 그 어머니는 욕심이 불타 보통보다 배나 더하다. 그러나 보살이 태에 있으면 보살의 어머니는 남편의 곁에서도 스스로 싫어하여 음욕을 행하지 않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에게랴.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고서 안근(眼根)이 잘 조복되어 잘 갈무리하시고, 잘 보호하시고, 잘 덮으시고, 잘 훈습하시어 다시 이것으로 인해 위와 같이 아는 대로 남을 위해 법을 설하신 것이다. 이와 같이 이근(耳根)ㆍ비근(鼻根)ㆍ설근(舌根)ㆍ신근(身根)ㆍ의근(意根)들도……(중략)……습하여 남에게도 끊게 하시려고 닦아 익혀 법을 설하시나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보살의 어머니는 이상한 맛을 탐내지 않지만 보통 중생들이 모태에 있을 때 그 어머니는 탐내고 즐겨 싫어할 줄 모른다. 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는 보살의 어머니는 차고, 덥고, 주리고, 목마른 걱정이 없어 몸이 괴롭지 않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자 이미 네 가지 음식을 아셨으니, 이는 지난 옛적의 상서였다.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보살의 어머니는 뜻하여 익힘이 법다워 즐겨 보시를 행하지만 보통 중생이 모태에 있으면 그 어머니는 간탐하여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재물에 인색하다.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는 뜻으로 즐겨 보시를 행하고 마음과 뜻이 확 틔어서 자기 집안에 머문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자 간탐하지 않는 법을 베푸나시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보살이 태에 있을 때 보살의 어머니는 항상 자비로움을 행하여 모든 중생의 곁에서 알음알이가 있고 목숨이 있는 무리들이면 다 불쌍히 생각하지만, 보통 중생이 모태에 있으면 그 어머니는 어질지 않고 위덕이 적은 까닭에 착하지 않은 행을 일삼고 나쁜 말로 욕지거리를 한다.보살이 태에 있을 때 어머니는 항상 모든 중생에게 큰 이익과 안락을 주려는 마음을 갖는다.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자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행하시나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보살의 어머니는 여전히 단정하고 여러 가지 상호가 모두 아름답지만 보통 중생이 모태에 있을 때 그 어머니는 수척하고 몸이 원만하지 못하여 기력이 보통 사람보다 배나 허약하다. 보살이 태중에 있으면 어머니는 항상 기쁜 마음이 나서 계를 행하는 위덕으로 신색이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하고 가장 높나니, 이것은 이 보살의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자 나툰 몸이 드높아 정말 우러러볼 수 없으며 황금색 몸에 모든 상호로 장엄되었으니, 이는 지난 옛날의 상서였다.보살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가 보살을 보고자 하면 곧 태 안에 있는 보살의 몸이 크게 원만하고 모든 근이 구족함을 본다. 마치 거울로 얼굴을 비춰보는 것과 같아서 그 어머니는 보고 나서 기뻐 뛰며 온몸이 두루 기쁨을 참지 못하지만, 보통 중생이 모태에 있으면 가라라(歌羅邏)와 아부타(阿浮陀)에 덮여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살이 처음 모태에 들었을 때는 신체가 충만하고 다섯 지체[五支]와 5근(根) 모두 구족하니, 이것은 보살의 미증유한 법이다.보살이 태에 있을 때 그 어머니가 보는 중생이 남자건 여자건 귀신 들린 사람이건 보살의 어머니를 보게 되면 일체의 도깨비와 일체의 귀신이 다 멀리 떨어지고 본마음을 되찾는다. 혹 황달이나, 풍병이나, 간질이나, 천식이나 혹 등분병(等分病) 등 잡된 지병이 몸에 있거나 혹 그 밖에 문둥병ㆍ창병ㆍ악한 종기ㆍ옴ㆍ노점병ㆍ등창ㆍ부스럼ㆍ곱사등병ㆍ목의 종기ㆍ오한과 눈ㆍ귀ㆍ코ㆍ혀ㆍ목과 머리의 모든 병에 걸린 사람이라도 그 중생들이 마야 대부인 곁에 이르러 대부인이 오른손으로 이마를 만지면 만지자마자 다 안락을 얻고 모든 병이 다 없어진다. 만약 중병이 있어 마야부인에게 직접 와서 보지 못하는 이는 마야부인이 풀잎을 따거나 혹 나뭇잎을 따거나 혹 풀줄거리를 꺾어서 오른손으로 어루만져 그 병자에게 보내 주면 그 병자가 이런 물건을 얻어 먹거나 만지거나 혹 몸 위에 놓기만 해도 모든 병을 끊어 없애고 당장 안락을 얻어 몸이 가벼워진다.
보살이 모태에 머물러 있을 때 이렇게 한량없고 끝없는 위신의 덕택과 미증유한 법이 있었다.”
6.수하탄생품(樹下誕生品) ①
“그때 보살의 성모 마야왕비가 보살을 잉태한 지 열 달이 차서 낳으려 할 무렵이었다. 마야부인의 아버지 선각(善覺)장자가 곧 사람을 보내어 가비라의 정반왕에게 가서 아뢰게 하였다마하승기사는 마야부인의 아버지 이름을 선각(善覺)이라고 하였다..
‘내가 알기로는 내 딸 마야, 왕의 부인이 성인의 태를 배어 위덕이 이미 큰데, 만약 그가 출생하게 되면 내 딸의 목숨이 짧아서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칠 듯합니다. 내 생각에 내 딸 마야를 도로 나의 집으로 맞아들여 저 룸비니 동산에서 함께 즐기며 부녀의 정을 다할까 합니다. 대왕이여, 부디 망설이거나 어렵게 생각 마시고 어여삐 여기시와 놓아 보내 주소서. 나의 집에서 출산하여 편안해지면 곧 돌려보내도록 하겠나이다.’그때 정반왕은 선각이 보낸 사자의 말을 듣고 나서 곧 유사(有司)에게 칙명을 내려 그 가비라성(迦毘羅城)과 제바타하(提婆陀訶) 사이에 도로를 편편하게 닦고 모든 가시와 모래며 자갈 쓰레기와 흙무더기를 치우고 향탕을 땅에 뿌리고 갖가지 묘한 꽃과 향을 그 땅에 뿌리게 했다. 다시 마야부인을 빛나게 꾸며 여러 가지 향과 여러 가지 꽃타래와 여러 가지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모든 풍악을 갖추고 노래와 기악을 연주했다. 대왕의 힘과 대왕의 위풍을 가지고 궁내의 모든 채녀들을 데리고 그 아버지인 선각의 집으로 보내려고 먼저 사신을 보내 알려서 영접하게 하였다.
그때 마야부인이 몸을 편안히 하고서 크고 흰 코끼리 위에 단정히 앉자 마침 코끼리 등 위에는 모든 하늘들이 미묘한 보배 장막을 변화로 만들어 냈다. 마야부인은 보배 장막 속에 앉아서 아버지의 집으로 가려고 제바타하성 안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야부인이 처음 제바타하성으로 향하려 할 때 정반왕은 만 마리의 힘센 코끼리에게 다 금 안장을 싣고 7보로 장식하여 그 몸을 장엄하였으니 모두 정미롭고 화려하게 하여 마야부인을 보낼 차비를 차렸다. 만 마리의 좋은 말이 있었으니 다 검푸른 빛이요 머리는 까마귀같이 검고 다 말갈기로 덮였으며, 꼬리는 땅에 닿았고 순금의 밀치[鞦]와 고삐며 안장과 등자 굴레들도 다 금으로 꾸미고 여러 가지 보배로 그 몸을 장엄했다. 또 묘하고 아름다운 보배 수레 만 대를 다 네 마리의 말에 메웠고, 그 수레 둘레에는 당번과 일산을 드리웠고, 여러 가지 보배 방울들이 서로 쟁쟁하게 울렸다. 이와 같이 준비하여 다 마야부인의 뒤를 따르게 했다. 또 2만의 용맹스러운 역사(力士)가 있으니,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할 만큼 힘세고 날래며 위풍이 늠름하고 단정하게 생겨 강한 원수도 물리칠 정도였다. 이들은 몸에 투구와 갑옷을 입었고, 손에 활과 살ㆍ칼ㆍ막대기와 창이며 갖가지 병기를 들고 부인 뒤를 따랐다. 또 따로 보배 수레 만 대가 있어 만 명의 비빈(妃嬪)들이 그 위에 앉았는데, 여러 가지 영락과 여러 가지 의복으로 그 몸을 장엄하여 좌우에서 마야부인을 에워쌌다. 정반왕은 거듭 은밀히 궁감대신에게 교칙하여 잘 호위케 하되, 유사가 아닌 갑인들은 마야부인의 수레에 얼씬도 못하게 했으며, 또 모든 비빈도 함부로 섞이지 못하게 하고, 오직 동녀들을 시켜 수레를 이끌어 모시게 하였다. 이런 차례로 마야부인의 코끼리 수레는 가운데 있고, 만의 보배 수레에 각각 비(妃) 한 명씩 그 위에 앉아 좌우에서 호위하고 앞뒤에서 이끌고 따르며, 마야부인이 가장 상수(上首)가 되고 그밖에 만의 코끼리에 만의 역사가 투구와 갑옷을 입고 좌우 전후에서 행렬을 따라 각각 코끼리 위에 앉고, 또 다시 만의 보행하는 역사들도 투구와 갑옷을 입고 손에 여러 가지 창과 칼을 들고 부인을 멀리 호위하였다. 이렇게 장엄하고 마야부인이 아버지 계신 데로 나아가니, 한량없는 코끼리ㆍ말이 모두 울어댔으며, 한량없는 용머리를 단 큰 북이며 한량없는 작은 북과 가지가지 악기에서 미묘한 소리를 냈고, 한량없는 장엄, 한량없는 위덕으로 제바타하성으로 향했다.그때 그 선각 대신 장자는 자기 권속들을 거느리고 성에서 나와 딸 마야부인을 맞았으며, 또 한량없는 장엄의 도구를 가지고 부인 앞으로 인도하였다. 그때 선각 대신에게 람비니(嵐毘尼)라는 처가 있었는데, 그 부인이 선각에게 아뢰었다.
‘대성 석자(釋子)여, 짐작하소서. 모든 석종들은 제각기 동산의 과실나무 숲이 있어 유람하고 산보하면서 그 안에서 서로 즐기지 않습니까? 우리 대 성자께서도 이제 청정한 동산을 만들어서 저도 성자와 같이 즐겁게 환락을 누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석씨 선각, 마야의 아버지는 가비라와 제바타하 두 성 중간에서 자기 경계 가까운 곳에 큰 동산 숲을 만들었다. 선각 부인의 이름이 람비니라 그를 위해 이 동산을 세웠기 때문에 람비니 동산이라 이름했으며 그 동산에는 수목이 빽빽하게 이어져 세간에서 비길 데 없었다. 그 안에는 온갖 꽃나무와 온갖 과실나무가 있어서 장엄했으며, 다시 온갖 도랑과 못이며 늪과 가지가지 온갖 나무와 한량없고 끝없는 마니의 모든 보배가 두루 동산에 가득했다.선각 대신은 봄 2월 초 8일 귀수(鬼宿)가 합하는 어느 때, 딸 마야부인을 데리고 함께 람비니 동산으로 향하여 크게 길상(吉祥)한 땅을 보고자 했다. 그 동산에 이르자 마야부인은 보배 수레에서 내려와 먼저 온갖 미묘한 영락으로 자기 몸을 장엄하고 다시 온갖 향으로 닦고 발랐으며, 많은 채녀들은 풍류와 음악소리로 앞뒤를 둘러싸인 채 조용히 거닐면서 곳곳을 둘러보고 이 숲에서 저 숲으로 다니며 이런 차례로 두루 거닐었다. 그런데 그 동산 가운데 바라차(波羅叉)라는 특별한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나무는 뿌리가 튼튼하고 위아래가 고르며 가지와 잎이 드리우고 얽혀서 반은 녹색이요 반은 청색이며 비취색과 자색이 서로 빛나 공작의 목과 같았다. 게다가 매우 부드러워 가린제 옷과 같았으며, 그 꽃이 향기롭고 묘하여 맡는 사람은 크게 기뻐했다.
마야부인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점점 그 나무 아래 이르렀다.그때 그 나무는 보살의 위신력으로 가지가 자연히 굽어져 부드럽게 내려 드리웠다. 마야부인이 오른손을 들고, 마치 공중에서 묘한 무지개가 서는 듯이 조용히 팔을 펴서 바라차나무의 굽게 드린 가지를 잡고 허공을 우러러보았다. 보살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땅에 서서 손으로 바라차나무 가지를 부여잡았을 때 2만의 하늘 옥녀(玉女)들이 마야부인 앞에 와서 두루 에워싸고 합장하고 함께 마야부인에게 아뢰었다.
부인께서 이제 낳으실 아드님은
생사의 수레바퀴를 끊으리니
위와 아래, 하늘과 인간의 스승으로
정녕코 짝할 이 없어라.
그는 모든 하늘의 태(胎)로서
중생의 괴로움을 뽑으리다.
부인이여, 고달퍼 마시라.
우리들이 함께 부축하리라.
그때 보살은 그 어머니 마야부인이 땅에 서서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은 것을 보고 태중에서 생각을 바로 하여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통 모든 중생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낳으려 할 때 몸이 두루 아프고, 그 때문에 큰 괴로움을 받아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지만 그 보살의 어머니는 즐겁고 태연하며 안정되고 기뻐서 몸에 큰 낙을 느꼈다.
그때 마야부인은 땅에 서서 손으로 바라차나무를 잡자마자 보살을 낳았으니, 이것은 이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이다.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피로함도 없고 권태로움도 없으며 일체 번뇌의 모든 뿌리를 뽑고 일체 모든 번뇌의 맺힘을 끊음이 마치 다라수나무의 뿌리를 잘라 다시는 나지 않게 하는 것과 같아서 모양도 없고 형용도 없으며 뒤에 나는 법이 없나니, 이것도 여래의 지난 옛날의 상서로운 징조였다.일체 중생들은 생(生)의 괴로움이 닥쳐오기 때문에 태 안에 있으면서 이리저리 옮기고 움직이나 보살은 그렇지 않아서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오른쪽 옆구리에 머무르고 태 안에 있으면서 옮기거나 움직이지 않으며, 나오려 할 때도 오른쪽 옆구리로 나와서 모든 괴로움에 쫓기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보살의 일은 희귀하고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는 성도하시자 그 후제(後際)를 다하도록 범행을 수행하여 길이 두려움이 없으며 항상 쾌락을 받고 다시는 모든 괴로움이 없었으니, 이것은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로운 징조였다.보살이 처음 모태에서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생각을 바로 하고, 날 때 큰 광명을 놓아서 모든 하늘과 사람ㆍ마군ㆍ범천ㆍ사문ㆍ바라문 등 세간을 모두 두루 비췄다.……(중략)……서로에게 말하기를 ‘어인 일로 이런 곳까지도 중생이 있는가?’라고 하였다.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무명(無明)의 어두운 그물을 찢고 밝고 깨끗한 큰 지혜의 빛을 내신 일로서, 이것도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보살이 처음 오른쪽 옆구리로 나오자 바른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그때 보살의 어머니는 몸이 평안하여 손상이 없고 상처도 없고 아픔도 없으며 그 몸이 본래와 다르지 않았으니, 보살이 날 때 갖가지로 이익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어머니는 근심이 없고 몸과 입과 마음에 한 가지 번뇌도 없었다. 마치 몸이 커서 큰 위덕과 큰 기력을 가진 중생이 땅 위에 누워 이리저리 구르고 버둥거리더라도 그 땅은 손상되거나 줄어들거나 깨어짐이 없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보살이 어머니 오른쪽 옆구리에 있으며 생각을 바로 하고 났을 때 그 어머니는 이런 인연으로 흠집도 없고 손상도 없었다.
그때 그곳에 한 부인이 있어 합장하고 보살의 어머니에게 아뢰었다.
‘대덕 부인이시여, 아기를 낳으실 때 몸에 고통이 없었습니까?’
보살의 어머니는 말했다.
‘이 대인의 위신력으로 내 몸에는 아픔이 없었으며 나는 지금 몸에 아무런 결함도 손실도 없노라.’
이러한 인연으로 이는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고서 범행을 행하되 빠지거나 부족한 것이 없으셨으니,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보살이 처음 모태에서 났을 때 고뇌가 없이 조용히 일어났으며, 모든 더러움이 더럽게 물들이지 못하였으며, 혹 대변ㆍ오줌ㆍ가래ㆍ고름ㆍ피가 다 더럽게 묻히지 못하였다. 보통 중생들은 모태에서 나올 때 모든 나쁜 것이 더럽게 섞여졌다.보살은 그렇지 않아서 모든 중생의 무리와 같지 않고 모든 더러움이 다 물들지 않았으며,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바로 하여 조용히 일어나 태에서 나옴이 마치 여의주나 유리 보배를 가시가 옷에 쌀 때에 서로 물들지 않듯이 이와 같아서 보살이 모태에 있을 때 한마음으로 생각을 바로 하여 조용히 일어나 청정하게 출생하므로 아무 더러움이 없었으며, 고름ㆍ피ㆍ대변ㆍ오줌ㆍ냄새나는 것에도 더럽게 물들지 않았다.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세간에 있고 세간에 머무르되 세간의 모든 법과 세간의 더럽고 탁함에 물들지 않음이니, 이는 여래의 지난 옛적의 상서였다.보살이 처음 모태에서 났을 때 제석천왕이 묘하고 보드라운 하늘의 가시가 옷으로 자기 손을 싸고 먼저 보살의 몸을 받든 것은 이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먼저 여래께 법을 설하시기를 권하고 청함이니,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보살이 처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을 때 사대천왕이 보살을 안고 어머니에게 향하여 보이고,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세상에 큰 부인이시여, 이제 기뻐하소서. 부인께서 아들을 낳으시니 이미 사람의 몸을 얻었사오며, 모든 하늘들도 기뻐 찬탄하는데, 하물며 인간들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보살의 희귀한 일과 미증유한 법은 여래께서 성도하신 뒤에 한량없이 많은 일체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들이 다 여래를 향하여 법을 들어 받고 여래의 가르침에 따라 어김이 없고 배반함이 없었으니, 이것은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보살이 출생하고 나서 땅에 서서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를 우러러보면서 입으로 이런 말을 하였다.
‘내 이 몸은 오늘부터 다시 받지 않을 것이며,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 들어가서 태에 눕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내 마지막 몸이니, 나는 마침내 성불하리라.’
이것은 보살의 희귀한 일이요 미증유한 법으로서 여래께서 성도하시어 입으로 ‘나는 이제 생(生)할 분수가 다했으며 범행이 섰고 할 바를 다하여 뒤에 몸을 받지 않으리라’ 하셨는데, 이는 여래의 지난날의 상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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