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5권
불본행집경 제5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1.현겁왕종품 ②
“모든 비구들이여, 저 대조요왕(大照曜王)의 아들은 이름을 의희(意憙)라 했으며 다음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의희왕의 아들은 선희(善喜)라 했고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 말한 것과 같다.그 선희왕의 아들은 만족(滿足)이라 했고 왕위를 계승하였음은 위에 말한 것과 같다.그 만족왕의 아들은 대만족(大滿足)이라 했고, 왕위를 계승하였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대만족왕의 아들은 양육(養育)이었으니 왕위를 계승하였음은 위에 말한 대로이다.그 양육왕의 아들은 또 이름을 복거(福車)라 했으며 왕위를 계승하였음은 위에 말한 것과 같다.그 복거왕의 아들은 인수령(人首領)이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 말한 것과 같다.그 인수령왕의 아들은 화질(火質)이라 불렀고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 말한 대로이다.그 화질왕의 아들은 광염(光炎)이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광염왕의 아들은 선비관(善譬冠)이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선비관왕의 아들은 공관(空冠)이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공관왕의 아들은 선견(善見)이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선견왕의 아들은 대선견이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대선견왕의 아들은 수미(須彌)라 불렀으며 다음에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수미왕의 아들은 대수미라 불렀으며 다음 왕위를 이었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전륜성왕이란 4천하의 대지와 바다까지 통치하며 7보가 구족하고……(중략)……법답게 인민들을 다스리는 자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왕은 다 과거의 전륜성왕으로서 한량없는 복업을 구족히 닦았고 모든 선근을 깊이 심었으며, 이런 과보로 이 4천하의 일체 대지에서 받아 먹으며 모든 복락을 누리며 수명도 헤아리기 어려워 계산할 수 없다.
모든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꼭 알아 두어라. 나는 이제 다시 저 전륜성왕들의 자손들이 대대로 이어진 것과 또 나머지 작은 왕들의 자손들이 물려받아 온 주처(住處)와 이름과 차서의 적고 많은 것들을 말하리라. 너희들을 위해 간략히 그들 씨족(氏族)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잘 들으라.모든 비구들이여, 대수미왕의 치세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면서 자자손손 101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다 포다나성(褒多那城)에 머물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는데, 그 모든 왕 가운데 마지막 왕의 이름이 사자승(師子乘)이었다. 사자승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에 61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었는데, 모두 다 바라나성(波羅㮈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여승(女乘)이라 이름했으며, 그 여승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56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었는데, 모두 다 아유사성(阿踰闍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엄치생(嚴熾生)이라 불렀고, 엄치생왕으로부터 세세로 이어 자자손손 도합 천 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가비리야성(迦毘梨耶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범덕(梵德)이라 불렀고, 범덕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아사제나부라성(阿私帝那富羅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상장(象將)이라 불렀고, 상장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덕차시라성(德叉尸羅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이름을 호(護)라 불렀고, 호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1천2백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사야나성(奢耶那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능항복(能降伏)이라 불렀고, 능항복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도합 90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가나구사성(迦那鳩闍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승장(勝將)이라 했고, 승장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천5백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첨파성(瞻波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용천(龍天)이라 불렀고, 용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왕사성(王舍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작사(作闍)라 불렀고, 작사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구시나갈성(拘尸那竭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대자재천(大自在天)이라 불렀고, 대자재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암바라겁파성(菴婆羅劫波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이름을 또 대자재천이라 불렀으며, 그 대자재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단다부라성(檀多富羅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선의(善意)라 불렀고, 그 선의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25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다마파파리다성(多摩婆頗利多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무우만(無憂鬘)이라 불렀고, 무우만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8만 4천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다 매체라성(寐涕羅城)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비뉴천(毘紐天)이라 불렀고, 그 비뉴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101명의 작은 전륜왕이 있어 모두 비포다나(毘褒多那)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이름을 또 대자재천이라 불렀고 그 대자재천왕으로부터 세세에 이어 자자손손 합하여 8만 4천의 여러 임금이 다시 저 매체라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 모든 왕 가운데 가장 뒤의 왕은 이름을 어왕(魚王)이라 하였다.
비구들아, 꼭 알아 두어라. 이와 같은 작은 전륜왕도 다 복덕이 있으며 다 선근을 심어 세간의 복보(福報)를 구족히 받아 비길 사람이 없으며, 그가 교화를 주는 곳은 대지며 바다며 일체 모든 산을 다 통섭한다. 비구들아, 저 전륜왕들은 각각 좁쌀같이 많은 후왕들을 퍼뜨렸으니, 내 이제 여기에 대해 말하겠다.모든 비구들아, 어왕에게 아들이 있으니 이름이 진생(眞生)이며, 그 진생왕은 아비와 조부 때부터 선근을 닦아 왕위를 계승하였으나 복보가 다하자 왕위를 잃었다. 그때 사람들은 그 왕이 교화하는 도를 잃고 복덕이 없음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이 왕은 사람 가운데서 가장 가난하고 용렬하며 사람 가운데서 복이 적으며 사람 가운데서 가장 불쌍하고 사람 가운데서 가장 굴(掘)하다.’이런 까닭에 세상 사람들은 다 그를 가굴왕(可掘王)이라 했다.
가굴왕에게 아들이 있으니 이름이 평등행(平等行)이요, 평등행왕의 아들 이름은 암화(闇火)요, 암화왕의 아들은 염치(焰熾)요, 염치왕의 아들은 선비(善譬)요, 선비왕의 아들은 허공(虛空)이요, 허공왕의 아들은 계행(戒行)이요, 계행왕의 아들은 무우(無憂)요, 무우왕의 아들은 이우(離憂)요, 이우왕의 아들은 제우(除憂)요, 제우왕의 아들은 승장(勝將)이요, 승장왕의 아들은 대장(大將)이요, 대장왕의 아들은 태생(胎生)이요, 태생왕의 아들은 명성(明星)이며, 명성왕의 아들은 방주(方主)요, 방주왕의 아들은 진(塵)이요, 진왕의 아들은 선의(善意)며, 선의왕의 아들은 선주(善住)요, 선주왕의 아들은 환희이며, 환희왕의 아들은 대력이요, 대력왕의 아들은 대광이며, 대광왕의 아들은 대명칭이요, 대명칭왕의 아들은 십거(十車)요, 십거왕의 아들은 이십거이며, 이십거왕의 아들은 묘거(妙車)요, 묘거왕의 아들은 보거(步車)요, 보거왕의 아들은 십궁(十弓)이며, 십궁왕의 아들은 백궁이요, 백궁왕의 아들은 이십궁이며, 이십궁왕의 아들은 묘색궁(妙色弓)이요, 묘색궁왕의 아들은 죄궁(罪弓)이며, 죄궁왕의 아들은 해장(海將)이요, 해장왕의 아들은 난승(難勝)이요, 난승왕의 아들은 모초(茅草)며, 모초왕의 아들은 대모초며, 대모초왕은 세세로 이어 자자손손으로 먼 후손을 합하여 108명의 왕이 있어 모두 저 포다나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며 복락을 받았다.그 108명의 왕 중 가장 뒤의 왕 대모초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그 왕은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윗대부터 나의 종성은 좁쌀같이 많은 왕들이 있었는데, 자신들에게 흰 수염과 흰 머리가 나는 것을 볼 때 각각 모든 아들을 관정(灌頂)시켜 왕을 삼고, 따로 가장 좋은 한 고을을 떼서 보시를 하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그런데 나는 이제 자식이 없으니 누구에게 내 왕위를 계승시키며 누가 우리 종성을 떠 맡아 늘리랴. 혹은 내게서 이제 모든 왕종이 끊길 것인가?’
그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제 출가하여 도를 닦지 않으면 모든 성현의 종자를 끊게 되리라.’ 그리고 나서 대모초는 왕위를 모든 대신들에게 부촉했다. 대중들은 왕을 둘러싸고 전송하였으며, 왕은 성에서 나가 머리와 수염을 깎고 출가자의 옷을 입었다. 왕은 출가하고 나서 청정하게 계를 지키고 전심으로 용맹히 닦아 4선(禪)을 성취하고 5통(通)이 구족하여 왕선(王仙)을 이루었다. 그는 수명이 매우 길었으나 늙고 쇠약해지자 살이 줄고 등이 굽어져서 지팡이를 의지해도 멀리 가지 못하였다.그때 왕선의 모든 제자들은 이리저리 음식을 구하러 가면서 좋고 부드러운 풀을 뜯어 대바구니에 깔고 왕선을 담아서 나뭇가지 위에 걸었다. 왜냐 하면 벌레나 짐승이 왕선을 범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걸식하러 간 뒤에 포수 한 사람이 산과 들에 사냥을 나왔다가 멀리서 왕선을 보고는 흰 새인 줄 알고 쏘았다. 왕선은 살에 맞고서 두 덩이 피를 흘리고 땅에 떨어져 곧 숨이 끊어졌다. 걸식을 하고 돌아온 제자들은 왕선이 살에 맞아 죽은 것을 보았다. 또 두 덩이 피가 땅에 있음을 보고 그 대바구니를 내려 왕선을 땅에 모시고 장작을 주워 모아 왕선의 시체를 화장한 뒤에 뼈를 거두어 탑을 만들고 또 갖가지 온갖 묘한 향과 꽃으로 그 탑을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여 받들기를 다하였다.
그때 그 땅에 있던 두 덩이 피에서 두 줄기의 사탕 수수[苷蔗]싹이 솟아나 점점 자라났다. 때가 되어 사탕수수가 익자 햇빛에 타서 쪼개졌으며 그 한 줄기 사탕수수에서는 동자가 나오고, 다른 한 줄기 사탕수수에서는 동녀가 나왔는데, 매우 단정하고 아름다워 세상에 둘도 없었다..
그때 모든 제자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왕선이 세상에 있을 때 아이를 낳지 못했으나 지금 이 두 아이는 왕선의 씨일 것이다.’
그리하여 보호해 기르고 모든 대신들에게 알렸다. 모든 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그 숲에 나아가 두 어린이를 맞아 데리고 궁으로 돌아와서 상을 잘 보는 큰 바라문을 불러 상을 보고 이름을 짓게 하였다.
그 관상쟁이는 말했다.
‘이 동자는 원래 햇빛에 타서 사탕수수가 깨어진 데서 났으므로 첫 번째 이름은 선생(善生)이라 하고, 또 사탕수수에서 나왔기 때문에 두 번째 이름은 감자생(苷蔗生)이라 하며, 또 햇빛에 사탕수수가 쪼여 타서 났으므로 또한 일종(日種)이라 이름하시오. 동녀의 인연도 한가지로 다름이 없으니 이름을 선현(善賢)이라 하고, 다시 수파(水波)라 하시오.’
그리고 모든 대신들은 사탕수수에서 나온 동자가 어릴 적에 관정식을 하고, 그를 왕으로 세웠다. 그 선현녀도 나이 차서 시집갈 만하였므로 첫 번째 왕비로 모셨다.그때 감자왕에게는 두 번째 왕비가 있었는데 절묘하고 단정하였으며, 네 아들을 낳았는데, 첫째는 거면(炬面)이요, 둘째는 금색(金色)이요, 셋째는 상중(象衆)이요, 넷째는 별성(別成)이었다.
선현 왕비는 아들 하나만 낳아 이름을 장수(長壽)라 하였는데 단정하고 잘 생겨 세간에 짝이 없었으나 왕이 될 만한 골상(骨相)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현 왕비는 이렇게 생각했다.
‘감자종왕에게는 네 아들이 있는데 거면의 형제들은 모두 굳세지만, 나에게는 이 외아들뿐인데 비록 단정하기는 세상에 둘도 없으나 그 상이 임금이 되지는 못할 것 같으니, 어떤 방편을 꾸며야 내 아들로 왕위를 계승시키겠는가.’
또 이런 생각도 했다.
‘감자왕은 지금 나에 대해 한량없이 경애하고 마음 깊이 염착하여 마음껏 정을 쏟고 있으니, 나는 이제 다시 부인들의 화장하는 법을 다해 보리라. 곧 몸을 깨끗이 닦고 만지며 향탕에 목욕하여 향기롭게 하고, 머리에 택란(澤蘭)을 칠하고 얼굴에 연지와 분을 바르고 꽃다발과 영락 등 갖가지로 치장하여 감자왕의 마음이 내 곁에 거듭 빠져서 사랑하고 즐기게 하리라. 만약 마음과 같이 되면 나는 은밀한 곳에서 애원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위에 말한 대로 몸을 치장하여 유난히 다듬고 왕의 곁에 이르렀다.왕은 왕비가 오는 것을 보자 더욱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나서 그 마음이 혹해졌다. 왕비는 왕에게 이런 마음이 생긴 것을 보고서 두 사람이 함께 누웠을 때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 살펴 주소서. 이제 왕에게 한 가지 원을 비오니 꼭 들어주소서.’
왕은 대답하였다.
‘대비여, 뜻에 따라서 거스르지 않을 것이오, 하고자 하는 대로 나는 부인에게 허락하리라.’
그때 왕비는 거듭 아뢰었다.
‘대왕은 마음대로 저의 원을 들어주고 마음이 변해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후회한다면 저는 말하지 않겠나이다.’
왕은 왕비에게 일렀다.
‘내가 한 번 부인의 마음대로 소원을 들어주고 뒤에 만약 후회한다면 당장 내 머리가 깨어져 일곱 조각이 되리라.’
왕비는 말하였다.
‘대왕이여, 거면 등 네 왕자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 보내고 제가 낳은 아들 장수로 왕을 삼아 주기 바랍니다.’
그러자 감자왕은 왕비에게 말했다.
‘나의 이 네 아들은 허물도 없고 함부로 재물을 구하지도 않고 죄와 근심도 없는데 어찌 허물도 없이 억울하게 멀리 다른 땅에 쫓아내며, 내가 다스리는 국경 안에 무슨 불상사가 있다고 살지도 못하게 하겠는가?’
왕비는 또 아뢰었다.
‘왕께서 만약 후회한다면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깨어진다고 이미 맹세하지 않았나이까?’
왕은 왕비에게 말했다.
‘내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부인의 소원을 들어줄 테니 부인은 때를 기다리시오. 부인의 생각대로 하리라.’
감자왕은 그 밤을 지내고 아침이 밝자 네 아들을 모으고 칙명을 내렸다.
‘너희 네 동자는 지금부터 내가 다스리는 나라 안에서 나가, 거주하지 말라. 멀리 다른 나라로 가라.’그러자 네 동자는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부왕에게 여쭈었다.
‘대왕이여, 살피소서. 저희들 네 사람은 죄악이 없고 아무 허물도 없고, 바르지 못한 법으로 남의 돈이나 재물도 취하지 않았으며, 그 밖에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부왕께서는 갑자기 저희들을 나라 안에서 쫓아내려 하십니까?’
왕은 왕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도 위에서 말한 대로 너희들이 참으로 과실이 없고 재물을 횡탈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것은 내 뜻이 아니라 선현 대비의 뜻이다. 그 비가 원하는 것이라 나는 그를 어길 수 없으니, 너희들은 나라에서 나가도록 하여라.’
그때 네 아들을 낳은 어머니도 감자왕이 그 아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낸다는 말을 듣고 왕에게 쫓아와 말했다.
‘대왕이여, 저의 네 아들을 나라 밖으로 쫓아낸다니 그것이 정말입니까?’
왕이 사실이라고 하자, 모든 비들도 각각 왕에게 여쭈었다.
‘좋습니다, 대왕이여. 우리들도 각각 아이들을 따라 가기를 비나이다.’왕은 모든 비에게 일렀다.
‘너희들 마음대로 따라가라.’
그러자 모든 비의 동생들도 다시 왕에게 여쭈었다.
‘저의 언니와 조카들도 이제 이미 나라에서 나가니 저희들도 따라가기를 빕니다.’
왕은 각각 대답했다.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
그때 모든 대신ㆍ공경ㆍ보상(輔相)들도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여, 이제 이 네 왕자를 나라 밖으로 나가라 하시니, 저희 모든 신하들도 따라가기를 바라나이다.’
왕은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라.’
그때 모든 코끼리와 말을 맡고 있는 신하들도 따라가기를 청하자 왕은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했으며, 또 궁장(弓將)ㆍ노장(弩將)ㆍ옥장(獄將)ㆍ모든 양들의 목축을 맡은 장수, 모든 신하의 아들과 그 밖의 주장(主藏), 병장(兵將)ㆍ유군장사(遊軍壯士)ㆍ선사장(善射將)이며,노비(奴婢)ㆍ복사(僕使)와 그 아들들도 감자왕이 네 아들을 쫓아 나라에서 내보낸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왕에게 여쭈었다.
‘저희들도 왕자를 따라 어디든지 가겠습니다.’
왕은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했다.
또 다시 나라 안의 죽장(竹匠)ㆍ피장(皮匠)ㆍ와사(瓦師)ㆍ전사(塼師)ㆍ조옥목사(造屋木師)ㆍ양조ㆍ요리ㆍ이발ㆍ세탁ㆍ백정ㆍ안마ㆍ의사ㆍ약제사ㆍ어부 등의 기술자들도 말했다.
‘국왕께서 네 아들을 나라에서 나가라 하셨다니 이것이 사실입니까?’
왕이 그렇다고 하자, 그들도 따라가겠다 하므로 왕은 허락하였다.
그때 감자왕은 여러 왕자에게 교칙을 내렸다.
‘너희들 왕자는 지금부터 혼인을 하고자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다른 외족(外族)을 취하지 말고 자기와 같은 성안에서 취하여 감자종성을 끊지 말라.’
그러자 여러 왕자는 부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칙명을 따르겠나이다.’그 모든 왕자들은 부왕의 교칙을 받고 나서 각각 친어머니와 이모의 자매들과 노비들과 자재(資材)들을 싣고 태워서 곧 북쪽으로 향하여 설산(雪山) 아래 이르렀다. 얼마를 가다가 바기라(婆耆羅)라는 큰 강이 나왔는데, 그 강을 건너서 설산 꼭대기에 올랐다.
여러 곳에 다니며 놀면서 오래 머물렀다. 그때 네 왕자는 산꼭대기에서 여러 금수를 잡아먹으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산 남쪽에 이르렀다. 거기서 넓고 평탄한 냇물을 보았으며, 구덩이ㆍ흙무더기ㆍ언덕ㆍ큰 언덕ㆍ골짜기ㆍ구렁ㆍ개굴창ㆍ가시덤불ㆍ티끌ㆍ모래ㆍ자갈 등이 없었다. 그 땅에는 오직 부드러운 푸른 풀이 나서 깨끗하고 사랑스러웠으며, 나무 숲과 꽃과 열매가 울창하고 화려하게 번성해서 마치 검은 구름 같고 빛깔이 검푸르게 빛나고 아람드리 나무가 가득 차 있었다. 그 사이 적은 공간에는 사라나무ㆍ다라나무ㆍ나다마라나무ㆍ아설타나무ㆍ니구다나무ㆍ우담바라나무ㆍ천 년 된 대추나무ㆍ가리라나무 등이 서로 가지를 드리워 각각 서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또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으니, 아제목다꽃ㆍ첨파꽃ㆍ아수가꽃ㆍ파다라꽃ㆍ파리사가꽃ㆍ구란나꽃ㆍ구비다라꽃ㆍ단노사가리가꽃ㆍ목진린타꽃ㆍ소마나꽃 등 모든 꽃이 활짝 피었거나 아직 피지 않았고, 혹은 방긋이 피려 하고 혹은 피어 떨어지기도 했다. 또 한량없는 여러 가지 과일 나무가 있었으니, 암바라과ㆍ염부과ㆍ능구사과ㆍ파나바과ㆍ진두가과ㆍ하리륵과ㆍ비혜륵과ㆍ아마륵과 등 가지가지 과일이 혹은 맺히기 시작하기도 하였고, 혹은 익으려 하기도 하였고, 혹은 이미 익어서 먹음직스러웠다.다시 이니야ㆍ노루ㆍ사슴ㆍ물소ㆍ나라가ㆍ들소ㆍ흰 코끼리ㆍ사자 등 한량없는 여러 가지 들짐승들이 있었고, 게다가 앵무ㆍ구시라ㆍ구욕ㆍ공작ㆍ가릉빈가ㆍ명명새ㆍ교청새ㆍ산닭ㆍ백학ㆍ자마가새ㆍ난마새 등 모든 새가 한량없이 많았다.
다시 한량없는 여러 가지 물의 방죽이 있었는데, 그 못에는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들이 가득 찼으며, 못 언덕 4면에도 여러 가지 꽃이 있어 못 위를 덮었다. 그 물도 깨끗하여 흐리고 더러움이 없었고, 맑게 가득 차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아 건너가기도 쉬웠으며, 못 주위를 갖가지 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다. 못 안에는 다시 고기ㆍ자라ㆍ큰 자라ㆍ악어ㆍ거북ㆍ왕자라ㆍ소라ㆍ조개 등 일체의 어류들이 있었고, 물오리ㆍ기러기ㆍ거위ㆍ집오리ㆍ갈매기ㆍ가마우지[鸕鷀]ㆍ원앙새 등 모든 물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옛부터 한 신선이 살고 있었는데 이름을 가비라(迦毗羅)라 하였다. 여러 왕자들이 이곳을 보고 나서 서로 말하였다.
‘이 안에 성을 만들고 다스릴 만하다.’그때 왕자들은 이미 편안히 살게 되자 부왕의 말을 생각하고 감자 성(姓) 가운데서 혼인할 상대를 찾았으나 아내를 구할 수 없어 각각 이모와 그 자매를 들여서 부부가 되어 혼례를 치렀으니, 첫째는 부왕의 명을 따르고자 함이었고, 둘째는 석종(釋種)에 잡종이 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 일종(日種) 감자왕이 국사(國師)인 큰 바라문 한 사람을 불러서 말했다.
‘큰 바라문이여, 나의 네 왕자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국사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네 왕자는 이미 각자 이모와 그 자매들을 데리고 사람과 물건을 싣고 멀리 나라 밖에 나가 북쪽으로 갔으며, 나아가 벌써 예쁜 자녀를 낳았습니다.’
그때 감자왕은 원래 모든 왕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들을 보고 싶어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 모든 왕자들은 나라의 계획을 잘 세우고 크게 잘 다스렸으니 그들 왕자는 성(姓)을 석가라 하거라. 또 석가가 큰 나무들이 울창한 줄기와 가지 밑에서 살았으니 사이기야(奢夷耆耶)라고 하라. 또 본래 가비라 신선이 살던 곳에 그 이름을 따서 성(城)을 지었으니, 가비라바소도(迦毘羅婆蘇都)라고 부르라.’그때 감자왕의 세 아들이 죽고 하나만 남았으니, 이름이 니구라(尼拘羅)였다수나라 말로는 별성(別成)이라는 뜻이다. 그는 왕이 되어 가비라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 그 니구라왕이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구로(拘盧)라 이름했고, 역시 부왕의 가비라성에 머물러 다스렸다. 그 구로왕이 또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이름이 구구로(瞿拘盧)였고, 그도 아버지의 성에 있으면서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다. 그 구구로왕이 또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이름이 사자협(師子頰)이었고, 그도 아버지의 성에 살면서 인민을 다스렸다.
그리고 사자협왕은 네 왕자를 낳았으니, 첫째는 열두단왕(閱頭檀王)수나라 말로 정반(淨飯)이라는 뜻이다.이라 이름했고, 둘째는 수구로단나(輸拘盧檀那)수나라 말로는 백반(白飯)이라는 뜻이다.라 했고, 셋째는 도로단나(途盧檀那)수나라 말로 곡반(斛飯)이라는 뜻이다.라 했으며, 넷째는 아미도단나(阿彌都檀那)수나라 말로 감로반(甘露飯)이라는 뜻이다.라 이름했으며, 또 감로미(甘露味)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사자협왕의 장자인 열두단[淨飯]이 다음 왕위를 이어 다시 아버지의 성에서 인민을 다스리고 복락을 받았다.그때 가비라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비(天臂)라는 성이 하나 있었다. 그 천비성에 선각(善覺)이라는 석가종의 부호 장자(長者)가 하나 있었는데, 큰 부자라서 재물이 많았고 모든 진기한 보배를 쌓아 재산이 넉넉하고 위덕이 구족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고 세상에 아쉬운 것이 없었으며, 그 저택도 마치 비사문왕(毘沙門王)의 궁전과 다름이 없었다.
그 석종 장자는 여덟 명의 딸을 낳았으니, 첫째 딸은 의(意)요, 둘째 딸은 무비의(無比意)요, 셋째 딸은 대의(大意)요, 넷째 딸은 무변의(無邊意)요, 다섯째 딸은 계의(髻意)요, 여섯째 딸은 흑우(黑牛)요, 일곱째 딸은 수우(瘦牛)이며, 여덟째 딸은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수나라 말로는 대혜(大慧) 또는 범천(梵天)이라는 뜻이다.이며, 그리고 이 마하파사파제는 여러 딸들 가운데서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가 처음 나던 날 관상을 잘 보는 바라문들에게 보였더니 말하였다.
‘이 여아는 출가하여 아기를 낳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요, 7보가 저절로 생기고 천 명의 아들이 구족하며 내지 채찍과 곤장을 쓰지 않고 인민을 다스리리라.’
선각 장자의 그 딸은 점점 자라서 마침내 시집갈 때가 되었다.
그때 정반왕은 자기 나라 경내에 큰 부자 석씨(釋氏)가 있어 여덟 번째 딸을 낳았는데 단정하기 둘도 없으며……(중략)……관상쟁이가 그녀를 보고 앞으로 귀한 아들을 낳겠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그 여자를 찾아 비를 삼고 우리 감자 전륜성왕의 후손을 끊기지 않게 하리라.’이것은 율가(律家)들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또 말하기를 ‘대혜(大慧)가 보살의 어머니라는 것은 아파타나(阿波陁那) 경문에 따른 것이다’ 하였다. 또 수두단왕(輸頭檀王)은 나의 아버지요, 마야(摩耶)부인은 나의 어머니다’라는 설은 아파타나경(阿波陀那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모든 경문을 상고하건대 이 뜻이 옳으리라.그리고 정반왕은 곧 선각 장자의 집에 사신(使臣)을 보내 대혜를 찾아 ‘나를 위해 파사파제를 지어 달라’고 하였다.파사파제(波闍波提)란 수나라 말로 생활본(生活本)이라는 뜻이다.
그때 선각은 그 사신에게 말했다.
‘훌륭한 사신이여, 나를 위하여 대왕에게 이런 말을 올려 주소서. 나에게 딸이 여덟 있는데, 큰 딸은 이름이 의요……(중략)……여덟째 딸의 이름이 대혜인데, 어찌하여 대왕께서는 가장 어린 것을 구하시느냐고. 대왕이여, 잠깐 기다려 주시면 제가 일곱 딸을 처분하고 나서 대왕에게 대혜를 보내어 비를 삼게 하겠습니다.’
그때 정반왕은 또다시 사신을 장자에게 보내 일렀다.
‘나는 지금 그대가 일곱 딸을 하나하나씩 출가시킬 때까지 기다려서 대혜를 비로 맞을 수 없노라. 그대의 여덟 딸을 내가 다 맞고자 하노라.’
그러자 선각 석종이 대왕에게 대답했다.
‘그러시다면 대왕의 명령에 따르겠사오니 마음대로 데려가소서.’
그러자 정반왕은 곧 사람을 보내 한꺼번에 여덟 여자를 맞아 궁으로 데려왔다.
궁에 이르자마자 두 여자를 비로 삼았으니, 그 두 여자는 큰 딸 의와 여덟째 딸 대혜이며, 나머지 여섯은 세 동생에게 보내어 한 사람에게 두 여자씩 비를 삼게 했다. 정반왕은 의의 자매를 궁중에 들여 정을 쏟고 즐기며 왕의 법에 따라서 사방을 통치하였다.”
4.상탁도솔품(上託兜率品) ①
“어느 때 호명(護明)보살대사(大士)는 가섭불ㆍ세존의 처소에서 금계를 지키면서 범행을 청정히 닦아 목숨이 다한 뒤에 바른 생각으로 도솔타천에 왕생(往生)하였다. 무슨 까닭이냐. 어떤 중생들은 목숨이 끝난 날에 바람 칼에 마디마디가 쪼개지는 고초를 받으며 혹은 기운이 다하려면 숨이 편안치 않다. 이런 인연으로 큰 고뇌를 받아 본래의 마음을 잃고 그 숙행(宿行)을 잊어버리고 자기 마음을 바른 적정(寂定)에 전념하지 못한다. 보살은 그렇지 않아 목숨이 다하려 하는 날에는 바른 마음으로 생각하여 그 전세의 인연으로 날 곳에 태어나니, 이러한 희기(希奇)한 법이 있다. 모든 보살에게는 또 한 법이 있으니, 목숨이 끝난 뒤에 반드시 천상에 나되 높은 곳인지 낮은 곳인지 한 하늘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은 대부분 도솔타천에 왕생하며 마음에 매우 기쁨을 내고 지혜가 만족하다. 왜냐 하면 아래 있는 모든 하늘들은 많이 게으르고 위 하늘들은 선정의 힘이 많아서 고요하고 연약하여 천상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다시 생을 받고 싶어하지 않고, 또 그들은 일체 중생을 위하여 자비를 내지 않는 반면, 보살은 그렇지 않아서 다만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도솔천에 나는 것이다. 하계의 모든 하늘들은 법을 듣기 위해서 도솔천에 올라가며, 상계의 모든 하늘들도 법을 듣기 위해 도솔천에 내려온다.그리고 이 보살이 또 도솔천에 났을 때 그 도솔타천에 살고 있는 모든 하늘들이 그를 호명(護明)이라 불렀으므로 이런 까닭에 이름을 호명이라 하였으며, 모든 하늘들이 계속 호명이라 퍼뜨림으로써 그 소리는 위로 사무쳐 정거천(淨居天)에 이르렀고, 또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 꼭대기까지 이르렀다. 그때 모든 하늘들은 다 같이 불러 말하였다.
‘호명보살이 이미 도솔천에 났다.’이 소리는 밑으로 삼십삼천을 거쳐 사천왕천에 도달했고, 또다시 모든 아수라 궁(宮)에 사무치니 각각 서로에게 알렸다.
‘호명 보살이 이미 솔타천상에 나셨다.’
이렇게 맨 밑 아수라 궁에서부터 맨 위 아가니타천까지 모두 다 도솔천에 와서 모였으며, 호명보살 궁전에 함께 모여서 법을 들었다. 호명보살이 도솔천에 나자 그 도솔타천 모든 하늘의 궁전은 광명이 비쳐서 자연히 장엄되었으며, 다시 또 한량없고 끝없는 장엄을 내었으니, 다 호명보살의 공덕 위신력(威神力) 때문이며, 대범천왕과 대위덕 아수라들까지 다 도솔천에 모여 와서 앞뒤에서 호명보살을 호위했다.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들이 도솔천에 태어났지만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한 5욕(欲)을 보고는 마음이 미혹해 잊어버리고 본행(本行)이나 선업(先業)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호명보살은 도솔천에 나서 설사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한 5욕을 보더라도 마음에 미혹이 없이 잊어버리지 않았으며, 본래 인연을 바로 생각하고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도솔천에 머물러서 하늘의 수명으로 4천 세가 차도록 그 모든 하늘을 위하여 법을 설해 교화하고 법의 모습을 나타내 보여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그 하늘에 난 다른 중생들은 옛날의 청정하지 않은 업 때문에 그 가운데 났거나 하늘의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횡사하였으나 호명보살은 과거에 수행한 청정한 업 때문에, 그리고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도솔천의 수명을 끝까지 다하였다. 이런 까닭에 ‘희유하고 희유하며 불가사의하다’ 하였으며, 또 다시 ‘부사의법을 얻어서 호명보살은 저 하늘의 수명을 다하였다’고 하였다.그때 호명보살대사는 하늘의 수명이 다하자 자연히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이 나타났으니,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 머리 위에 꽃이 시들고, 둘째 겨드랑 밑에 땀이 나오고, 셋째 의상에 때가 끼고, 넷째 몸에 거룩한 빛을 잃으며, 다섯째 본 자리를 즐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 도솔천들은 호명보살에게 쇠하는 모양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서 큰 소리로 ‘오호, 오호!’ 하며 서로들 탄식했다.
‘괴롭고 괴롭다. 호명보살이 오래지 않아서 이 도솔천궁을 떠나려고 위신이 감퇴한다. 우리들은 이제 어떻게 사나.’
그곳 도솔천의 대중들은 오직 곡성뿐이었고 모든 하늘 궁전에도 메아리가 서로 이어져 이 소리는 위로 색계(色界)의 꼭대기인 수타회천(首陀會天)과 아가니타천에 이르러 모든 하늘 대중들은 각각 서로에게 말하였다.
‘아아 슬프다. 호명보살이여! 이제 이미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났으니 오래지 않아 떨어지지라.’
도솔천에서 아래로 아수라궁에 미치도록 ‘아아!’ 하고 슬퍼하는 소리, 그 소리는 곳곳에 두루 차서 오직 들리는 것은 ‘오래지 않아 떨어지리라’는 소리뿐이었다. 이때 모든 하늘들은 이 소리를 들었고, 아가니타천ㆍ타화자재천ㆍ색계ㆍ욕계의 하늘들은 모두 다 내려와 도솔천에 이르렀고, 야마천과 사천왕천도 이 소리를 듣고 나서 모두 모여 도솔천에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용과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ㆍ나찰 등 땅에 사는 모든 하늘과 색계ㆍ욕계 모든 하늘들에 포함된 자들까지 모두 날아서 도솔천에 올라가 한 곳에 모였다. 그리고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이제 호명 천자(天子)를 보니 도솔천에서 내려가 인간에 나고자 한다.’
그렇게 도솔천의 쇠약한 모양이 나타나는 동안은 곧 인간계의 수로 12년이었다.그때 수타회의 모든 하늘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옛날에 보처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인간에 태어날 때를 보았는데 지금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 모든 하늘들은 이제 호명보살 대사에게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남을 보고 꼭 염부제로 내려갈 것이 틀림없는 줄 알자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람들아, 그 세계를 장엄하라. 보살대사가 오래지 않아 이 도솔천에서 내려가 그곳에 나리라. 깨끗이 소제하고 다듬어라. 부처님께서 하생(下生)하려 하신다.’
이때 이 염부제 땅에 5백의 벽지불이 한 숲 가운데서 도를 닦으며 살고 있었는데, 이 소리를 듣고서 허공을 날아서 함께 바라나성에 이르렀다. 그곳에 이르고는 각각 다섯 가지 신통을 나타내어 몸을 허공에 솟구쳐 연기와 불꽃을 내며 차례로 게송을 부르고 수명을 버리고 열반에 들었다.그때 호명보살대사는 저 하늘 무리들과 범천(梵天) 제석천[釋天]과 세상을 두호하는 하늘과 모든 용, 비사사(毘舍闍)들을 보고 그들을 관찰하였는데, 마음과 뜻이 태연하여 두려워하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으며 의심하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은 채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그대들 어진 이여, 모두 알아 두라. 내 지금과 같이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남을 볼 때는 머지않아 도솔천에서 내려가 인간에 나려는 것이다.’
그러자 범천ㆍ제석천 등 모든 하늘들은 아뢰었다.
‘존자 호명이여, 존자가 보시는 바와 같이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남은 존자가 오래지 않아 도솔천에서 내려가 인간에 나려는 것입니다. 존자여, 옛날 본행(本行)의 원(願)을 기억하소서.’
그때 저 한량없는 백천의 하늘들은 이 말이 끝나자 온몸이 떨리고 몸의 털이 다 곤두서며 마음이 크게 놀랍고 두려워 합장하고 호명에게 정례하였다.그때 호명보살은 저 대중들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반드시 내려가는 것은 결정코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이제 때가 되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무상을 생각하고 미래의 공포를 생각하라. 너희들은 몸의 더러움과 마음의 굳은 애착을 잘 관하라. 이 모든 욕심이 함께 두루 얽힘으로써 저 생사 가운데서 떠나지 못한다. 이런 냄새나는 몸을 크게 싫어하고 미워하라. 너희들은 모두 두 손을 모아 내 몸과 또 모든 중생을 보라. 모두들 아직 이 법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니 너희들은 나 때문에 근심하지도 말고 나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말아라.’
그 모든 하늘들은 말했다.
‘존자 호명이여, 부디 존자께서는 자비로 널리 덮어 주시고 다시 그 밖에 여러 가지 마음을 내지 말고, 다만 지난 옛적 본래 서원한 인연을 생각하소서. 억겁 동안 나면서 존자도 하늘과 인간의 업과를 받아 왔으니, 지난 옛적 지은 선업 인연으로 저 선근 법행을 기억하여 모든 중생에게 자비심을 내소서.’
호명보살은 모든 하늘에게 대답했다.
‘너희들은 꼭 알아 두라. 일체 중생은 세간 가운데서나 또 나는 곳에서 다만 이렇게 있게 되고 이렇게 나게 되어 나뉘고 헤어짐을 면치 못하나니, 하물며 나에게 있어서랴. 또 모든 중생은 다 무상한 것이니, 은혜와 사랑이 마침내 이별이 되는 것을 어찌 벗어나겠느냐.’이때 모든 하늘들은 또다시 아뢰었다.
‘희유하고 희유하나이다, 존자 호명이여. 참으로 생각하기 어렵나이다. 저 무상한 경계 가운데 목숨을 버리려 할 때도 마음에 변재를 얻어서 통달하고 아는 것이 평시와 다름이 없습니다. 존자 호명이여, 그 밖에 모든 하늘들은 이 다섯 가지 쇠약한 모양이 나타남을 보았을 때 근심 때문에 바른 생각을 잃었습니다.’
호명보살은 또 거듭 모든 하늘들에게 일렀다.
‘일생보처의 모든 보살은 선근을 더욱 길러 모든 세상을 알아서 공덕 가운데서 그 마음을 고요히 정하고 괴로움이 핍박해 오더라도 모든 번뇌를 내지 않으며,……(중략)……모든 괴로움을 따라가지 않으며, 저 모든 중생 곁에서 큰 자비를 일으킨다.’
그러자 모든 하늘들은 말했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존자 호명이여. 일체 중생도 저 인간계에서 모든 선근을 심어 이 천궁에 나고, 이곳에서 복이 다하면 도로 물러갑니다.’호명보살은 다시 하늘들에게 말했다.
‘나도 이런 까닭에 사람과 하늘 세계에 이런 허물이 있음을 보았으므로 나는 이제 여기서 내려가 인간에 나서 모든 세간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모든 괴로움을 다 없애 주리라.’
그때 대중 가운데 한 천녀(天女)가 호명보살을 사랑하여 다른 천녀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저 염부제에 가서 우리의 님 호명보살이 어느 곳에 나는지 보자.’
그 천녀도 말하였다.
‘나도 이제 저 염부제를 좋아한다. 왜냐 하면 우리의 님이 그곳에 나려 한다. 그래서 나도 그 사이에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두 천녀는 다시 서로에게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님을 따라 저기 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우리의 님이 염부제에 가면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이 있어 모든 선근을 심고, 그 가운데서 믿어 받으며 교화를 행할 것이요, 또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이 있어 모든 복업을 닦아 이곳에 와서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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