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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799 불본행경(佛本行經) 2권

by Kay/케이 2024.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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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경(佛本行經) 2

 

불본행경 제2권송 양주 석보운 한역
홍영의 번역8. 채녀유거품(婇女遊居品)갖가지로 장엄하니 천궁과 같은데
춘하추동 네 때가 각각 다르며
계절에 따라 수리하고 동산에 유관(遊觀)하니
또한 제석천왕의 시안수림(施安樹林) 같네.태자가 동산 못에 유관할 때
채녀들이 에워싸 별 가운데 달 같은데
그 모든 채녀들은 밤낮으로 음악을 연주하며
시시덕거리고 희롱하기 몇 해가 지났네.오락하되 다시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혹은 자기 몸을 드러내고 때로 글을 외우며
사당의 그림을 그리고 또 조각도 하며
진흙으로 모양을 만들며꽃을 꿰어 장엄도 하고
얼굴을 단장하여 향도 바르며
거울로 비춰보고 또 머리에 빗질도 하며
눈썹을 그리고, 또 입술을 붉게 하고어떤 채녀는 꽃을 서로 던지며
장난하며 웃기도 하고 슬피 탄식해 울기도 하며
혹은 입으로 노래 불러 듣게 하고 즐겁게 하니
마치 꽃 속에서 벌들이 잉잉거림 같았네.모든 채녀들이 목욕하자고 이끌면 태자는 허락하고
무우수(無憂樹) 사이 붉은 꽃 연못은
둥근 빛 문채가 금빛으로 나무를 비추어
금이 불에 있듯 나무숲에 밝게 빛났네.나무들은 굽어져 갖가지 꽃을 뿌려 공양하고
뭇 새도 서로 어울려 슬픈 듯 노래하니
채녀들 웃음과 새들 노래가 우레처럼 멀리 들렸네.
5음(音)을 다 갖추어 인정을 감동시키고태자가 연못에 들자 물이 허리에 차며
채녀들이 에워싸 목욕하는 연못은 밝게 빛나서
밝은 구슬을 보배 산에 두른 듯
묘한 상호 뚜렷이 빛나니 그 훌륭함 높고 높아라.채녀들은 물속에서 갖가지 장난하며 웃으니
서로 숨고 서로 물을 뿌리기도 하고
꽃 보고 즐기다 꽃을 서로 던지거나
물속에 들어가 한참 만에 나오기도 하며물속에서 꽃들을 내어 보이거나
물속에서 손만 내어 보였네.
연못안의 채녀들 온갖 꽃처럼 빛나자
모든 연꽃은 아름다운 빛을 잃었네.어떤 채녀들이 태자의 손과 팔에 매달리니
여러 꽃들이 금 기둥에 붙은 듯하고
채녀들 화장하고 바른 향이 물에 씻겨서
전단향과 침수향이 향 연못을 이루었네.이렇게 장난하고 웃음을 이루다 셀 수 없고
6만의 채녀들이 그 옆에 둘러싸니
태자가 그 가운데 있음은 마치 제석천왕이
천상의 목욕연못에서 옥녀(玉女)들과 함께 있음 같았네.그러고 나서 모두 금ㆍ은ㆍ보배로 장식한 배를 타고
연못에서 유희하니 하늘에서 구름 탄 듯
태자도 또 7보로 장식한 배를 타자
비(妃)도 그 옆에 있다 함께 타고 연못에 드니몸이 금처럼 빛나서 그 빛이 각각 한 길이라
햇덩이가 배를 탄 듯 놀랍고
마치 해가 솟자 온갖 꽃도 활짝 핀 듯
밝은 빛 거듭 빛남이 일천자(日天子)에 비유하리.태자가 연못에서 나오자 채녀들 다시 단장하고
여러 음악 연주하며 사탕수수물 돌려
모든 채녀들 마시고는 뛰놀며 춤추니
날은 벌써 저물고 달을 향해 촛불 밝혀졌네.태자를 유혹하려 해도 뜻 끝내 기울지 않고
그를 탐내게 하려 해도 뜻에 물들지 않으며
지혜의 등불이 매우 밝아 끌 수도 없으니
밝은 구슬을 불나비가 해롭게 못함 같았네.이윽고 밤 깊어 모든 채녀들이 잠들고
태자비도 자다가 걱정스러운 꿈을 꾸었는데
태자가 궁과 채녀들을 버리고 출가하여
산 숲으로 도망치니 태자비 홀로 뒤좇아 가네.뒤 쫓으며 애걸하길
“버리지 마소서.
손을 씻고 잡으며
이제 저를 버리면 누구를 믿으리오.다만 자신을 살펴보니 허물이 한량없지만
거듭 영화를 누리며 살아서 저를 버리지 마소서.홀로 산속에 들어가 많은 덕행을 닦으며
어찌 저를 저버리고 지독한 고생하려 하신지요.
옛 성현은 출가해 도를 배워도 그 비(妃)를 또한 좋아했다오.
불쌍히 여겨 모시도록 허락하소서.”쫓으며 한없이 불러도 태자는 숲으로 들어가 버렸네.
마음이 미친 듯이 숲속을 찾아 헤매며
나무를 보고 말하되
“너는 근심도 없는데 나만 홀로 괴롭다.
우리 태자를 보여 주렴.”고개 들어 보니 나무 위에 붉은 입부리의 새가 있어
새를 보고 탄식하며 괴로워하되
“나는 의지할 곳을 잃었구나.
네 소리가 같다면 내 소리를 주마.
원컨대 울음으로 내 마음의 고민 덜어다오.”또 다른 나무를 보고 이르길
“너는 어찌 자비롭지 않느냐.
내 의지할 곳 잃고 울면서 헤매고 부딪치는데
어진 남편에게 버림을 받았거니 마땅히 어여삐 여길지언정
어찌하여 웃으며 꽃만 피느냐.”머리 둘 달린 구욕새가 나란히 날아다님을 보니
근심과 괴로움이 더욱 심해져 눈물 흘리며 말하네.“원컨대 나에게 거듭 싫어함을 보여라.
내가 보고 나를 잃고 없어지게 하라.
나무의 꽃들이 내게 흩어지니 더욱 내 마음 아프구나.
너 어진 새야, 미워 말고 나를 유쾌하게 하라.내 마음은 산란한데 너는 좋은 음악만 즐기느냐.
일찍이 서로 거슬림 없었거니 어찌하여 그러느냐.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휘는 것은
마치 손바닥으로 나를 치는 것 같아라.새와 짐승들도 모나게 보며 너는 남편을 보내지 않았느냐고
물소리도 꾸짖는 듯 난 어쩔 수 없다고
태자도 돌아오지 않으니
문득 슬피 탄식하며 말하네.“푸른 연꽃인 듯 또렷하게 따를 뿐
남은 웃음은 꽃이 피듯 그 얼굴도 금빛 꽃[金華]일레
남은 머리털은 천왕과 같은데
나는 문득 잃어버렸네.”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홀연히 태자가
숲 사이에 있음 보고 앞에 나아가 두드리며 말하네.
“어찌하여 저를 버리려 하오.”
놀라 깨어 태자를 껴안은 채 부끄럽고 두려워 떨었네.태자가 묻기를 “왜 그러시오?”
꿈 이야기 하니 태자는 대답하되“이건 그대도 아니고 나도 간 바가 없으니
누가 가고 누가 왔으리요.
가는 것도 없고 또한 이르는 곳도 없다오.그대는 이를 자세히 깨달을지니
색(色)이란 거품의 모임이요 각의(覺意) 또한 거품이오.상(相)은 불꽃 같고 행(行)은 파초 같으며
식법(識法)은 허깨비 같고 모든 감관[諸根]은 힘이 없는 것
형체(形體)는 인연으로 모임이니 마치 꽃이 합해서 이룸 같다오.세상이 무상하여 마치 아지랑이 같음을 깨달으시오.
나도 없으며 또한 견고함이 없어서
모이면 흩어짐을 그대는 자세히 깨달으시오.”그러면서 태자는 스스로 생각했네.
“이 일은 나의 출가할 조짐이구나.”9. 현우구품(現憂懼品)왕은 태자의 근심을 걱정하여
밖에 나가 구경하기를 권하였네.
처음 궁성 문에서 나가자
구름에서 눈부시게 해가 솟듯일곱 가지로 꾸민 보배 수레를 탔으되
온갖 덕상(德相)을 스스로 장엄했고
시종하는 이들은 모든 귀중한 분들
뭇 별 가운데 달빛과 같았네.온갖 공덕 원만히 갖추어
몸의 상호도 매우 기묘한데
성읍과 마을 모두에 명령하여
늙고 병들고 죽은 자 보이지 않고주리고 떨고 곤궁한 자까지도
길옆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였네.
저마다 힘을 다해 장엄하므로
온갖 깃대와 일산이 나부꼈네.누각 위에 모든 부녀자들도
마치 천상의 궁성과 같이
장엄하게 꾸밈이 매우 화려해
기쁜 경사 아님이 없었네.모든 백성들이 다 노래하니
그 메아리 온 나라를 진동하고
마치 가을 물이 바다로 들어가듯
서로 앞 다투어 보고자 하였네.몸단장하고 옷 바꿔 입기도
다 마치지 못한 채 내달려 오며
혹은 미처 옷치장을 못한 이도
소리 듣고 문득 달려왔다네.모든 누각의 난간까지도
빈틈없이 가득 차서
혹은 몸을 매단 채들 구경하니
마치 온갖 꽃을 드리운 듯하였네.어떤 이는 몸 굽혀 절하며
각각 공경스레 찬탄하여 말하길
“세간의 도사(導師)가 되소서” 하고는
온갖 꽃과 향과 영락을 흩었다네.보는 사람마다 다 놀래어
서로 전하고 또 전해 이르되
“이 분은 어떤 신(神)이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천상에서 하강하셨나요?”혹은 이 분은 제석천왕이라 하고
혹은 마왕(魔王)이나 범천왕이라 하며
의혹에 잠겨 크게 뛸 듯이 기뻐하며
여러 노래로 찬탄하였네.모든 천상에서 태자를 보고
장엄한 무리들을 이끌고 나오니
마치 천상의 제석천왕이
궁에서 나와 구경할 적 같았네.그러자 마침 정거천왕(淨居天王)은
상서로운 조짐을 일으키고자
과거 부처님께서 상서를 나타내
출가할 뜻을 내게 했듯이 하였네.정거천왕은 갑자기 병든 사람으로 변해
쿨룩거리고 길옆에 누웠는데
피부색도 나쁘고 눈동자도 누르며
몸이며 입술도 바싹 타 말랐네.배의 종기는 불록하게 부풀어
온갖 더러움을 마구 드러내고
이리저리 뒹굴며 헤어날 수 없었네.태자는 눈을 들어 이를 보고 묻기를
“이것은 무슨 물건인가?
추악스러워서 볼 수가 없구나.”어자(御者)는 물음에 대답하기를
“식욕이 때때로 적절하지 못하고
4대(大)가 어긋나 고루지 못하니
이것을 병든 사람이라 합니다.”태자[菩薩]가 대답하기를
“보고서도 어찌 나누어 덜어주지 않는가?”어자는 다시 대답하기를
“이것은 나누어 대신할 수 없습니다.
질병의 위태로운 우환은
온 세상이 다 면치 못합니다.404가지 병들이
세간의 큰 우환이 되어
태자님도 또한 면할 수 없고
이 큰 변란의 근심에 처해 있습니다.”태자는 곧 수레를 멈추고
슬프게 근심스레 탄식하였으니
병이란 말을 듣고 마음이 놀라고 아파
코끼리가 독(毒)의 화살 맞음과 같고병듦을 보자 마음이 상하여서
수레를 돌리라고 명령하였네.
마음이 두렵고 또 겁냄이
마치 소가 벼락과 우박을 겁내듯
천둥소리를 듣고 놀라서
몸을 떨고 불안해하듯 하였네.그 뒤에 또 구경하러 나오자
정거천왕은 다시 늙은이로 변해
머리카락은 흰 눈과 안개인 듯하고
살갗은 늘어나 주름살투성인데
몸을 떨기는 물속의 나뭇가지 같고
몸은 굽어져 당겨진 활 같았네.태자는 그것을 보고 묻기를
“이것을 어떤 사람이라 하는가?
나면서부터 이러한 것인가,
변해서 이렇게 된 것인가?”어자는 대답하기를
“몸이 태를 받을 때부터
거품같이 적은 것이 일어나
인연으로 5체(體)가 나타나고합하고 나뉘어 6근[六情]을 이루고
그런 뒤에 마침내 출생합니다.
어려서는 어미의 젖을 먹다가
점점 자라면 음식을 먹으며크면서 땅을 의지해 걸으며
처음엔 앵무새처럼 말하다가
이내 곧 서고 걷고 뛰며
몸과 얼굴 모습이 완전히 이뤄져모든 감관[根]이 점차 성숙하나니
이것을 늙음이라 합니다.
또 이것을 천사(天使)가 부름이라는데
가르침을 드러내 중생을 깨닫게 합니다.형상이 쇠잔하고 기쁨도 잃으니
꽃이 무서리를 만난 것 같고
얼굴은 월식(月蝕)같으며
마음은 구름에 가린 해 같고건장하던 힘도 마르고 다하여
여름 모래에 물을 뿌린 듯합니다.
사람의 뜻과 생각도 재주도 앗아가니
그림자 없이 오는 도적과 같습니다.마음은 고뇌하며 듣고 아는 것도 잃으며
마치 들불이 늪지를 태우듯
점점 다그침이 마치 기름을 짜듯하여
그 몸의 정기(精氣)를 마심으로
몸을 무너뜨리고 다른 모습되게 하니
이것을 늙음이라고 합니다.”태자는 한동안 이것을 보고
슬프게 길이 탄식하였네.“늙고 병듦의 큰 돌산이
억세게 중생을 갈고 부수어
세상은 모두 괴로움의 근심을 만나거니
어떻게 뜻대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까.
도망갈 방편을 찾되
억센 원수를 피하듯 하리로다.”뒤에 다시 구경하러 나오자
정거천왕은 죽은 사람으로 변해
일가친척이 상여 뒤에 따르며
머리를 풀어 헤치고 통곡을 하네.“이것은 또 어떤 것이냐?”고 물으며
“정성스레 나에게 가르치라” 하네.
그러자 모든 어자들은
곧 하나하나 그것을 설명하였네.“날로 급박하게 마르고 늙음에 이르자
병으로 정기의 물이 흐르고 말라
여덟 마디 날카로운 톱날로
목숨의 나무를 끊고 자르며해ㆍ달의 날카로운 도끼로
낮과 밤으로 항상 베고 끊어
무상(無常)한 바람을 만나서
기울고 무너져 거꾸러집니다.부모와 이별하고
가면서는 홀로 미하여 달아나니
아내나 자식이나 형이나 동생 등
믿고 의지할 친척도 없고어떻게 할 길이 없는지라
에워싸고 슬프게 통곡하면서
슬피 추모하고 마음 아파하며
그 생시의 덕을 찬탄합니다.”“나 또한 그렇게 당하는가?”
“태자님도 모두 의심치 마소서.”
“나 또한 어버이와 이별하느냐?”“태자님도 반드시 죽어 이별합니다.
온 세상은 죽음에 쌓이었거늘
어떻게 마음껏 웃으며 말하리오.
두려움을 모르는 까닭에
다시 무수하게 죽음만 거칩니다.낮과 밤의 기나긴 길에
해와 달은 쉬지 않고 운행하는데
늙고 병들고 죽음의 독에 쏘이면서
근심과 번뇌의 이빨에 물리고
사계절의 혀에 핥아지면서
숙업[宿行]은 빠르고 위험합니다.일체를 면할 수 없으니
죽음의 용(龍)에 집어삼켜지듯
모두 들어가 다 상하고 꺾어지고
모두 무너지고 끊어지고 부서지며그 원하는 것을 빼앗아
모조리 삼키고 다 태워 버리며
모조리 몰아서 다 꺾어도
그러지 못하게 막을 수 없거니
태자님도 이 죽음에 대해 깨달으소서.”태자는 이 말 듣고 두려워
“세상에 살면서 웃는 자로는
쇠나 돌이나 웃겠구나.”태자는 근심을 품고 가면서
죽음을 생각하니 끓는 탕 같고
마치 사나운 사자가
숲에서 들불을 만난 듯늙음ㆍ병듦ㆍ죽음의 사나운 불꽃을
면하고 벗어나고자 생각하며
길을 가는 동안 내내 잊지 못하고
벗어날 방편을 구하고자 하였네.그때 정거천왕은 바라문으로 변해
초췌한 몸을 드러낸 채
쪽진 머리에 수염과 눈썹이 길며
거친 사슴의 가죽옷을 입었네.손에는 물병을 들고
또 삼지(三枝) 지팡이를 쥐었거늘
태자[菩薩]가 그를 보고 물었네.
“그대는 무엇을 원하여 도술을 닦는가?”그는 태자의 말에 대답하되
“예, 제가 원하는 것을 들으소서.
늙고 병들고 죽는 근심이 없는
그곳을 천상세계라 합니다.지금 여기에서 씨앗을 심으면
천상세계에 광대한 꽃이 나니
원컨대 큰 안락을 구하여
싹이 천상세계에 태어나기를 바랍니다.”태자는 찬탄하여 말하되
“이 수도자[士]는 견해와 계책이 밝구나.
천상은 근심을 떠난다 하니
이는 나도 또 즐길 만하다.그러나 한 가지 의심되는 점은
영원히 항상한가, 그렇지 않은가?
만약 반드시 항상 안락하다면
천상세계에 태어나는 것이 소원이로다.”정거천왕은 가장 좋다고 일컬으며
태자의 마음이 청정함을 찬탄했네.
“천상세계가 비록 즐겁긴 하지만
마침내 반드시 타락하고 만다오.
복과 온갖 쾌락을 누리지만마침내 영원히 있음은 없다오.
복이 다하면 곧 떨어져
3도(途)의 괴로움을 받게 되오.
해가 천 가지 빛으로 빛나도복이 다하면 어둠에 떨어지듯
달이 둥글어 두루 빛나지만
달도 떨어지면 밝음을 잃는 법
범천ㆍ제석천 무수한 천상세계도비록 천상세계의 영화로운 지위가 참되나
도로 불쌍한 물건이 되어
비럭질하는 아귀의 형상이 되오.
옛날에 보정불(寶頂佛)을 위하여7일 동안 등을 밝히고
발심하여 불도를 구하며
서원이 매우 견고하여
즉시 마군의 마음을 떨게 하였으니마치 파초 나무와 같았고
또한 마왕의 궁전을
진동시켜 편안치 못하게 하니
삼계가 다 공경하였음을
지금도 잊어서는 안 되오.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얼마만큼 부지런히 수행했으니
옛날 시안불(施安佛)을 위하여
7보의 큰 탑을 일으켜 세우되마치 큰 수미산같이
땅 위에 우뚝 솟아났으며
정광불에게 일곱 가지 꽃을 올리고
미래에 성불하리란 기별(記別)을 받았소.보광불(普光佛)에게 금꽃을 뿌리고
해가 기울도록 대승법(大乘法)을 구했고
또 탑과 절을 이룩하였으며
연화상불(蓮花上佛)을 받들어 섬기고
그 밖의 무수한 부처님들에게
온갖 보배ㆍ향과 꽃을 공양했었소.능인불(能仁佛) 앞에서
하늘꽃을 공양하였으며
또 현의불(現意佛)을 공양하되
꽃과 향으로 목숨이 다하도록 하였고
노래로 방면불(方面佛)을 찬탄하되
7일 동안에 이르렀으며이렇게 무견불(無見佛)을 공양하여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하였으며
또 정왕불(頂王佛) 앞에서
일곱 가지 보배와 옷을 공양하였소.무루불(無漏佛)에게 보시하고
사문(沙門)이 되기를 원했으며
또 이광불(理光佛) 처소에서
불도에 들어 청정한 법을 가졌으며또 한량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되었으며
이렇게 수천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부지런히 힘써 공경해 받들었소.몸을 주린 범에게 보시하고
또 아내와 자식을 내주었으며
눈과 몸 살갗이며 손발까지
희사하더라도 마음이 어지럽지 않고이렇게 헤아릴 수조차 없이
머리만 베푼 것도 몇 천 개라
이와 같이 보시해 줄 때에는
삼천세계가 진동하였소.”이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천상세계에서 수명 다하면 타락함을 나타내니
뒤의 사람이 슬피 탄식하고 사모하고
서로 서로가 가련히 여기고 슬퍼하네.아래로 8지옥이 나타나니
각각 16관속(官屬)들이
문득 큰 소리를 내면서
“온 세상은 다 죽고 만다.”고 하네.여기서 점점 나아가니
사슴이란 석가족의 처녀가
태자가 천왕 같음을 보고
큰 소리를 내어 말하였네.“그 아버지는 근심함이 없고
어머니는 매우 안락하리라.
그 남편이 이러하거늘
아내도 무위(無爲)를 얻으리.”하늘의 우레 소리와 같이
그 소리는 태자의 귀를 울려
비로소 무위라는 말을 듣자
피곤할 때 휴식을 얻은 듯했네.모든 생각이 이미 충족하므로
마음 가운데 안정함을 이룬지라
자기의 많은 보배 영락을
멀리 던져 처녀의 목에 걸어주었네.무위법을 듣고 즐거워
삿된 생각을 내지 않고서
기쁜 마음으로 무위를 향하자
문득 사문으로 변한 정거천왕을 보았네.위의와 계행이 차분하고 조용해
법복을 입고 손에 발우를 들었네.
태자는 어자에게 일러
수레를 돌려 따라가게 하였네.태자가 그 사문에게 묻자
그는 소리를 따라 대답하였네.“6근에 모든 번뇌가 없으며
집을 버리고 근심을 여의었네.
산 바위 한가한 나무 그늘에
홀로 머무는 고요한 곳이요
밥은 빌어 스스로 살거니
태자님도 이것을 배우시라.내 이름을 사문이라 부르나니
해탈을 구하기 때문이네.
사랑과 미움을 함께 버리고
모든 뜻이 고르고 마음이 편안하오.집착함 없이 나를 버리고
온갖 일을 모두 다 버리므로
스스로를 지키는 수레를 타고
손에 지혜의 활을 잡았소.널리 모든 방편을 베풀어
마군의 군사를 쳐부수어
불도 없고 땅도 없고
물도 없고 바람도 없기를 바라오.해와 달이며 별도 없고
구름이며 허공도 없이 근심도 끊어져
늙고 죽음의 근심과 괴로움도 없고
또한 이별하는 번뇌도 없다오.
감로를 길이 드리워 괴로움을 멸하니
이런 곳을 찾음이 나의 소원이오.”이런 말을 다 마치자마자
문득 태자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네.태자가 조용히 걸어가자
빛의 그림자는 땅을 비추며
다시 동산에 가서 구경하자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였네.
몇몇 가지를 생각하고 생각함이
오직 모든 착함의 방편뿐이어라.10. 염부제수음품(閻浮提樹蔭品)태자[菩薩]는 바로 이때에
울적한 마음으로 돌아왔네.
동산에 이르러 구경하자
덕의 빛남이 제석천왕 같았네.모든 선성(仙聖)의 왕들이
여색과 미혹하지 않듯 하였네.
어느 때 농부들이 밭에서
밭갈이 하는 것을 보았네.꿈틀거린 벌레를 밟아 터지자
곧 비통한 마음을 일으키어
어버이가 어린 자식을 불쌍히 여기듯
슬퍼하고 길게 탄식하였네.그 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감추어진 창고가 문득 나타나
사방 1유순이 환하도록
7보(寶)가 가득하였네.이내 뛸 듯이 기뻐하며
금을 가져다 보배그릇에 쓰되
옛날 왕들은 이름을 새겨
어느 그릇은 어느 왕이 만들었다 하고과거 전륜성왕들을 이렇게
8만 4천 대(代) 동안이나
펴고 전하여 서로 이어왔지만
태자는 이름을 새기지 않았네.그 7보가 쌓임을 보고
독사와 살무사같이 여기며
꽃같이 빛나는 얼굴을 돌려
몸을 굽혀 선대(先代)를 공경할 뿐검푸른 빛의 눈에 눈물을 흘려
꽃 같은 얼굴에 비 오듯 하며
곧 자비로운 눈을 들어서
널리 허공을 우러러보았네.슬픈 마음에 범천 같은 소리를 내어
그 좌우의 시종들에게 이르는 말이
“지난 옛적 모든 석가족 어른들은
세상에 용맹하고 교만했지만
나라며 왕위를 버리고 난 뒤엔
홀로 쓸쓸하게 어느 곳에 갔는가.부역(賦役)으로 천하를 괴롭히고
한량없는 토지며 나라의 보배
창고에 쌓아 모았건만
그 주인은 죽고 없도다.”마음으로 무상함을 생각하고
염부제나무 아래 나아가
금빛의 팔을 들어
금빛 허벅다리 위에 놓고앉아 생각하며 굳게 움직이지 않으며
뜻을 모아 오로지 하나로 정하되
생기고, 없어지고, 합치고, 흩어짐을 보며
일정(一定)에 들었었네.저 강가의 모래 수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뜻은 다름이 없어
아홉 가지 번뇌로 흐린 강물을
지혜의 구슬로 맑히듯일체 세간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찰나 사이에
끝없이 한량없는 복락을
중생들에게 더하기 때문이라네.또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켜
온갖 괴로움과 근심을 편히 하려고
자세히 일체를 두루 살피자
평등하게 제1선(禪)을 이루어모든 욕의 악법을 버리고
크게 기쁜 해탈을 얻고
내지 제4선에 이르러
한량없이 청정함을 얻었네.해가 기울어 점점 석양이 되자
모든 나무 그림자는 옮아갔으나
오직 염부제나무의 그늘은
일산처럼 태자를 덮어서마치 사람이 길러준 은혜를 알고
숙업보[宿行報]를 버리지 못하듯이
그늘이 태자를 떠나지 않고
보답을 위해 버리지 못하듯 했네.석가족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사자가 달리듯 빨리 이르러
태자가 나무 아래 있음을 보자
마치 구름 속의 해와 같았다네.뛸 듯이 기뻐하면서
놀라움을 스스로 참지 못하여
자애로운 눈에 눈물을 흘리며
태자의 발에 절하고 슬피 탄식했네.“한량없이 공경하는 마음으로써
이렇게 지금 두 번 절하노라.
원컨대 나라에 복덕이 있도록
버리고 떠나지 말라.모두 다 뛸 듯이 기뻐하면서
마치 천상의 복록을 누림 같노라.
바라노니 어리석고 미한 것들을 버려
어두운 죄 구렁에 빠지게 말라.태자는 이 세간의 덕망이 높으니
옛 선인(先人)의 이름을 나투어라.
일체가 믿고 의지하는 바이니
모든 석가족 가운데 영웅이로다.이는 내 몸과 목숨이요
모든 채녀들의 제석천이며
중생들의 범천왕이니
널리 이들을 자재롭게 하라.
우리들의 목숨을 빼앗아
마치 강한 원수와 같이 말라.”왕은 태자를 사랑하므로 허둥지둥
비참하게 다시 궁으로 돌아갔네.
왕이 떠난 뒤 오래지 않아서
태자는 선정(禪定)에서 깨어났네.허공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니
세 천왕이 태자에게 한 물음이었네.
“천상과 인간의 대도사(大導師)시여,
바라건대 저희들의 말을 들으소서.원컨대 존자는 꼭 출가할 때요
과거 한량없는 겁수(劫數)로부터
명(名)과 색(色) 두 가지 인연으로
두루 5도(道)에 노닐었다오.뿌리에서 싹이 나서 유(有)에 이름
매우 크고 견고하거니
이제 지혜의 보습으로써
생(生)ㆍ사(死) 나무의 근원을 돌이키소서.애착의 깊고 넓은 연못에는
어지러운 생각이 물고기들 놀 듯하오.
미혹의 우리에 덮이고 얽히어
질투와 진에의 빠르게 흐르는 물결 같다오.”둘째 천왕도 청정하고 공경하는
뜻으로 아뢰기를
“지혜의 배를 타시고
번뇌 바다 저 언덕에 건너소서.”셋째 천왕도 아뢰었네.
“교만의 바위 험한 산과
삿된 견해의 깊은 함정과
질투와 성냄의 낭떠러지며병과 죽음의 골짜기들은
비탈지고 구불구불하니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써
모든 괴로운 산을 쳐부수소서.”태자는 이 말을 듣고 일어나자
광명이 빛나 금산과 같고
웅장한 걸음걸이 팔다리도 가뿐하고
목소리는 마치 우레와 같으며눈은 검푸른 연잎과 같고
얼굴은 둥근 달과 같은데
집을 싫어하고 무위를 즐겨
마음은 출가할 생각뿐이네.마치 화살 맞은 사자와 같이
아픈 마음으로 다시 궁에 돌아가
부왕의 궁전에 나아가서
정반왕에게 아뢰되무릎을 꿇고 합장한 뒤 하는 말
“원하옵건대 저의 청을 들으소서.
집을 버리고 떠나가서
옛 성인의 업을 닦고자 하나이다.
만나고 모임은 반드시 이별이 있으니
뉘라서 능히 오래 보전하리까.”왕은 그렇게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는 물속의 달처럼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하다가
한참 만에 겨우 소리를 내었네.“그런 생각만은 내지 말라.
지금은 그대가 출가할 때가 아니로다.
나이도 젊고 한참 아름다운데
산 숲에 살기엔 합당치 않도다.지금은 바로 내가 그때로서
왕위를 버리고 법 가운데 들 것이거늘
그대는 덕망이 있는 태자이니
왕위를 잇기 바라노라.땅의 귀신들도 가슴으로 바라고
전륜성왕을 찾고 있거늘
석가족은 그대로 인해 드러나리니
그대는 마땅히 왕위를 물려받으라.”태자는 다시 깊고 무거운 소리로
부왕에게 아뢰어 말하였네.
“원컨대 부왕께선 네 가지 일로써
자신을 잘 보호하소서.모든 병이 침노치 못하게 강하게 하고
늙음이 젊음을 빼앗지 못하게 하며
죽음이란 온 세상의 우환이니
목숨을 빼앗지 못하게 하며이룬 일은 무너지지 않게 하소서.
이와 같음이 네 가지 일이오니
만약 반드시 잘 보호할 수 있다면
근심이 없이 살 수 있어서
여러 산과 늪에 가려 하지 마시고
태연히 백성들을 다스리소서.”왕은 말하되 “이 네 가지 일은
능히 잘 보호할 수 없노라.
그대가 응당 왕위에 오르면
도리에 맞지 아니함이 없으리라.왕위에 있으면서 법을 닦아
무위의 도에 이르라.
7보의 왕관을 머리에 쓰고
보배 옷으로 몸도 빛나리니
온갖 영화를 마음대로 누려
욕계(欲界)의 천자같이 하라.모두 왕위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해탈을 이루었으니
역승(力勝)이란 왕도 그러하였고
불미(不迷)란 왕도 그러하였으며식지(識知)란 왕도 또한 그렇고
무력(武力)이란 왕도 그러했다.
이들은 다 왕위에 있으면서
해탈의 길을 이루었다.이렇게 다만 왕위에 있으면
두 가지를 잃음이 없으며
뜻에 자재함을 얻어
나라와 토지에까지도
방해하거나 폐를 끼칠 이 없으니
반드시 속히 성사되리라.내가 바라는 것은 다섯 가지 옷을
그대에게 주어 장엄하게 함이로다.
그대는 보배 일산 밑에 있게 하고
나는 마침내 산과 늪으로 돌아가리라.”태자는 겸손하고 공경스럽게
부왕에게 대답해 아뢰었네.
“만약 그 네 가지를 잘 보호하지 못하더라도
원컨대 보고 굳게 막으려 마소서.비록 이것이 진짜 금으로 된 집이라도
불이 나면 마땅히 도망가야 하리니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불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 합니다.응당 깨달아야 합니다. 진짜 금으로 된 집과
또한 자재함이 구족하다고
비록 빨리 세 가지 불이 탄다 해도
버리고 도망치지 않으리까.또 청정한 목욕 연못이 있어
연꽃이 하나 가득 찼고
그 속에 꿀벌들이 있다손
버리지 않겠나이까.손에 큰 활을 버티어 잡아
매우 굳세고 날카롭게 조련되면
병(病)의 괴로운 살을 쏘아
맞추어 어긋나지 않듯이둘러싸인 지옥에 떨어지면
염라대왕이 항상 사냥하리니
그가 와서 나를 빨리 쏘기를
어찌 미련스레 기다리고 서 있으리까.만약 어떤 사람이 허공을 겁내어
방편으로 도망쳐 달아나도
가는 곳마다 허공이 보이므로
공포에 싸여 어쩔 줄 모르듯이렇게 5취(趣)에는
무상함이 두루하기에
두려움 없는 곳으로 가려 하오니
이를 굳이 막아서는 아니 되나이다.”그러자 정반왕은
묵묵히 대답하지 않고
손으로 태자의 손을 이끌어
일어나라고 일깨웠다네.곧 옆에 신하들에게 명령해
환락을 더하고 굳게 지키니
그때 성(聖) 태자는
궁에 들어가 스스로 소일했다네.11. 출가품(出家品)태자는 바로 그때
마음이 울적하고 초조해서
다시 부왕의 처소에 나아가
뜻을 다해 부지런히 출가하기를 구했네.“부왕이여, 만약 어여삐 여기시면
원컨대 세상의 시끄러움을 보소서.
만나고 모임은 헤어지지 않음 없어
오래도록 보전하기 어렵습니다.원하건대 다만 허락하시어
선인(仙人)의 산 숲에 이르러
그 곳에서 청정한 행을 닦아
해탈의 길을 열게 하소서.다시 다른 소원이 없고
출가보다 나음이 없으니
만약 어여삐 여기신다면
원컨대 반드시 허락해 주소서.”그러자 부왕인 정반왕은
연꽃같이 부드러운 손으로
태자의 손을 잡고서
슬픈 목소리로 그에게 일렀네.눈물을 흘리면서 자세히 보더니
한참 만에 길게 탄식하였네.
그러고 나서 소리를 내어 말하니
근심하고 고통스러운 말이었네.“태자는 출가를 허락하라지만
다시는 이런 생각을 품지 말라.
지금은 아직 그대가 산 숲에서
스스로를 지킬 때가 아니로다.마음으로 영화로운 복락을 즐기며
아직 젊어서 괴로운 짓 하지 말라.
온갖 욕망에게 겁탈되어
마치 어자(御者) 없는 수레 같으니라.지금은 바로 내가 산 숲에
스스로를 지킬 그때이며
응당 대왕의 영화로운 왕위를
다음으로 그대에게 주려 하노라.향탕에 그대를 목욕시키고
보배 왕관을 씌워 주리라.
난 기쁜 마음으로 근심치 않고
산 숲에 들어가도 걱정 없노라.원컨대 그대가 목욕하고 나서
처음으로 왕위에 섬을 보고자 하노라.
왕관을 씌어주고 그대의 모습을 본다면
아비인 나의 바라는 뜻에 위로가 되리라.”은애로 나았음을 생각하며
오랫동안 쌓인 울음으로
눈에 가득 찬 눈물이 못에 들 듯하면서
먼저 사람의 교훈으로 막으려 하네.태자는 왕의 이런 명령 듣고
곧 맑고 깊은 말로 아뢰었네.“이미 부왕의 어여삐 여김을 깨닫고
저도 효순 공경하고 몹시 사랑하옵니다만
만약 불난 집에서 도망치려 해도
어버이가 사랑으로 막아 나가지 못하게 한다면
어버이의 사랑 때문에 함께 불타오리니
무엇이 좋은지 생각하여 보소서.지금 무상의 불길을 피하려 하거늘
지혜로운 이는 막아서 타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벗어나서 함께 타지 않고자 하오니
원컨대 산과 늪에 들어가게 허락하소서.누군들 일가친척과 함께 하지 않으리오만
모이면 이별하고 흩어지지 않겠습니까.
모든 친척들의 사랑에 물듦이 두터워도
죽음의 힘엔 어찌 이별치 않을 수 있겠습니까.그러니 부왕이여, 용서하소서.
사모하지 않음이 아니나
자재롭지 않고 무상하기 때문에
열반을 구하기로 결심했나이다.전생에 사랑했던 모든 친족들
나는 어디 있고 그는 어디 있는지요?
내 이제 무엇으로 그들을 이익케 하리오.
죽음의 바람이 불면 구름은 흩어집니다.부왕께선 제가 출가할 때가 아니라 하심은
죽음이 올 때 물리칠 수 있는 사람 같군요.
가벼운 불이 아직 활활 타지 않아도 태우는데
미리 소멸시켜야지 나중에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부왕은 왕위를 다 내어 주려 하시나
그것은 믿을 것 없고 귀의할 것 없나이다.
큰 돌을 지고 깊은 물을 건넘 같으니
왕위를 받아서는 안 되옵니다.”왕은 태자의 말을 듣고는
말과 이치가 매우 정직한지라
태자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억지로 막을 도리가 없었네.곧 모든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가만히 태자궁을 지키게 하고
모든 환락을 더욱 더하여
태자가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도록 했네.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해가 기울자
이때 태자궁에 들어가니, 달이 구름에 든 듯
앉아 음악을 감상해도 코끼리가 갇힌 듯
음악도 귀찮아 물리치고 잠시 편히 쉬네.비록 조금 쉬었으나 잠을 깨어 일어나
채녀들의 잠든 모습 보니
영락도 흩어지고 악기도 버린 채
옷도 벗고 몸을 드러낸 채 갖가지로침과 눈물 흘려 목과 가슴이 더럽기도 하고
퍼져 엎드려 입 벌린 채 볼썽사나웠네.어떤 여인은 악기를 안고 자는가 하면
서로 베개하거나 혼자 엎어져 있고어떤 여인은 곧추 서서 자면서
공작 털처럼 머리를 풀어 헤쳤는가 하면어떤 여인은 우러러보고 자는데
마치 사력(司曆)이 별을 점치듯 했네.이런 모습 보고 나자 기쁘지 않아
채녀들을 자세히 보며 스스로 골똘히 생각하고
슬피 탄식하자 가슴이 진동하여
궁 안에 있음이 무덤 사이에 있음 같았네.모든 채녀가 아름답고 용모도 예쁘나
태자의 근심은 코끼리가 불을 만난 듯
모든 채녀의 고운 자태도,
잠 도적에게 도둑맞아
생각 잃고 악기들만 어지러웠네.여인들은 유약한 성격에 항상 부끄러움을 품고
잠이라는 어둠의 코끼리에게 밟히고
묘한 꽃나무의 가지와 잎이 무성해도
졸지에 주린 코끼리를 만나면 뿌리 채 뽑혀지듯생ㆍ사가 위태로워 심히 가벼이 흔들리며
험하고 박하게 속이므로 친구가 없고
현재 살아 있어 형체가 이러하나
혹 그 몸의 부끄러움을 모르도다.문득 바닥에 떨어져 고운 자태를 잃고
졸음의 곤함이 그 눈을 굳게 하여
수면이 덮치면 그 모양 보기 싫거늘
만약 죽으면 그 모양 어떠할까.이는 본래 지체(支體)요 본래 5관(官)이라
수면의 덮개에 엎어져 이렇게 변하고
마치 기관을 잃으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듯
자태를 잃고 누우니 풀과 흙덩이같이오랜 옛적부터 어리석음의 힘 매우 세어서
귀와 눈이 가려 귀머거리 장님이 되고
몸의 더러움을 드러내 보이네.
엷은 가죽에 덮여 깨닫지 못하고모든 세상이 심한 곤액을 만나도
의지할 데 없이 바퀴처럼 빨리 돌아
번뇌를 인연하여 잠기고 빠져 있음이
마치 큰 코끼리가 깊은 연못에 잠김 같네.이제 나는 이 번뇌의 그물에 끌려
스스로를 결박하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이 5욕의 애착을 싫어하노니
궁전을 버리고 홀로 고요한 산으로 들어가
숙세의 선근을 위하고 깨닫기를 재촉하리라.태자는 생사에서 벗어날 결심하기를
‘지금 내가 출가할 때가 이르렀구나.
생사는 무서운 것 오래 있어서는 아니 되나니
그러므로 오늘은 산으로 들어가야 하리라.오직 생사란 더운 때 불꽃이거니
내 스스로 살피건대 감당할 수 있고
육신[四大]이 아직 성할 적에 일찍 도망가리라.’
모든 천인들은 태자의 마음이 청정함을 알았네.이때 정거천왕이 찾아 내려와
모든 시위(侍衛)들을 잠에 취하게 하고
즉시 궁성의 모든 문을 열었네.만약 보통 때 문을 열면
그 소리와 메아리가 1유순에 사무치나
천왕이 문을 열자 고요하여 소리가 없게 했네.천왕은 태자의 갖가지 공덕을 찬탄하고
모든 천인들은 뛸 듯이 가슴속이 환희로 가득 찼네.태자를 위해 갖가지 상서를 나타내며
천인들은 꽃과 향을 끊임없이 뿌리고
음악의 노래 소리 허공에 진동하니
길한 상서 보고서 모든 천인들이 권하고 도왔네.태자의 마음 매우 기뻐하며 곧 이런 생각하되
‘사람이 종친을 사랑하여 버리고 떠나지 못함은
털이 긴 소가 자기 꼬리를 사랑해 불에 탐과 같다.’곧 자리에서 일어나 결심하고
채녀들의 꽃밭과 보배 궁전 목욕 연못을
마치 기러기의 왕이 꽃 연못을 버리듯
태자도 그러하여 사랑하고 집착함이 없었네.‘이는 내가 최후로 여인과 함께
집에 머물며 잠을 잔 것이로다.
허공을 쪼개어 백 쪽을 낼지라도
나는 마침내 애욕에 집착하여 돌아오지 않으리라.’곧 궁에서 나오니 사자가 견고한 그물을 찢고
홀로 걸어가듯 또한 그러하였네.곧 방편으로 차닉(車匿)을 깨워서
부드러운 말로 차닉에게 이르길
“속히 어진 말[馬] 건척(犍陟)을 끌어오라.”모든 천인들이 차닉의 마음을 미혹시켜
곧 흰 말을 이끄니 말 가운데 왕이라
안장과 재갈 등 다 장엄해 갖추게 하니
마치 백학이 구름과 함께한 듯하였네.이에 태자는 손으로 말머리를 만지며
부드러운 말로 흰 말을 일깨우되“내 큰 서원이 있어 너에게 부탁하노라.
나서 자라기를 함께 함이 어질고 착한 벗 같았으니
꼭 빨리 잘 달려 내게 장애가 없게 하여라.굳은 진중을 뚫고 저 언덕에 이르려니
네가 최후로 응당 받들어 섬길 바이니라.오늘 밤 너는 최후로 나를 태움이 되리니
나는 이후 다시는 건척을 수고시키지 않으리라.
이에 내가 최후로 타고서 이 결단함을 건너리라.”태자는 말을 마치자 말 위에 오르니
해가 처음 솟아 산언덕에 비추듯
흰 말 위에 있으니 위덕이 드높아라.마치 가을달이 흰 구름을 탄 듯
네 가지 귀신이 빠르게 하고자
말의 발을 들어 매우 뛰어나게 하고
사천왕이 몸소 앞에서 인도하였으며
천인들 쫓아 나와 그 밝기가 한낮의 해와 같았네.천룡과 귀신과 선성(仙聖)들이 한 소리로 찬탄하되
“원컨대 가는 길에 장애 없으소서.
사천하와 친척 그리고 보배 궁전을 버린 까닭은
빨리 그 서원을 이루고자 하심이네.”태자가 곧 떠나가자 궁성 밖이
진동하고 빛나 화창하게 말하되“수미산을 헐되 오히려
입 기운으로 불어 떨어뜨리듯 하더라도
내가 만약 부처의 성스러운 도 이루지 못하면
마침내 붉은 못의 성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마치 질풍이 불어 뜬구름을 몰아가듯
순식간에 국경을 벗어나
발심한 대로 잠깐사이에 이르니마치 해가 서산에 이름 같았고
곧 말에서 내려 산 숲 가운데 드니
마음은 환희를 품고 큰일은 해결 되었네.12. 차닉품(車匿品)보살은 넓고 자애로운
검푸른 눈으로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말하여
마음 다해 차닉을 깨우쳐 주고
금 칼집에 밝은 구슬 자루의 칼
마치 뱀을 뽑아내듯 뽑아
스스로 그 머리털을 베니
천왕들은 공경히 받들어 가지고 갔네.보배 영락을 풀어 차닉에게 주고
멀리 꿇어앉아 공경스레 부촉하되
“이 보배 구슬을 부왕에게 올리오니
사랑하는 마음에 근심하지 마소서.죽음이 두렵고 두려움을 품어 매우 괴로우므로
부왕에게 분외의 행복을 잃게 했고
슬하에서 길러주신 은혜 아직 보답 못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를 천상에 잠들게 했나이다.부자지간의 자애와 효도 은혜를 다하지 못하고
죽음과 이별의 고통이 두려워 입산하였나이다.
생사의 악한 일이 심히 많음 깨닫고
나의 성품 본래 잘 어울리건만 일부러 변해 성글게 하나이다.부왕이 사랑으로 나에게 대하듯이
저 또한 부왕을 사랑하고 공경하나이다.
이제 그대 차닉은 이 뜻을 자세히 아뢰어라.
어떻게든 은근하게 널리 주달하라.한가하고 풍요롭고 즐거울 때는
후한 친척 좋은 벗 얻기 아주 쉬우나
우환과 액난을 만나면 좋은 벗 만나기 어려우니라.흔쾌히 남의 액난을 능히 건져주는 자
혹 부려짐이 있어도 은애(恩愛)를 입지 못하고
온갖 노역(勞役)을 다 감당하지는 못하리라.그대 차닉은 은애를 받아 감당할 수 있고
나쁨을 만나 그대가 있으니 이 또한 만나기 어려움이라.무릇 사람이란 쾌락을 누리고 지낼 때는
소원한 사람들도 돌아와 벗이 되지만
사람이 곤경과 위험에 처했을 때는
골육이나 친구도 돌아서 남이 되느니라.우리 조상인 모든 석가족들은
명성이 사방에 떨치고 가풍(家風)이 되었고
우리 선인(先人)들이 산 숲에 노닐었느니라.
모든 석가족도 그렇거늘 나를 비웃으랴.재물을 보시하면 모이는 무리가 많지만
좋은 법을 널리 베푸는 것만 못하니라.
좋은 법을 널리 베푸는 사람은
한량없는 겁에도 만나기 매우 어려우니라.그대 차닉은 지금 집에 돌아가
마땅히 부왕에게 내 결단을 말하라.
세상 사람은 앎으로 말미암아 애착을 버리나니
애착을 이미 없애면 근심과 미련이 없느니라.내가 보건대 온 세상은
모두 우환의 큰 바다와 못에 빠져 있다.
그러므로 집을 버리고 늙고 병듦을 없애려 하나니
서로 고뇌하면서 근심만 더해서는 안 되느니라.사람이 태어나면 항상 사람을 쫓아다니는
늙음 병듦 죽음의 근심 그 해악이 심한데도
뉘라서 마음이 즐겁고 진실로 두렵지 않겠느냐.이 칼 빼든 도적이 사람을 쫓아다니고 있거니
만약 멀리 떠날 뜻 열기를 스스로 권하지 않고
가족과 친척의 은애에 물들면
이별하는 근심을 반드시 어쩔 수 없이 만나리라.
죽음은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 피하지 않느니라.친족이란 은애로 만났지만
반드시 끝내는 이별하기 마련이니
어찌하여 일찍이 건너기를 구하지 않고
끝내 죽어 헤어지도록 할 것인가.부왕이 만약 이런 생각을 하되
‘태자는 산 숲에 들어갈 때가 아니다’라고 하면
착함을 행함에는 때를 기다릴 수 없다고 하여라.목숨은 바람 앞에 촛불이거늘
부왕에 대한 정을 억누르며
멀리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아뢰되‘세간은 극심한 괴로움을 만나도
괴로움을 벗어나려 생각지 않으나
저는 이미 늙음의 병을 벗어나
가장 영화로운 낙을 얻겠나이다.
제석천왕이 5욕락을 받는다 해도
제가 낙을 받는 것만은 못합니다.친족을 떠나 온 까닭은
뒤에 큰 이익을 얻고자 함이요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길이 애증과 이별을 소멸케 하기 위함입니다.’차닉아, 네가 알듯이 나는 본래 자비롭고
부왕은 나를 사랑하고 중히 여기시니라.
차닉아, 너는 방편으로 여쭈어
부왕에게 간하여 근심을 덜게 하라.”차닉은 가르쳐 일러주는 말을 듣자
놀라며 슬픔과 괴로움 품고
두려워 숨을 죽인 채 전율 번민했나니
마음이 독화살을 맞은 듯
눈물을 구슬처럼 줄줄 흘리며
무릎을 길게 꿇고 울며 말했네.“어쩌다 전륜성왕의 거족(巨族)이
이제 태자님 대에 끊기고 마는가.
태자님은 항상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이것도 주고 또 이것도 준다 하셨는데
이제 도리어 구걸을 하신다니
어찌하여 세상이 부끄럽지 않소.나면서 성품과 몸이 부드러운데
이제 도리어 갑자기 험악함을 당하시며,
몸이 본래부터 연꽃과 같은데
이제 불을 내어 태운단 말입니까.태자님은 지금 이렇게 빨리
마음으로 싫어하고 생각하셔서
독사가 집에 들어오니
찾아내 버림과 같이 하십시오.대왕의 뜻 살피지 않으십니까.
태자님 생각에 마음이 꺾이고 상했습니다.
생각지 않으십니까. 태자님 때문에 번뇌함
마치 낮에 다시 어둠 만난 듯하오리다.말씀하시지 않을까요.
마땅히 이 묘한 복덕의 부드러운 태자가
시절 맞춰 비 내려 윤택하기를 바랐건만
도리어 석가족에게 불비를 내린다고요.이렇게 크게 자비로운 부왕께선
잘 태자님을 양육하셨거니
갑자기 양육하신 부왕을 버리다니
속임을 행하며 착함을 잃음과 같나이다.이모님이 길러주심 친어머님 같았고
매달려 양육함이 친히 낳으심 같았거니
원컨대 태자님은 갑자기 잊지 마시고
되돌아 갚을 줄 아는 선비같이 하소서.이렇듯 모든 친족과
또 형제들과 고향 사람들을
원컨대 만난 인연 버리지 말고
간탐하는 사람이 재물 아끼듯 하소서.태자님이 왕성을 떠나신 뒤에
나라 사람들은 미친 듯 근심을 품고
용이 금시조를 만난 것같이
온 나라가 이렇게 움직이리다.태자님이 탄생할 때 온 나라가
길한 상서로 천상과 같았거니
이제 버리고 산 숲에 듦으로
괴로움에 빠져 지옥에 떨어짐 같으리다.처음에 복덕을 나라에 베풂은
마치 겨울날에 따뜻한 햇살 같더니
뒤에 근심과 열뇌를 주심은
여름날 목이 타는 듯하옵니다.아아, 괴롭고 덕이 없음이여,
살피건대 천인들께 미혹하였나이다.
태자님을 말에 모시고 왔으나
한 나라에 근심과 번민을 끼쳤나이다.눈물을 백성에게 주시니
마음으로 근심하며 입으로 비나이다.
대왕님이하 모든 남녀들이
근심의 안개와 구름에 덮였습니다.먼저 스승이 예의를 가르쳐
널리 중생들을 사랑하라 했거늘
두 어버이와 종족들을 울리시니
스스로 지키는데 무슨 길이 있으신지요.코끼리와 말을 천 개 사당에 제사함은
모든 중생들을 가엾이 여김이라
저울로 두 가지 덕을 헤아린다면
자비로운 복이 만억 배나 무거우리.이제 대왕께서 보배로운 태자를 찾아
늙음에 이르러 근심하는 몸이 무겁고
미친 듯이 걸으며 정신을 잃음
마치 들 코끼리가 자식을 잃음과 같으리다.눈물 흘려 눈은 어둡고 빨개지시며
잠 못 이루어 얼굴빛이 변할 것입니다.
대왕님이 지금 탄식하고 신음하심
마치 산새가 새끼를 잃은 듯하며덕성스럽고 신통한 태자를 잃었으니
나는 어떻게 산단 말인가 하시며
아들에게서 온 오뇌의 소식 만나면
대왕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시리다.‘태자는 일산 그늘에 살았거니
어떻게 햇볕에 쪼여 탈 수 있단 말인가.
궁중에서 잠잘 때는
보배 장막에 발을 드리운 잠자리에
보배 베개와 무늬 놓은 이불이며
음악 소리로 잠들게 하였거니
이제 풀을 깔고 팔베개하여
새소리 들으며 어찌 잘 수 있으랴.만약 어떤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비록 금강 같이 굳센 마음이더라도
그의 마음 당장 쪼개질 터인데
하물며 친족과 친지들이리오.’ ”“차닉아, 너는 내 생각을 저버리지 말라.
나를 받드느라 수고가 많았도다.
이제 건척을 데리고 돌아가라.
나는 홀로 산 숲에 지내리라.”건척도 태자의 말 듣고
눈에서 곧 뜨거운 눈물 흘리며
땅에 무릎 꿇고 슬피 울면서
문득 태자의 발을 핥았네.태자는 백복(百福)상의 무늬 손으로
건척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마치 어진 벗을 달래듯 하였네.
“내 너의 충성을 알고 있노라.”차닉은 공손히 태자께 아뢰되
“이미 뜻을 결단하여 나라를 버리시니
다시 돌아가시길 바랄 수 없으나
태자님을 떠나 저는 어이 살리오.태자님 그리는 마음이 불 같으니
어찌 차마 돌아가라 하시는가요.
태자님을 쓸쓸한 들판에 버리고
어떻게 저 홀로 돌아갈 수 있으리오.”“너는 다만 말을 데리고 돌아가라.
갔다가 다시 와 나를 찾아라.
일이 성취되면 고향에 돌아가지만
성취하지 못하면 죽기를 원하노라.”차닉은 울면서 다시 돌아가는데
길을 따라 말을 이끌면서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억지로 땅을 밟고 돌아갔다네.태자는 집 버리고 출가하여
원컨대 부동의 경지[不動處] 얻어서
일체 중생 모두 다
이 경지 얻게 하리라 하더라.13. 병사왕문사품(甁沙王問事品)차닉이
말 데리고 돌아간 뒤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고 용맹스레 걸음을 옮기니
사자의 왕이
온갖 그물을 찢어버린 듯했네.마음을 오롯이 하고
산 숲에서 지내기를 즐기시니
그 형체는 우뚝하고
밝은 눈은 두루 보며
숲 사이에 들어가니
해가 구름 속에 드는 듯했네.비록 홀로 걸어가나
덕은 대중과 같고
안으로 모든 착함 나타나며
겉으로 복덕이 흘러 넘쳐라.가다가 또 스스로 생각하기를
‘비단옷을 입음이 맞지 않다’고 하였네.
문득 제석천왕이 사냥꾼으로 변하여
몸에 가사를 입고 나타났네.보살은 그를 보고 이르기를
“그 옷은 그대에게 맞지 않으니
나의 비단옷을 받아 가지고
그대의 가사를 나에게 주오.”사냥꾼은 보살이 요구하는 대로
목란(木蘭)의 참 가사를 주고
비단옷을 받은 뒤 제석천왕으로 돌아가
홀연히 허공으로 날아올라 갔다네.보살은 몸에 가사를 입자
몸은 더욱 곱고 밝아서
마치 가을의 둥근 달이
붉은 구름에 싸인 듯했네.숲 속에 바라문들이 있어
숨어 살며 신선을 배우다가
보살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마음에 놀라움을 품었네.자세히 보살을 보니
그 높음 돌아볼 수 없는지라
한동안 의심에 쌓였다가
곧 다시 서로 일러 말하였네.“이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의
여덟째가 아니겠는가.
혹은 승마숙(乘馬宿)이
하강해 세상을 봄이 아닌가.”혹은 그 형상을 보고 말하되
“이는 복덕의 신(神)인 듯하오.”
혹은 일천자(日天子)라 하고
혹은 월천자(月天子)가 하강했다고 말했네.그 중에서 지혜가 열린
한 바라문이 말하되
“이는 범천왕(梵天王)이
이 숲에 스스로 하강하심이라그대 모든 바라문들이
수행함이 무르익었기 때문에
기뻐 우리들을 이익케 하려고
그래서 이 숲에 오신 거라네.”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서로 말하니
바라문의 몸이 무거운 사람도
문득 곧 몸이 가뿐해졌다네.보살은 바라문들에게 물었네.
“그대들은 각기 어떤 도술을 닦는가?
취할 만한 것이 없는가?”한 바라문이 일어나 대답하기를
“훌륭하시어라. 그대 복덕이 묘한 분이여,
의지의 결단은 심오하고
나이도 한창 젊고 아름답군요.나고 죽는 욕망의 더러움을 깨닫고
오직 자세히 살펴 알므로
천상의 열반도에 태어난다오.
열반을 취하기를 즐기는 이를
사람이 되었다 말할 것이오.만약 마음에 결정코
무위(無爲)에 나아감을 즐기겠다면
어서 빨리
저 청정한 산 숲에 나아가 찾아보시오.
거기 신선 한 분이 있으니
이름을 무부달(無不達)이라 부른다오.그는 자세히 살피는 눈을 얻어
열반의 근원을 보았다 하오.
내 지금 당신의 뜻을 자세히 살피고 관찰하건대
그의 닦고 배우는 것이
어찌 당신의 뜻에 맞으랴.그 얼굴은 둥근 달 같고
혀는 꽃잎과 같아서
반드시 지혜의 못과 바다를
널리 다 마실 듯하오.”보살이 걸어감을 보자
월천자(月天子)가 하강한 듯하였네.
그러자 모든 바라문들
다 같이 일찍이 이런 일 없었다고 찬탄하였네.마음이 뛸 듯이 기뻐함은
깊은 바다에 파도가 밀려오는 듯
감정은 기쁘고 또 기쁘니
마치 어두움에 달빛을 받는 듯했네.보살이 그 바라문들의 배움을 얼마간 보니
갖가지 모습 드러낸지라
마음 아파 실망하고 탄식하네.“어찌하여 한결같이 심히 나쁠까.
어리석음에 미혹됨이라
세간은 참으로 불쌍하여라.
어리석은 행위로 억지로 고통 속에 드는구나.”마음에 내가 없음을 생각하니
마치 큰 코끼리가 갑자기
두렵고 겁을 내어 한참 불타는
숲에서 뛰어남과 같았네.황금빛의 광명을 놓아
숲의 나무들을 빛나게 비추니
마치 가을날 태양이
푸른 구름을 지나가듯 하였네.항하수의 온갖 흐름들 보니
저 큰 바닷물에 이르러
뭇 기러기와 흰 고니로
흰 구슬 영락을 삼고
세차고 거대한 흐름의 파도로써
보배의 가락지와 팔찌로 삼는구나.항하수 가에 이르니
마치 해신왕(海神王) 같아
백복의 덕상(德相)으로 두루 장엄한 그 몸
항하수 가운데 들어가니
온갖 흐름들 모두 맑아졌네.모든 수중의 귀신들
아래로 쫓아와 발을 영접하네.
이렇게 잠깐 사이에 지나가니
마치 기러기의 왕인 듯.그때 항하를 건너서는
시절 맞추어 갈 줄 알며
거만한 마음을 없애고
왕사성(王舍城) 촌락에 들어갔네.몸에 사문의 옷을 입었으니
목란(木蘭)의 검은색 가사라
고요히 선정으로 모든 감관 단속하며
걸음걸이도 위의에 맞았네.보살의 형상 보니
공덕은 우뚝 빛나구나.
적멸(寂滅)의 옷을 입고
그 색깔은 청정한 행에 맞는구나.백성들은 모두 놀라
왁자지껄 떠들고 환희에 차
보살의 형상을 자세히 보니
그 눈동자들 마치 묶어 놓은 듯.모두 모여 보살을 보자
볼수록 그 마음 싫은 줄 몰라라.
과거세에 공덕 갖춰
모든 상호 구족하였네.마치 묘한 연꽃인양
그 색깔 천 가지로 울긋불긋
모든 사람 앞 다투어 와서 보니
꿀벌들이 연꽃에 모임 같았네.보살이 걸음을 옮겨 나아가니
뭇 사람들 다 그 뒤를 따름이
마치 어떤 사람의 손발이
마음 따라 달리고 도는 듯하고서로 전하고 전해 말하면서
그 공덕 찬탄하고 부러워하기를
“이를 보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사람 가운데 묘한 보배이어라.자세히 그 눈과
얼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마치 금싸라기 모아 놓은 곳에
제석천왕의 푸른 보배가
광명에 둘러싸인 듯
덕상(德相)이 모이고 쌓여 이루었네.
용모와 자태도 정말 어울리며
온갖 상호가 다 구족하구나.”모든 사람들의 뜻에 가득 차서
눈동자들 한데 모아 보살을 따라가며
자꾸 보고 또 보고 보아도
볼수록 만족스럽고 싫지 않으니마치 폭설(暴雪)을 만나서
추워 얼고 떨며 매우 급한
뭇 사람들 앞 다투어 달려가
뜨거운 불무더기를 얻은 듯하였네.모든 귀성(貴姓)의 여자들도
저마다 집에서 뛰쳐나와
마치 두터운 구름 속에
환히 번갯불이 비치듯 하며또 무우수(無憂樹) 가지와
잎과 꽃이 무성하게 엉키어
바람 불면 굽어지듯이
몸을 굽혀 보살에게 절했네.껴안긴 젖먹이 갓난애도
다 어머니 젖에서 입을 떼고
보살을 뚫어지게 보느라
다시 젖을 찾는 것도 잊었네.온 성안의 인민들은
모두 함께 다투어 칭송하면서
각각 말하기를 “좋구나.
묘하구나. 참으로 좋은 상호로다”라고 하였네.그때 어떤 사람이 말끝나면
곧바로 또 다른 사람이 말하였네.
“석밀(石蜜) 떡을 맛보는 것 같아
아름다우면서 아름다움이 아니로다.
이 분의 생김새 같아서는
한 가지만을 찬탄하려 해도
그 하나만을 찬탄할 수 없구나.온갖 덕(德)과 선(善)이 모이고 쌓여서
자세히 살피면 드러나 알도록
온갖 선이 다 드러나고
그 몸을 장엄하여 꾸며서
사람의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우네.그 용모는 온갖 꽃으로 장식한 듯
부드러운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니
마치 따뜻한 봄날이
눈부시게 빛나듯 하였네.그 과거세에 행한 과보로
어찌 자비심이 없으랴.
이 천상인의 형상을 구족하였으니
온 대지의 주인이 안 되랴.능히 알고 이렇게 아는 이가
남에게 걸식을 행한다면
뉘라서 능히 이 분에게 베풀면서
이름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리오.”이때 그 나라의 왕은
이름을 병사(甁沙:빈비사라)라 하였네.
높은 누각 위에서 멀리
보살이 걸어감을 보고서
곧 좌우 신하들에게 물었다네.“저기 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용모도 아주 단정하고 고운데
몸에 무늬 없는 비단의 색옷을 입었구나.”곁에 있던 신하가 왕에게 아뢰어
그 종성의 청정함을 두루 말씀드리니
왕은 곁의 신하에게 명령하길
“그가 가는 곳을 살펴라” 했네.왕사성 밖에서 밥을 먹고 나서
반탑(槃塔)이란 산 위에 올라가니
광명의 그림자가 밝게 비쳐
해가 산언덕에 솟은 듯하였네.그러자 병사왕은
시종들을 함께 거느리고
반탑산에 가고자 하였는데
의복과 형용이 특이하였네.시종들은 일산을 받쳐 들고
조용히 사자가 걸어가듯
왕은 산 밑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
한 걸음 한 걸음 산에 오르네.보살이 홀로 앉음을 보니
모든 감관[根]이 고요히 가라앉아
마치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구름 위에 있는 듯모든 법의 색상(色像)이
문득 화현(化現)한 듯하므로
마음에 몹시 놀라
옆에 신하를 돌아보고 말하였네.“그에게 이런 용모가 있으니
그 모습 사랑스럽고 기쁘구나.
지금 이 분은 반드시 보호해드려야 하리니
큰 선덕(善德)을 이루리라.지금 그의 온갖 훌륭함을 보니
부드럽고 늠름하고 원만하도다.
대략 그 훌륭한 상으로 보아
오직 부처님만이 이것이 있도다.”교만한 생각 없애고
겸손한 태도로 절한 뒤
왕은 그때에 알맞게
보살에게 문안을 드렸네.왕은 마음을 청정케 하고
푸른 돌 위로 가서 앉아
곧 보살에게 아뢰되
게송으로 말하였네.“태자님의 먼 조상은
일천자(日天子)에서 났고
나이는 한창 젊어
형용도 정말 아리땁고 빛나는데
그 까닭 알지 못하겠네.이런 뜻을 일으켜서
걸식하여 자기를 건지고
세상의 왕위도 달가워하지 않으시다니.몸매가 의젓하고 빛나며
이미 선(善)을 쌓아 시원스러움은
마치 염부수(閻浮樹)나무의
모든 꽃이 무성하고 좋음 같아라.이 빛깔의 가사를 입고 계시다니
비유하면 풀로 싼 것 같고
꽃나무가 눈[雪]이 두려워
감히 그 빛을 드러내지 못한 것 같네.태자님은 마땅히
천상의 보배 옷을 입으셔야 하거늘
지금 이 무늬 없는 빛깔의 옷은
전혀 그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구나.마치 정결한 물건이 있다면
약간 더러움이 흠이라 해도
드러나고 다 나타나
없앨 길 없음 같구나.팔은 매우 길고 좋으니
마치 붉은 황금 기둥 같아라.
마땅히 일곱 가지 보배로 장식하고
묘한 활을 잡으셔야 하거늘이러한 손과 팔을 가지고
다만 스스로 은혜를 베풀지언정
이런 손으로써 남에게서
음식을 비는 건 마땅치 않네.만약에 겸손하고 공경하기에
부왕의 지위를 받고 싶지 않다면
내 이제 사랑하고 공경함을 다하여
청하옵나니 저의 나라에 오소서.모든 영화와 복록을 다하며
이 마갈타국[摩竭國]을 누리소서.
만약 넓은 땅을 바라시면
저는 몸을 굽혀 신하가 되오리다.당신 같은 덕상(德相)이라면
응당 천상세계도 다스리리니
다만 그 손으로 잡게 되면
천상세계인들 어찌 힘에 겨우리오.지금 저 제석천왕이라도
중앙에 모시고 신하가 될 것인데
하물며 이 세간 땅 위의
우리 같은 왕들이야 말할 나위 없으리다.내 선법(善法)을 싫어하지 않고
또한 의(義)를 지킴도 근심치 않거니
그때 아닌 때에 버리고 출가함은
오직 내 마음을 의심케 할 뿐이오.젊고 한창인 나이에
벌써 지나치게 뜻이 쇠약합니다.
모든 감관 고르고 좋으니
돌려 잡기란 말고삐 당김과 같으리다.지혜와 계행을 베풀고
온갖 행의 면목을 스스로 지켜서
과거세의 행을 드러내 나타내고
전생의 선근(善根)을 만나게 되거든
나이 차츰 늙어갈 무렵
그때에 곧 법을 받드십시오.나이 많고 뜻이 고르면
모든 욕심을 쫓고 따르지 않으리다.
그러므로 그 형체를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 됩니다.지금은 얻은 경사로운 복덕을
순리대로 누리고
육근[六情]이 하고 싶은 바를
응하는 대로 꼭 채우십시오.
그런 뒤에 버리고 출가하여
감로의 해탈법을 구함이 좋을 것입니다.용모의 광명은
태양의 정기를 뛰어넘고
당신의 덕이 이 세간의 사람이나
모든 천상의 사람보다 났거늘예부터 아직껏 듣지 못했고
또한 일찍이 보지도 못했거니
이렇게 원만한 상호는
보는 사람마다 모두 놀랍니다.지금 태자가
거동하시는 풍모를 보고
또 살피건대 그 뜻이
본래 매우 굳고 용맹스럽나이다.마치 깊은 못 속의 바닥에
온갖 물고기가 가운데서 떼 지어 놀더라도
위에는 비록 나타나지 않았으나
밖의 움직임을 보아 알 수 있음과 같다오.지금 여러 가지 법식(法式)을 보건대
사람의 몸에 숨은 점이 있어서
결정코 밝게 비추어 빛남은
전륜성왕의 왕위를 가리킴이오.이렇게 묘하고 또 훌륭함은
덕이 박한 사람에게 더하지 못하며
길상스럽고 훌륭한 이름은
어리석은 자식에게 돌아가지 않는다오.만일 마음에 의심을 품고서
다시 자기 씨족을 욕되게 한다면
사문의 형상을 꾸몄다 해서
어찌 도로 버리지 않겠습니까.과거세의 모든 제왕이며
대왕들도 대를 이어 계속하여
장년에는 나라의 왕위에 있고
늙어서야 모두 집을 버리고 출가했나이다.”병사왕은 이런 일 말하면서
널리 비유와 고사를 끌어오고
또 그 밖에 수고롭게 몸을 굽혀
겸손한 태도로 공경히 말하고는살펴보니 보살의 뜻은
태산과 같이 움직이지 않으신지라
자비롭게 묵묵히 바라보면서
고요한 마음으로 대답하시는 가르침을 기다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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