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복개정행소집경(福蓋正行所集經) 11권
복개정행소집경 제11권
용수 모음
일칭 등 한역
김진철 번역
여기에 대해 다시 설명하겠다. 파계한 사람은 모든 여래께서 가지신 갖가지 공덕의 선한 법을 능히 성취하지 못한다.
비유하면 왕의 딸이 가난한 선비의 집에 시집을 간 것과 같다. 그녀는 그 집에 가자 남편에게 말하였다.
‘나는 바로 왕의 딸이므로 뜻대로 하고자 하니 마땅히 가장 미묘한 태우는 향ㆍ꽃다발ㆍ온갖 보배와 영락과 몸을 장식하는 도구와 창고의 모든 물건을 전부 준비하여 주시오. 만약 이와 같이 해주면 나는 이곳에서 살겠습니다.’
그러자 가난한 선비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말한 물건은 전부 이 집 안에는 없는 것들이오.’
왕의 딸이 이 말을 듣고 비난하면서 ‘이렇게 가난에 시달린다면 나는 마땅히 갈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파계하는 자도 이와 같아서 으뜸가게 청정한 해탈의 여인을 얻을 수 없고, 또한 난(煖)ㆍ정(頂)ㆍ인(忍) 등의 태우는 향을 얻을 수 없으며, 또한 별해탈계(別解脫戒)로 이루어진 꽃을 얻을 수 없으며, 또한 선정 해탈로 이루어진 꽃다발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보리분법 등 갖가지 창고를 얻을 수 없을 것이요, 또한 듣고[聞] 생각하고[思] 닦는[修] 등의 법으로 이루어진 지혜왕을 얻을 수 없으며, 또한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으뜸인 정등보리(正等菩提)를 얻을 수 없으며, 또한 연각(緣覺)과 성문(聲聞)이 그 권속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 파계자는 선한 업이 없기 때문에 현생에 복덕이 없으며, 그 어떤 선한 사람도 같이 있고 싶어 하지 않으며, 그의 말을 사람들은 신용하지 않고, 출세간에서 가지는 여래의 공덕법의 재물을 곧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이때 모인 대중 가운데 존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여쭈었다.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나의 제자 중에서 계를 훼손하여 범하는 자에게는 매우 깊은 법의 진리[法要]를 설하지 않을 것이며, 또 섭수하지도 않고 물리쳐서 쫓아낼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까? 모두들 여래를 가리켜 대비(大悲)하지 않은 이라고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간의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불쌍히 여겨 설법하는 그 마음에 인색함이 없는데, 그가 그릇이 아니어서 능히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를 위하여 설하지 않는 것이니, 저 세간의 지혜로운 자가 설법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 모든 중생에게는 어긋나는 것과 순종하는 것이 있는데, 만약 서로 어긋나는 자에게는 그를 위하여 설법하지 않는 것이니, 마치 손바닥 안에 물건을 쥐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주지 않는 것과 같다.마치 어떤 국왕이 크게 보시를 하는 모임을 열어서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을 불러 그들이 필요한 물건을 빠짐없이 베풀어줄 때 한 바라문이 다른 곳에서 와서 왕의 앞에 서서 많은 물건을 수없이 구걸하자 왕이 그 요청을 듣고는 전혀 주지 않았다. 이때 가까이 있던 신하가 ‘바라문의 뜻을 따르소서’라고 권하자 왕이 ‘아까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이 사람에게는 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지 않는 것이다’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그가 파계하여 법의 그릇이 아닌 까닭에 그에게 법을 설하지 않을 것이니, 설사 그를 위하여 설법하여도 그는 능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치 구멍 뚫린 그릇과 같아서 물을 담아두지 못하니, 밤낮으로 부지런히 물을 부어도 결국은 다시 새어 나가는 것과 같다. 이 파계자가 능히 공덕의 법수(法水)를 받아들여서 담아두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설사 금계(禁戒)를 아주 조금만 어기고 범하여도 이 사람은 보리분법 등 온갖 법의 보배를 능히 모두 성취하거나 갖추지 못할 것이다. 마땅히 알아라.이 사람은 모든 청정한 계를 원만하계 지켰다고 하지 못할 것이며 다시 증장하지도 못하니, 이와 같이 계행(戒行)이 증장하지 않는 까닭에 해탈의 법도 증장하지 못하며 해탈법이 증장하지 않는 까닭에 그가 얻는 바는 적정(寂靜)한 도가 아니요, 다만 비슷한 해탈[相似解脫]을 얻었다고 할 뿐이다. 만약 나의 계법(戒法)을 굳게 지켜 범하지 않으면 이 사림은 곧 보리분법 등 갖가지 법의 재물에 대하여 깨달음을 얻을 것이요, 이치에 맞게 사유하여 편안히 머물 수 있게 될 것이다. 너희들 비구는 이 경전을 항상 즐겁게 받아 지니고 남을 위하여 연설하여 지계의 공덕을 베풀면 복개(福蓋)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모든 비구가 바른 사유에 머물러 착한 벗을 가까이하고 정법을 듣기 좋아하려면, 세간의 근심과 두려움과 열뇌(熱惱)를 능히 없애고, 악한 법을 버리고 막으며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마지 치성하게 타오르는 불길을 조금도 남김없이 꺼버리는 것과 같게 해야 한다. 만약 모든 비구가 삿된 사유에 머물러 게으름을 이끌어서 생기게 하고 마음을 어지럽게 하면 곧 5욕(欲)의 인연만을 섭취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유정들이 번뇌의 장소에 태어나서 반드시 모든 공덕의 법을 허물어 잃게 되는 것이니, 마치 난데없이 쏟아지는 우박이 심어 놓은 싹을 상하게 하는 것과 같아서 능히 세간에 갖가지 재난을 부르고 항상 아첨과 왜곡을 품고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그리고 속인들이 그를 나무라고 헐뜯고 업신여기게 되니, 이는 법답지 못한 사람이요, 그의 뜻은 하천하여 저 사문의 청정한 선의 과보[善果]에 대해 마음으로 즐겁게 바라지 않고 모든 여래 감로의 법수(法水)를 능히 마실 수 없다. 그리고 즐겨 모든 악을 짓고 험한 길을 구하여 나아가 지옥을 거두어 취하고 아귀와 축생과 극악하게 괴로운 곳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만일 부처님 말씀에 대해 마음에 믿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비록 사소한 금계를 범하여도 곧 극심한 과보를 받는데, 하물며 수많은 악업을 저질렀을 때의 감응하는 과보이겠는가? 그 고난의 양(量)은 『이라엽용왕인연경(伊羅葉龍王因緣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박라나성(嚩囉拏城)의 시록림(施鹿林) 마을 선인타처(仙人墮處)에 계실 때, 모든 대중을 위하여 법의 요체[法要]를 설하셨다.
이때 이라엽용왕(伊羅葉龍王)이 부처님께서 그곳에서 설법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청정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친근 공양하고자 하면서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의 몸은 용의 무리에 속하므로 원수진 이들이 많다. 만일 서로 마주치기라도 하면 반드시 손해를 입을 것이다.’그리하여 곧 자신의 몸을 전륜왕으로 바꾸었는데 그 모습은 단정하고 엄숙하였으며 위덕이 자재하였고, 온갖 보배와 영락으로 그 몸을 꾸몄으며 아름다운 일산을 가지고 보배 수레에 타고 칠보천자(七寶千子)가 안팎으로 따르게 하였으며 90억의 군사가 앞뒤로 에워싸게 하였고, 또 백천(百千)의 외도 범지(梵志)와 바라문 등과 모든 걸인들이 그 뒤를 따르고 위엄 있게 그를 호위하게 하였으니, 마치 하늘의 제석과도 같았다. 이렇게 변장한 뒤에 곧바로 여래의 법회로 달려갔다.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사부대중ㆍ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 등의 공경을 받으시며 그들에게 에워싸인 채 법을 설하고 계셨다. 그런데 그 자리에 모인 대중들은 용왕의 이런 광경을 보고서 모두들 놀라 의아하게 여기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는 어떤 왕이기에 위덕이 저와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하셨다.
“이것은 사람의 왕이 아니다. 잠시 기다리면 스스로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편 그 용왕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고 예배하고 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너는 과거의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지금 이런 과보를 받았는데 다시 어떠한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는가? 속히 일어나 이곳을 떠나가서 그 변화한 모습을 버리고 본래 모양을 드러낸 뒤에 다시 이곳으로 와서 대중에게 보여야만 할 것이다.”그러자 용왕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의 무리는 용의 몸입니다. 그래서 원수로 대함이 많아 문득 여기서 서로 만나면 반드시 재난을 일으킬 것 같았기 때문에 모습을 바꾸었던 것입니다.”
부처님 세존께서 이 말을 듣고 나서 금강수대약차신(金剛手大藥叉神)에게 명하여 그 용왕을 따라가서 수호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다른 곳으로 가서 다시 본래 용의 모습을 회복하였는데, 그 몸은 장대하고 거칠고 말라서 갈라졌으며 온갖 추악한 모습이 쌓이고 모여 몸을 이루고 있었다. 전생의 업으로 인하여 머리가 일곱 개 있는데, 하나하나의 머리에는 이라(伊羅)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로 말미암아 흔들려 심한 고초를 받고 피고름이 연달아 흘러 더러운 냄새가 지독하였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더기들이 그것을 갉아 먹고 있었다.이렇게 본래 모양으로 회복하여 다시 부처님 처소에 이르니 그 머리는 박라나성에 있었지만 꼬리는 달차시라국(怛叉尸羅國)에 닿아 있었다.
그런데 그곳의 모든 대중들은 오래도록 탐욕을 떠난 자들이었으므로 이 험악한 모습을 보고 오히려 두려움을 내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는 어떤 유정이기에 이와 같은 과보를 받았고, 또 이곳에 온 것일까?’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이 자는 마침 전륜왕으로 변하여 나의 처소에 왔던 자로서 내가 도로 돌려보내어 본래 모습으로 나타나게 한 것이다.”
그때 모든 사문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서 허물을 탄식하고 한탄하고 고뇌하면서 묵연히 있었다.그러자 이라엽용왕은 용의 몸으로 변하고서는 슬피 울면서 부처님께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대자비로 불쌍히 여기시어 제가 어느 때나 이 악도[惡趣]에서 벗어날 것인지 수기를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지금 너를 위하여 설할 것이니 마땅히 진실한 믿음을 내어라. 뒷날 오는 세상에 중생의 수명이 팔만 세가 될 때 자씨(慈氏)라고 하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것이니, 그 부처님께서 네가 지낼 시절을 수기하여 주셔서 이 용의 몸을 벗어나리라.”이때 용왕이 부처님 설법을 듣고 나서 소리 내어 울부짖으니 그의 눈물은 흐르는 강물 같았다.
부처님께서 대자비로써 잘 가르치고 달래며 일깨우셨다.
“너는 스스로의 허물로 당하는 것이니 한갓 슬픔과 고통만 더할 뿐으로 지금 이 모임에서 오래 머물기 어렵다.”
그러자 그 용왕이 깊이 스스로를 엄하게 꾸짖었다
“저의 이 악업은 이와 유사한 것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힘을 입어 어서 빨리 이 고통을 여의기를 원합니다.”
그러고 나서 곧 스스로 맹세하며 말하였다.
“지금부터 미래세가 다하도록 마음에 삿된 생각을 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을 것이며, 하찮은 미물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살해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곧 모임 가운데서 홀연히 사라졌다.그러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일심으로 합장하고 여래께 여쭈었다.
“이 용왕은 옛날 어떤 죄를 지어서 용의 무리 가운데 떨어졌으며, 또 어떤 업으로 말미암아 머리가 일곱 개가 있고 하나하나의 머리 위에 이라나무가 있어 흔들리면 심히 아프고 농혈이 뒤섞여 흘러나오는 것입니까? 여래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그 인연을 설하시어 그가 범한 죄를 알려 주십시오.”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 현겁(賢劫) 가운데 중생의 수명이 이만 세였을 때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으니, 이름이 가섭파(迦攝波)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 하였다. 저 용왕은 그때 그 부처님 법 가운데서 출가 수도하여 삼장비구(三藏比丘)가 되어 번뇌를 싫어하고 두려워하여 멀리 여의는 수행을 닦아 비고 한가한 곳에서 사마타(奢摩他)를 익히고 있었다. 그가 선정에서 나와 이미 한낮을 지난 뒤에 마을로 들어가 걸식을 행하니, 얻는 것이 있기도 하고 얻는 것이 없기도 하였는데, 사람들이 그를 꾸짖으므로 그는 여러 가지 번뇌를 일으키면서 그 마을을 나왔다.그리하여 아란야(阿蘭若)에 이르러 이라나무 아래를 오가면서 두 손으로 그 나뭇잎을 땄는데 이렇게 네 번을 따고 또 따서 짓이긴 뒤에 버렸다.
이때 부처님께서 그것을 아시고 나서 그 비구를 꾸짖어 계행의 여러 가지 모양을 설하신 뒤에 그로 하여금 뉘우치고 사죄하게 하였으나 그는 믿고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이런 말을 하였다.
‘이것은 무정물(無情物)인데 무슨 허물이 있습니까?’
두 가지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런 괴로운 과보를 받게 되었으니 때가 지나서 걸식한 과보로 용의 무리 속에 태어났고, 부처님 말씀을 믿지 않은 까닭에 머리에 이라나무가 생긴 것이다.”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이라엽용왕은 사소한 악의 인연으로 지금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제 스스로가 그 원인을 만들어서 스스로 그 과보를 받는 것이지, 밖의 땅의 경계[地界]나 물ㆍ불ㆍ바람의 경계에서 불러 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모두가 속마음으로 지은 것이니라.
만약 모든 유정이 끝끝내 법답지 않은 흑업(黑業)을 짓기 좋아하면 악취(惡趣) 가운데에서 반드시 고통을 받을 것이요, 만약 모들 유정이 끝끝내 청정한 백업(白業) 짓기를 즐겨하면 사람과 하늘에서 반드시 즐거운 과보를 받을 것이다. 만약 모든 유정이 지은 업이 선악이 서로 섞인 것이라면 그 과보도 뒤섞인 것으로 받을 것이니, 이런 까닭에 비구는 결코 흑업을 짓지 말고 백업에서 반드시 짓고 닦아야 한다. 과보가 홀연히 이르게 되는 것은 마치 폭포의 흐름과 같아서 선업과 악업의 영항에 차별이 없으니, 게송에 말함과 같다.
설사 무량겁이 지나도
그 업은 능히 무너지지 않고
과보가 성숙할 때에
중생은 반드시 받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는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이치에 맞게 사유해야 하며, 모든 금계를 조금도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자세히 계를 무너뜨린 허물을 분별하여 유정으로 하여금 길이 두려움을 내게 하여 영원히 모든 악을 끊고 부지런히 많은 선을 행하게 하니, 너희들 비구가 이 경전을 남에게 연설하면 복개(福蓋)를 성취하리라.”이때 모인 대중 가운데 존자 아난타(阿難陀)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계를 지니는 모습은 어떻게 분명히 알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 법에 들어가고자 하면 먼저 5계를 지녀야 한다. 그것은 살생하지 않고, 주지 않는 물건을 가지는 것을 여의며, 탐욕의 삿된 행을 멀리하며, 거짓말과 음주와 방일함을 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행의 모습을 각각 깨달아 알아야 한다.
아난아, 이르는 곳 어디나 성ㆍ고을ㆍ취락의 모든 착한 청신사ㆍ청신녀는 선한 법에 의지하여 청정한 계를 즐겁게 지니고 청정한 마음을 내어 5계에 대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능히 받들어 지닌다.”
이는 『조작복업경(造作福業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어떻게 계를 지녀야 복된 일을 성취할 수 있는가? 만약 사람이 능히 모든 유정에 대하여 살육을 행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살생하지 않는 계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살생이란 처음부터 마음을 일으켜서 마땅히 어떠한 중생의 생명을 죽이리라고 결정하는 것이며, 혹은 남을 시켜 죽이거나 더 행동할 마음[加行心]을 일으켜 바로 그의 생명을 끊으며 조각조각 가르고 베어 수용(受用)하면 이 사람은 살생죄를 지었다고 한다.만약 사람이 타인이 가진 재물에 대해 주지 않은 것을 가지기를 여의면 이 사람은 도둑질하지 않는 계[不盜戒]를 지녔다고 한다.
도둑질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주지 않은 타인의 물건을 가지거나 혹은 겁탈하고 노략질하고 혹은 타인이 잊어버렸거나 숨기고 주지 않으며, 처음부터 더 행동할 마음을 일으켜 그 물건을 도둑질하는 데까지 이르면 이 사람은 도둑질하는 죄를 지었다고 한다.만약 사람이 능히 모든 욕심에 물듦을 여의었거나 혹은 타인의 여색(女色)을 침범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음욕을 하지 않는 계[不婬戒]를 지녔다고 한다. 탐욕의 삿된 행이란, 친족이 아닌 집이나 매춘하는 마을이나 탐욕이 일어날 곳에는 일체 가지 말아야 하니, 혹 타인의 친족이 항상 수호하는데도 교묘히 방편을 베풀어 구슬이나 영락을 보내거나 혹은 다른 이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강제로 위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을 일으키거나 짓는 데까지 이르면 이 사람은 삿된 탐욕의 죄를 지었다고 한다.만약 어떤 이가 능히 거짓말하는 것을 떠나서 말하는 것이 진실하고 마음과 입으로 어기지 않으면 이 사람은 거짓말하지 않는 계[不妄語戒]를 지녔다고 한다. 거짓말이란, 본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말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말하는 것이다. 율에서 “가령 비구가 먼 곳에서 찾아와 혹 ‘아무개를 보았느냐?’고 물었을 때 그가 진짜로 보았음에도 ‘보지 못하였다’고 대답하면, 이와 같은 자들은 거짓말 하는 죄를 얻는다”고 설한 바와 같다.만약 어떤 이가 술을 경계하여 마시지 않거나 혹 바람에 실려 온 술 냄새만 맡아도 그 냄새조차도 싫어한다면 이런 사람은 술 마시지 않는 계[不飲酒戒]를 지녔다고 한다.
술에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소라(蘇囉)이니 밥을 섞어 만든 것이고, 둘째는 매리(梅哩)이니 뿌리와 열매만을 써서 만든 것이거나 혹은 꽃과 잎 등으로 즙을 내어 만든 것으로서 이 두 가지 술은 색과 향과 맛을 갖추었으므로 바람에 그 술 냄새가 실려와 그 향기를 맡은 자는 모두 마시고 싶어지며 마시고 나면 취하여 방일하게 된다. 셋째 종류는 마녕(摩%(寧*也))인데, 이것은 생략하여 말하지 않겠다. 이 세 가지 술을 마시기 좋아한다면 이 사람은 음주의 죄를 얻었다고 한다.또 『난예가경(難禰迦經)』에서 설한 것과 같이, 마녕주(摩%(寧*也)酒)는 빚어서는 안 된다. 비구가 만일 이 술을 마시면 방일해져서 재물을 소비하고 만족할 줄 모르고 분노가 늘어나며 혹은 서로 치기도 하고 욕설이 더해져서 여러 가지 송사하는 일이 많아지며, 마침내는 옷을 잃어버릴 정도에 이르러 벌거벗은 모습이 되어도 부끄러워할 줄 몰라 나쁜 이름이 퍼지고 좋은 사람이 멀리 떠나며 외우고 익히던 대승경전을 잊어버리고 지혜가 줄어들고 무명(無明)이 늘어나며 3보를 공경하지 않게 되고 부모 종친과 종족들에게서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와 같은 파계는 위와 같이 세 가지 술 때문에 온갖 허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라. 살생 등을 다시는 짓지 말고 언제나 여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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